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비밀 46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搾取<착취>

[漢字, 세상을 말하다] 搾取 중앙선데이 한자세상 3/30 착취는 짜내서 뭘 얻는 행위다. 기름이나 과일즙을 짜낸다는 말이다. 힘없는 자의 재화를 가혹하게 짜낸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탐관오리(貪官汚吏)의 가렴주구(苛斂誅求)는 수탈(收奪)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이 밖에도 압착(壓搾), 박삭(剝削), 반박(盤剝), 수괄(搜括) 같은 단어가 두루 사용된다. 중국이 착취 분야에 관한 한 우리보다 앞선 모양이다. 착취가 권력관계, 혹은 갑을 관계를 의미하다 보니 향락과 자주 연계된다. 백성을 착취해 향락을 즐기는 권력자에 대한 비판 말이다. 만당(晩唐) 시인 두목(杜牧)은 배를 타고 가다 가녀(歌女)가 부르는 ‘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를 듣고 탄식을 금치 못한다. 남조(南朝) 진(陳)나라의 망국을 재촉한 ..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無我之境<무아지경>

[漢字, 세상을 말하다] 無我之境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자 4/13 “무아지경(無我之境)은 사물로써 사물을 본다. 무엇이 나(我)고 무엇이 사물인지 알 수 없다.” 중국 청(淸)나라 말기의 대학자 왕국유(王國維) 선생의 설명이다. 시문 비평집 『인간사화(人間詞話)』에 나온다. “유아지경(有我之境)은 내 입장에서 사물을 본다. 그래서 사물이 모두 내 색채로 물든다”는 문장과 대비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무아(無我) 발언이 논란이다. ‘신조어(新詞)’ 정치에 새로운 어휘를 추가했다. ‘중국몽’, ‘공급측개혁’, ‘일대일로(一帶一路, 21세기 육·해상 신실크로드)’, ‘인류운명공동체’ 등의 계보를 잇는다. 지난 3월 22일 이탈리아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차세대 정치인 로베르토 피코(45) ..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苦行<고행>

[漢字, 세상을 말하다] 苦行 중앙선데이 한자 세상 4/27 고행은 종교 용어다. 범문(梵文) 타파스(Tapas)에서 왔다. 힌두교는 고행을 통해 신의 축복을 얻고, 해탈에 이른다고 본다. 불교는 고행에 유보적이다. 쾌락과 금욕의 양극단을 걷어 낸, 중도를 권면한다. 자이나교는 업(業·Karma)을 씻고 다른 업을 만들지 않기 위해 고행을 택한다. 이슬람 경전 쿠란은 물질 향유를 경계하고 금생(今生)보다 내생(來生)을 중시한다. 일부 종파는 이를 근거로 고행을 강조한다. 고행은 대개 혼자 행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孤行(고행)으로 쓰기도 한다. 孤行은 동한(東漢) 천문학자 장형(張衡)의 『사현부(思玄賦)』에 처음 보인다. “혼자 걸어가는 고독함이여/홀로 쓸쓸하게 서 있네(何孤行之茕茕兮,孑不群而介立).” ..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文明<문명>

[漢字, 세상을 말하다] 文明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5/11 문(文)은 피부에 새긴 그림인 문신(文身)에서 유래했다. 꾸민 겉모습을 말한다. 바탕을 일컫는 질(質)의 반대말이다. “바탕이 겉을 앞서면 야해지고, 겉이 바탕을 이기면 번드르르해진다. 속과 겉이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군자라 할 만하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는 『논어(論語)』 옹야(雍冶)편 문장이 대표적인 용례다. 공자가 여기서 말한 ‘사(史)’를 일본의 중국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가 흥미롭게 풀었다. “천자와 제후의 어록을 엮어 기록할 때 실제 발언을 옮겨 적는 데 머물지 못하고 꼭 수식어를 덧붙인다. 이런 식으로 문장을 쓰는 사람을 ‘사’라 불렀다.” 권력자의 말을 듣기 좋게 분칠하는 어용 기자를 꾸..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示威<시위>

[漢字, 세상을 말하다] 示威 중앙선데이 한자세상 5/25 우리 식 한자어는 중국 것과 차이가 있다. 우리 말로는 반사경(反射鏡)이지만 중국에서는 반광경(反光鏡)이라 한다. 우린 보청기(補聽器)인데 중국은 조청기(助聽器)라고 부른다. 우린 응급실(應急室), 중국은 급진실(急珍室)이다. 같은 단어를 놓고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소요(騷擾)다. 우리에게 소요는 심각하다. ‘소요사태가 발생했다’면 치안이 엄중하게 위협받는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중국의 소요는 강도가 낮다. ‘소동을 일으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말썽을 피우다’ ‘귀찮게 하다’ ‘남을 못살게 군다’ 정도의 뜻이다. 성희롱을 성소요(性騷擾), 문자나 e메일 스토킹을 신소요(信騷擾), 전화 스토킹은 전화소요..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針鋒相對<침봉상대>

