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233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 진정한 스승 다산, 제대로 된 제자 황상

네 자식이 어찌 내 손자와 다르랴 - 다산 정약용 - 汝子何異吾孫·여자하이오손 汝能生子(여능생자), 欣喜不可狀(흔희불가상). 吾兒尙無此事(오아상무차사), 汝子何異吾孫(여자하이오손)? 新用附子而得此男(신용부자이득차남), 名曰天雄(명왈천웅), 可也(가야). 來受吾賀也(내수요하야).” “네가 아들을 낳았으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기쁘구나. 내 아이들은 아직 이런 일이 없으니, 네 자식이 어찌 내 손자와 다르랴? 새로이 부자를 써 이 아들을 얻었으니, 이름을 ‘천웅’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와서 내 축하를 받도록 하거라. 위 글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여유당전서’에 실리지 않은 간찰(편지글)로 ‘다산간찰집’에 있다. 편지를 쓴 사람은 다산 선생이고, 수신인은 그가 가장 아끼던 제자인 치원..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알아주는 각별한 벗

天涯知己·천애지기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박지원(1737~1805)은 혼천의·자명종을 완성해 사설 천문대를 세웠던 실학자 홍대용(1731년~1783)의 묘지명 ‘洪德保墓誌銘(홍덕보묘지명)’을 썼다. 다음은 그중 마지막 대목이다. 덕보(德保)는 홍대용의 자(字)다. “噫!(희) 其在世時(기재세시) 已落落如往古奇蹟(이락락여왕고기적) 有友朋至性者(유우붕지성자) 必將廣其傳(필장광기전) 非獨名遍江南(비독명편강남) 則不待誌其墓(칙불대지기묘) 以不朽德保也(이불후덕보야). ”(아아! 그는 살아 있을 때 이미 우뚝하여 옛사람들의 기이한 자취와도 같았기에, 지성(至性)의 벗이 있어 필시 그의 사적을 널리 전할 것이므로, 비단 이름이 양자강 이남에만 두루 퍼지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묘에 묘지를 묻을 것도 없이 덕..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 석 잔 술이면 대도에 통하는 것을- 소동파

正賴三杯通·정뢰삼배통 虛而明(허이명) 텅 비면서 맑아지고 一而通(일이통) 하나이면서도 통한다) 安而不懈(안이불해) 편안하되 해이해지지 않고) 不處而靜(불처이정) 은거하지 않아도 조용하며 不飮酒而醉(불음주이취)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하고 不閉目而睡(불폐목이수) 눈감지 않고도 잘 수 있다 필자가 젊은 시절 술자리에서 자주 인용한 북송의 시인 동파 소식(1036~1101)의 글로, ‘蘇軾文集(소식문집)’에 나오는 ‘思堂記(사당기)’이다. 소동파가 술을 통해 빈 마음을 얻고, 나아가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하는 禪的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였음을 보여준다. 술을 통한 소동파의 깨달음(?) 과정을 한번 보자. 소동파는 창작에서도 술이 영감의 흥취를 배가시킨다고 했다. “吾酒後乘興作數十字(오주후승흥작수십자) 나는 술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