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百八拜
베트남 오지에 사는 묘족(苗族)은 축제나 결혼 상봉 같은 경사스러운
일은 108일을 미리 잡아 매듭 108개를 엮은 매듭끈을 하루에 한 매듭씩
풀어간다고 한다. 불교국가인지라 불교에서 영향받은 것인지 불교
이전부터 있었던 문화인지는 알 수 없다.
불교에서 정신통일이 된 경지를 삼매(三昧)라 하는데 그 삼매경도
108이다. 만다라에 배치된 불보살 수도 108존(尊)이요, 재앙의 소멸을
비는 주문(呪文)도 108번 외운다해서 백팔소재(消災)라 한다. 그래서
염주알 수는 108개다. 해가 바뀌는 제야의 종을 33번 치기도 하지만 옛날
사원에서는 108번 쳤다. 108수는 불교에서만 존중되는 수가 아니다. 불교
이전의 인도 바라문교에서 해탈하려면 성전인 「우파니샤드」를 108번
되풀이해 외워야 했고 이 바라문교의 염주도 108알이었다. 여신을
찬미하는 의례에서도 108번을 찬양하고 최고신인 비쉬누의 화신인 영웅
라마의 이름도 108개다. 지금도 인도에서는 성자(聖者)에게 편지를 쓸 때
그 이름 앞에 성스럽다는 뜻인 「슈리」라는 존칭을 쓰게 마련인데 보다
존경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 때에 「백팔 슈리」라고 쓴다 한다.
108수의 뿌리에 대해 흔히들 인간 번뇌가 108개인 데서 비롯됐다고 하나
이설도 있다. 인간의 여섯 감각인 눈은 색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보며 몸은 부딪침을 알고 뜻은 법을 안다
하고, 이 감각이 대상을 파악할 때 호악(好惡) 고락(苦樂) 등 여섯
감수(感受)가 작용, 36번뇌가 생기고 이 36번뇌마다 과거 현재 미래가
있어 합계 108번뇌라는 것이다. 또한 1년 12달에 24절기 72후(候)를
합쳐서 108이 됐다는 설도 있다. 곧 배불(拜佛) 108번을 하면 번뇌를
끊고 참회를 하는 것이 되며 불행이 사라지고 소원 성취하는 신앙수단이
돼왔다. 농성중인 발전노조원들이 조계사 대웅전으로 피신하자 경찰이
이를 쫓아 연행하는 과정에서 법회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이를
사과하는 뜻에서 종로경찰서장이 조계사로 찾아가 수백신도 앞에서
참회문을 낭독하고 108 배불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위정자들이
국민에게 사과 참회하기로 들면 전국 대소 사원 법당이 비좁을 지경이요,
그 지경에 좀 이르러 보았으면 하는 백팔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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