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울음 銃彈

bindol 2022. 11. 22. 05:54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 코너] 울음 銃彈
입력 2002.07.03 19:48:02

아기들이 잘 우는 이유로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으로 하여금 이렇게 부르짖게 했다. 「바보들만이 사는 세상이라는 큰 무대에 타의에 의해 밀려나온 것이 억울해서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울어댄다」고. 연전 타임지에 보도된 바로 아기가 어른도 낼 수 없는 그렇게 큰 주파(周波)로 울 수 있는 것은 인생 최초의 단절에서 느끼는 비애 때문이라 했다. 태아로 있을 때 자궁 속에서 유일한 외계와의 접촉은 어머니의 맥박 소리가 전부였다. 태어나면서 그 소리의 단절이라는 인생 최초의 환경 이변을 당하고는 불안하고 못 견뎌 운다는 것이다. 우는 아기 달랠 때 가슴을 다독거려주는 것이나 자장가 박자가 심장 박동 리듬과 같은 것은 바로 그 환경 이변의 충격을 완화시켜 주기 위함이다. 여태껏 그저 생리적 욕구 불만으로 울려니 했고 셰익스피어의 해석은 너무 문학적인 것으로 여겨왔던 터인데 정신적인 고통의 표출로 아기 울음이 얼마나 인생을 대변하는가가 과학으로 입증된 셈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보도에 보면 그 아기들 울음의 주파를 증폭하여 음파 총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를 발사하면 고막에 엄청난 고통을 주어 테러나 데모·인질범죄에 충격을 주어 예방이 가능함이 입증되었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 양산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 최루탄이 눈과 코를 마비시키는 것이라면 울음탄(彈)은 귀를 마비시키는 것이 된다. 아기 울음이 첨단 과학화된다 하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왜냐면 한국 아기들 울음은 세계적으로 소문나 있기에 이 소리총의 양질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 해서다. 순조 때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은 「우리 동방의 아기들 울음 소리는 이미 천하에 알려져 있다」하고 그 이유로 조선의 아낙들 밥지어 먹이랴 베짜서 옷지어 입히고 빨래하여 입히랴 설거지하랴 밭농사 지으랴 한 몸이 열 조각 나도 모자랄 판에 아기 볼 여유가 없기에 업고 안고 살다보니 아기들을 체온과 밀착시켜 기를 수밖에 없고, 그 체온과 이탈하면 마구 울어댄다는 것이다. 고려 때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도 한국 아기들이 많이 크게 잘 우는 것에 같은 이유를 들었다. 이렇게 민족 개성이 된 한국 아기 울음의 음파를 증폭시키면 미국의 그것보다 폭음 효과가 몇 곱절 커지지 않을까 부질 없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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