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비밀 46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朽木不可雕<후목불가조>

[漢字, 세상을 말하다] 朽木不可雕 중앙선데이 유상철 기자 6.13 지방선거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하나. 사람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해도 후보의 됨됨이가 아닐까 싶다. 이와 관련해 북송(北宋) 때 사람 범중엄(範仲淹)의 말처럼 “천하의 근심은 먼저 걱정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나중에 즐거워한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는 그런 인물은 어떨까. 한데 천하의 근심과 즐거움만 따지는 건 자칫 너무 거창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조금 더 세심한 사람을 찾아보자. 청(淸)대 인물 정판교(鄭板橋)가 읊은 시에 나오는 이런 관리의 자세는 또 어떨까. “관사에 누워 댓잎 소리 듣자니 고생스러운 민초의 신음 소리 같구나. 볼품없는 이 사람 작은 고을 관리이지만 가지 하나 잎 하..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風景<풍경>

[漢字, 세상을 말하다] 風景 중앙선데이 풍경은 바람과 빛을 합친 말이다. 1600여 년 전, 중국 동진(東晉) 시대에 처음 사용됐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의미는 풍광(風光)이다. 남송(南宋)시대 편찬된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편에 보인다. “장강(長江)을 건너는 이들아, 풍광은 옛날과 다르지 않구나. 다만 산하를 통치하는 자가 달라졌을 뿐(過江諸人, 風景不殊, 正自有山河之異!)”.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토로한 말이다. 풍채(風采) 혹은 풍도(風度)라는 뜻도 있다. 진서(晉書) 유의(劉毅)편에 “선비들이 풍도를 중시하도록 이끌어서 마을 전체가 맑아졌다(故能令義士 宗其風景 州閭歸其淸流)”라고 유의를 상찬했다. 정경(情景)이란 의미도 있다. 2009년 중국에서 상영된 『아들딸 영웅전(兒女英雄傳)』이란 ..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折衝<절충>

[漢字, 세상을 말하다] 折衝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漢) 소제(昭帝) 때다. 황제가 학자를 모아 경제를 물었다. 그들은 “천하와 이익을 다퉈선 안 된다(無與天下爭利)”며 소금과 철의 전매 철폐를 요구했다. 상인 출신 경제관료 상홍양(桑弘羊)이 나섰다. 그는 “외적의 위협에 맞설 요새·봉화·군대에 돈이 필요하다. 소금·철 전매가 없다면 나라 곳간은 무슨 돈으로 메우냐”며 반대했다. 『염철론(鹽鐵論)』은 학자들의 천진한 이상론을 이렇게 적었다. “잘 이기는 것은 전쟁에 있지 않으며, 전쟁을 잘하는 것은 군대를 다스림에 있지 않고, 군대를 잘 다스리는 것은 병법을 펼치는 데 있지 않다(善克者不戰 善戰者不師 善師者不陣). 묘당에서 수리하고 적을 담판으로 굴복시켜 군대를 철수하라(修之於廟堂 而折衝還師).” ..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痼疾<고질>

[漢字, 세상을 말하다] 痼疾 중앙선데이 아주 깊어진 병, 그래서 고치기 힘들어진 병이 고질(痼疾)이다. 우선 떠오르는 성어가 ‘병입고황(病入膏肓)’이다. 춘추시대 진(晋)나라 경공(景公)의 이야기다. 그가 어느 날 중병에 들어 용하다는 진(秦) 나라 의사를 불렀다. 경공은 그 무렵 꿈을 꿨다. 꿈에 등장한 두 아이가 나눈 대화다. “이번에 오는 의사가 매우 용하다는데 어떡하지?” “황(肓)하고 고(膏) 사이에 숨어 있자. 아무리 의사가 용하다고 해도 그곳에 숨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膏(고)는 심장 끄트머리에 달려 있는 작은 지방(脂肪) 부위, 肓(황)은 심장과 횡경막 사이에 있는 공간이다. 침이나 약물로도 치유가 불가능한 곳이다. 경공을 진찰한 진나라 의사는 “병이 이미 고황에 들어 치료할 수..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十目所視<십목소시>

[漢字, 세상을 말하다] 十目所視 중앙선데이 유상철 기자 모야무지(暮夜無知)란 말이 있다. 모(暮)는 저녁, 야(夜)는 밤을 말하니 직역하면 밤이 깊어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그 의미가 확장돼 뇌물이나 선물을 몰래 주는 걸 ‘모야무지’라 일컫게 됐다. 후한(後漢) 시절 왕밀(王密)이란 사람이 양진(楊震)이란 이에게 황금을 선물하며 “지금은 밤이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暮夜無知者)”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세상 이치가 어디 그런가. 낮말은 새가 듣고 밤에 하는 말은 쥐가 듣는 법 아닌가. 양진이 꾸짖어 말하기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고 알고 또 내가 아는데 어째서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가(天知地知爾知我知怎說無知)”라고 했다. 하늘과 땅, 당신과 나 등 넷이 아는 걸 사지..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涅槃<열반>

