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어린이 反戰전람회
주(周)나라 문왕(文王)은 변방 곳곳에 무력증강보다 평화촌을 만들어
이웃나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놀게 했다. 휴머니즘 완충지대를
만든 것이다. 「부드러움으로 억센 것을 막는다(以柔制剛)」는 스승
죽자(粥子)의 권고를 받아들여 평화를 유지시킨 것이다. 파죽지세로
이탈리아 반도를 남하하던 프랑스의 샤를르8세가 해어진 누더기옷을 입고
길바닥에 쓰러진 한 소녀의 애원을 듣고 총부리를 돌리게 했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독재자 히틀러가 역사에 미치는 힘보다 소녀 안네 프랑크가
미치는 힘이 한결 크고, 보다 유구하다」고 말한 것은 알베르 카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의 주제가 되기도 했던 유고의 드리나강의 다리는
고대에는 로마와 게르만이 양편에서 대결했고, 근세에는 터키와
오스트리아가, 근대에는 헝가리와 독일이 피를 보더니 얼마전까지는
세르비아와 보스니아가 적대하고 있었다. 한데 예부터 총격전이 벌어지면
양편에서 어린이들이 촛불을 켜들고 다가가 포옹을 함으로써 총격을 멎게
하곤 했다 한다. 어린이의 힘이 과시돼 내린 드리나강의 다리다.
80년대초 미국 소녀 사만다양(孃)은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던
안드로포프에게 편지를 띄웠다. 「전쟁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투표를
한다면 어느 편에 투표하시겠습니까」 하는 내용이었다. 이 편지가
인연이 되어 사만다양은 소련에 공식 초청돼 오갔던 꼬마 평화대사로
날카롭던 대립의 칼날을 무디게 했던 것이다. 85년에는 미·소 양국
어린이 9명씩 뉴욕에서 평화회담을 갖고 「이 세상의 어떤 어른도 자기
아들 딸 죽이기를 원치 않기에 핵전쟁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한다」는 성명을 냈었다.
지금 이탈리아에서는 어린이들의 반전 평화운동인 키즈 게르니카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그 중 적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소녀 넷이
평화를 염원하는 합작 그림이 이목을 끌고 있다는 아사히 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팔레스타인 소녀들은 아버지 품에 안겨 죽어가는 소년 그림을
이스라엘 소녀들은 자폭테러 속에 겁먹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그렸고,
그 중간에 넷이 합작해 태양을 그려 화해를 상징시킨 것이다.
이유제강의 비둘기가 중동의 해묵은 전운을 무산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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