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혀빼기 수술
클레오파트라는 코가 조금만 낮은 것뿐 아니라 혓바닥이 조금만 짧았어도
세상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가 로마의 영웅들을 사로잡았던 것은
미모가 아니라 능수능란한 언변 때문이며 외국어에도 천재적 소질을
지녔다 한다. 사실 통역을 가운데 두고 연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변
좋은 것을 서양사람들 혀가 길다고 한 데서 클레오파트라의 혓바닥
길이로 역사전환의 변수로 삼은 것일게다. 성서에 '기프트 오브
텅스(Gift of tongues)'란 말이 나오는데 성령(聖靈)을 받은 사람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외국어나 방언으로 전도를 하게 되는 경지를 뜻한다.
「습유기(拾遺記)」라는 중국 문헌에 서역 인소국(因 )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혀가 길고 혀끝이 가늘어, 외국말뿐 아니라
새나 짐승과도 대화를 곧잘 한다고 했다. 이렇고 보면 혀가 가늘고 긴
사람이 외국어를 잘한 것이 된다.
그래서인지 철부지 영어교육의 광풍이 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살
이전의 아이들 혓바닥을 잡아늘이는 수술이 유행하고 있다고 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서울발로 보도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혓바닥과
구강바닥을 잇는 설소대(舌小帶)라는 작은 끈을 자르면 혀가 좀
길어지고, 길어지면 한국인 영어의 고질인 'R'와 'L' 발음이
정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중국
충칭(重慶)에서 장강 따라 내려오면 오른편에 풍도라는 지옥도시가 있다.
24지옥을 실물크기로 재현시켜 놓았는데 그중 발설지옥(拔舌地獄)에
가보면 쇠집게로 혀를 집어빼고 있다. 서울 돈암동 흥천사의
십왕도(十王圖)에도 발설지옥이 그려져 있음을 본 기억이 난다. 이미
한(漢)나라 때 혀를 잡아빼는 형벌이 있었고 16세기 독일의 캘로리나
형법을 시작으로 유럽에서도 혀를 빼는 형벌을 법으로 보장해내렸다.
우리나라에서 고되게 일했을 때 '혀 빠지게 일했다' 하고, 혹사당해
움직이지 못할 때 '혀가 빠질 지경'이라고 했음으로 미루어 고통의
극치가 혀 빠지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영어발음 하나 잘하여, 보다
외국사람처럼 되게 하기 위해 혀까지 잡아빼는 풍조는 한국의 미래를
덮는 독구름의 존재 확인이다. 겉은 노란 황색인종이면서 속은 하얀
백색사고를 하는 한국은 바나나공화국이다. 어린애 혀 빠지는 것이
가엾은 게 아니다. 바나나가 슬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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