[漢字, 세상을 말하다] 針鋒相對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6/8 “모든 문답이 바늘과 칼날이 맞부딪치듯 해, 가는 터럭만 한 틈조차 없었다(夫一切問答 如針鋒相投 無纖毫參差).” 송(宋)나라 때 석가모니 제자의 일화를 모아 정리한 선종 경전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의 한 구절이다. 바늘 침을 날카로운 칼날로 맞받는다는 성어 침봉상대(針鋒相對)의 출처다. 맞대응을 뜻하는 영어 ‘팃포탯(tit fot tat)’의 중국식 표기로 쓰인다. 성경 속 경구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직역한 “이안환안 이아환아(以眼還眼 以牙還牙)”라고도 한다. 미·중 신냉전 시대를 맞은 중국의 전술이 침봉상대다. 미국을 상대로 먼저 공격하지 않지만,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응수하겠다는 후발제인(後發制人)의 태도다. 용과 호..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丹心<단심>

[漢字, 세상을 말하다] 丹心 중앙선데이 한자세상 6/22 단심은 붉은 마음이다. 군주과 국가에 대한 충절, 인간에 대한 사랑과 지조를 상징한다. 시(詩)로, 노래로, 드라마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다. 1981년 조용필이 발표한 노래 ‘일편단심 민들레야’는 광주 민주화 항쟁을 겪은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려 말 이방원(李芳遠)의 하여가(何如歌)를 되받아친 정몽주(鄭夢周)의 단심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는 시처럼 그의 단심은 선죽교에 붉은 피로 스몄고, 지금도 가실 줄 모른다. 단심은 남송(南宋) 시인 육유(陸游)의 시에 처음 보인다. 거듭된 북벌 주장이 간신에 막히자 황제 고종(高宗)을 향해 일갈한다. “천 년 역사에 이름 없으니 부끄럽구나. 한 조..

漢字의 비밀 2021.12.07

[漢字, 세상을 말하다] 別鄞女<별은녀>

돌아가는 삼각지 [漢字, 세상을 말하다] 別鄞女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7/6 지난주 사진 한 장이 세상을 울렸다. 멕시코 국경의 리오그란데 강을 헤엄쳐 미국을 향하던 스물다섯 아빠와 두 살배기 딸의 주검이다. 떠내려가지 않도록 셔츠로 딸을 감싼 모습이 보는 이의 애를 태웠다. 옛 중국에 비슷한 또래의 딸을 보낸 아버지의 노래가 전한다. 송(宋)의 개혁가 형공(荆公) 왕안석(王安石·1021~1086)이 지은 ‘은녀와 헤어지다(別鄞女)’다. “나이는 이제 서른인데 벌써 힘 빠진 노인이다/무엇을 보아도 가슴이 아파 나 자신을 책망할 뿐/오늘 밤 작은 배를 타고 너에게 작별을 고하러 왔다/죽은 너와 살아 있는 나는 이제 동과 서로 헤어진다(行年三十已衰翁, 滿眼憂傷隻自攻. 今夜扁舟來訣汝, 死生從此各西東..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梅雨<매우>

[漢字, 세상을 말하다] 梅雨 중앙선데이 한자세상 7/20 태풍 ‘다나스’가 오기 전까지 중부는 마른장마였다. 며칠 빗줄기가 비치더니 곧바로 폭염이 닥쳤다. 푸른 매실이 누렇게 익어가는 황매(黃梅)의 계절에는 큰비가 자주 온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장마를 梅雨 혹은 黃梅雨라고 부른다. 옛 중국 농부들은 장마 때 강수량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을까?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다. 그들이 즐겨 불렀던 노동요(勞動謠)를 하나 보자. “도화(桃花) 물 넘치면 필시 마른장마(發盡桃花水 必是旱黃梅)로다.” 복숭아 꽃 피는 봄에 비 많으면 장마철에는 비가 적다는 얘기다. “봄날에 물 많으면 여름에 물 마르네(春水鋪 夏水枯)”라고도 노래했다. 이 같은 격언은 한둘이 아니다. “음력 정월 눈 내린다. 황매 때엔 물 들겠네(臘月..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斬草除根<참초제근>

[漢字, 세상을 말하다] 斬草除根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8/3 5월 경신(庚申)일, 정(鄭)나라 장공(莊公)이 진(陳)나라를 침략해 많은 포로를 잡았다. 과거 정 장공이 진나라에 우호 관계를 요청했지만 진 환공(桓公)은 거절했다. 환공의 동생인 오보(五父)가 “어진 사람을 가까이하고,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親仁善鄰)은 나라의 중요한 일입니다. 임금께선 정나라의 요청을 수락해야 합니다”라고 간언했다. 환공은 “송(宋)과 위(衛)나라가 골칫거리다. 정나라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겠나”라며 끝내 거절했다. 군자가 이를 이렇게 평가했다. “선은 놓쳐서는 안 되고 악은 키워서는 안 된다. 이는 진 환공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악을 키우고 바로잡지 않으면(長惡不悛·장악부전) 바로 재앙을 자초할 것이..

漢字의 비밀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