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은하 철도

bindol 2022. 11. 27. 06:15

[이규태 코너] 은하 철도

조선일보
입력 2002.03.31 19:45
 
 
 
 


은하속의 별들을 오가는 동화성의 소설로 생각나는것은 프랑스 작가
생텍쥐베리의 「별의 왕자들」을 들수 있다.왕자는 여섯 별나라를 거쳐
지구에 온다.첫째 별의 임금은 자기만이 최고라는
오만독존형(傲慢獨尊型)이고 둘째 별에서는 자아도취형의 사나이를
만나며 세째 별에서 만난 사나이는 망각을 위해 마시고만 사는
주정형이다.네째는 별을 평생 헤아리며 돈 벌것을 꿈꾸고 사는
이재형이요 다섯째는 가로등에 불을 키고 다니는 이타형(利他型)이며
여섯째별에서는 탐험을 즐기는 늙은 지리학자를 만난다.일곱번째 별인
지구에 와보니 왕만도 111명 지리학자 7000명 실업가 90만명 주정뱅이
750만 오만독존형 인간이 3억이나 되었다.왕자는 지구의 사막을
방황하면서 고향의 별에 두고온 한 구루 장미가 그리워진다.우주가
아무리 넓고 크고 많은것이 다 있어도 자신이 소중히 물을 주어 기른
오로지 한가지가 소중함을 절감한다.그 넓은 우주를 다 돌아보아도
소중한것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어느 한가지 것이라는 어른용 동화다.

일본의 천재작가 미야사와겐지(宮澤賢治)의 「은하철도의 밤」이라는
동화도 어른용 동화다.은하열차는 죠반니와 그의 친구 캄파네라를 태우고
꿈의 4차원세계를 누빈다.죠반니는 차원새계를 프리패스하는 차원열차
통행증을 가졌고 캄파네라는 천당뿐 아니라 가지못할곳없는 무소부지의
통행증이다.은하열차는 이들을 싣고 공간 차원과 시간 차원이 교차된
복합 차원을 누비며 죽음에 이르는 자신들을 발견한다.이 소설은
만화영화가 되어 은하철도라는 표제로 상연되기도 했다.

은하라는 공상세계를 누비는 철도는 동화속에서만 부설이 돼왔었다.한데
그 공상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미국을 비롯 16개국이 기술과 돈을
추렴해서 짓고잇는 우주정거정을 기점으로 NASA에서 은하철도
109키로미터를 부설하기로 하고 금년안에 3분의 1의 시공을 마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이 은하철도가 인류에 무슨 효용이 있는가에
대한 전제는 없다. 오히려 별의 왕자들이 순방한것같은 악들의
발견뿐일지 모른다.차라리 공상 세계를 다치지말고 보존하는 편이 인류를
위하는 일이 될지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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