[漢字, 세상을 말하다] 涅槃 중앙선데이 열반은 범문(梵文) ‘니르바나’의 음역이다. 일체의 번뇌를 불어서(Blow) 끄다(Out)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열반은 니원(泥洹)이라고도 한다. 무위(無爲), 자재(自在), 불생불멸(不生不滅) 등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 진(晉) 때 출간된 『정무론(正誣論)』은 “일단 니원에 들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며, 영원히 면면(綿綿)하다”고 썼다. 열반은 부처가 세상에 오시기 전, 인도 『오의서(奧義書)』에도 보인다. 오의서는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경지로 열반을 얘기했다. 석가 입적 후 열반에 대한 의미가 진화한다. 현세(現世)의 수행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생존 동안에는 완전한 열반을 얻기 어렵다고 봤다. 사후에 비로소 완전한 열반을 얻는다는 것이..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毋亡在莒<무망재거>

[漢字, 세상을 말하다] 毋亡在莒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나라의 부침이 계절마다 뒤바뀌던 춘추(春秋)시대 산둥(山東) 반도 거(莒) 땅에 얽힌 이야기가 『사기(史記)』 ‘전단(田單) 열전’에 전한다. 북방의 강국 연(燕)나라 명장 악의(樂毅)가 제(齊)나라를 침략했다. 거성(莒城)과 즉묵(卽墨)을 제외한 전국이 짓밟혔다. 제나라 하급관리 전단이 나섰다. 반간(反間)계로 악의부터 낙마시켰다. 이어 소 1000여 마리 꼬리에 기름 적신 갈대를 매달고 불을 붙여 야습을 감행했다. 기세를 몰아 제나라 고토 수복에 성공했다. 거(莒)성에 피신했던 제 환공(桓公)이 왕위에 오른 뒤 관중(管仲)과 포숙아(鲍叔牙), 영척(甯戚)을 위해 술자리를 마련했다. 포숙아에게 돌연 장수(長壽) 비결을 물었다. “공께서는 거 땅에..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雨天<우천>

[漢字, 세상을 말하다] 雨天 중앙선데이 메마른 봄의 밤에 내리는 비를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이렇게 표현했다.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우리말로 풀면 “만물을 적시는구나, 촉촉이, 소리 없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한자세계에서 비를 그린 가장 뛰어난 형용이다. 우리말처럼 쓰고 있지만 본래는 한자에서 유래한 단어가 빗발이다. 한자로는 雨脚(우각)으로 적는다. 두보의 시를 처음 우리말로 풀었던 에서 비롯해 이제는 자연스런 우리말로 자리를 잡았다. ‘비’의 한자 雨(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표현한 글자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물의 총칭은 강수(降水)다. 보통은 눈과 비로 나눈다. 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빗댄 말은 운자(雲子)다. ‘구름의 아들’이다. 겨울 뒤 맞는 봄에 차갑게 내리는 비는 ..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以隣爲壑<이린위학>

[漢字, 세상을 말하다] 以隣爲壑 중앙선데이 유상철 기자 학(壑)은 구렁을 뜻한다. 따라서 이린위학(以隣爲壑)은 이웃을 구렁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자신의 어려움이나 재난을 남에게 떠넘기는 경우를 가리킬 때 쓰인다. 『맹자(孟子)』에 나온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백규(白圭)라는 사람이 있었다. 주(周)나라 출신으로 맹자와 같은 시기에 활약했으며 양(梁)과 제(齊), 진(晉) 나라 등에서 두루 벼슬을 할 만큼 능력이 뛰어났다. 그의 재주는 물길을 잘 잡는 데 있었다. 치수(治水) 전문가였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재주가 매우 뛰어나며 치수에서도 큰 공을 이뤘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급기야 자신의 치수 능력이 순(舜) 임금 때 치수를 맡았던 우(禹)보다도 훌륭하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맹자가 백규의 ..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弔問<조문>

조문은 죽은 자를 찾아 명복을 비는 일이다. 문상(問喪)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조문 대신 조언(吊唁) 혹은 조상(吊丧)이란 표현을 더 많이 쓴다. 弔는 吊의 이체(異體)다. 글자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뜻이란 얘기다.중국의 장례 예절은 주공(周公)이 저술한 『주례(周禮)』에서 확립됐다. 시대에 따라 내용과 격식은 변했지만 핵심은 그대로다. 망자에 대한 존중이다. 당(唐) 고조와 태종은 국가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법치와 예제(禮制)를 치국방침으로 정했다. 법치를 위해서는 『당률(唐律)』을, 예제를 위해선 『정관신례(貞觀新禮)』를 편찬했다. 후일 당 현종은 『대당개원례(大唐開元禮)』로 이를 집대성했다. 법제와 예제 가운데 가장 엄격한 대목이 장례다. 중국인들이 망자에 대한 예의를 모든 예의의 근본으로 삼았..

漢字의 비밀 202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