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23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3)] 예(藝):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3)] 예(藝):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AI 등장으로 예술의 정의(定義)도, 역사도 바뀌려나 하영삼 경성대 교수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원래 인간 생존을 위해 곡물 심는 기술에서 출발… 훗날 ‘아름다움 표현하는 인간의 활동’으로 정의돼 1. 유어예(游於藝), 예술에 노닐다 도(道)에 뜻을 두며, 덕(德)을 굳게 지키며, 인(仁)을 떠나지 아니하며, 예(藝) 속에서 노닐었다.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遊於藝”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한평생 살아온 자신의 길을 회고하면서 한 말로 알려져 있다. 공자는 도(道)와 덕(德)과 인(仁)과 예(藝), 이 네 글자로 자신의 인생을 설명했던 것이다. 송나라 때의 주희(朱熹, 1130~1200)는 이..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2)] 사(師): 군사 지도자에서 진정한 스승으로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2)] 사(師): 군사 지도자에서 진정한 스승으로 인간 나아갈 길 전수하고, 해야 할 일 가르치는 존재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지위·신분·나이 떠나 도(道) 갖췄다면 스승의 자격 충분…진정한 사표 찾아 의문 해소하고 미래의 예지 배워야 1. 사도(師道): 스승의 길 옛날부터 배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스승을 모셨다. 스승이란 도를 전수하고, 전문지식을 가르치며, 의문을 풀어 주는 존재다. 사람이란 태어나면서 다 아는 존재가 아닐진대 어찌 의문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의문이 있는데도 스승을 모시지 않는다면, 그 의문은 영원히 풀 수 없으리니. 古之學者必有師(고지학자필유사) 師者, 所以傳道受業解惑也(사자, 소이전도수업해혹야) 人非生而..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1)] 제사 공동체, 사(社)를 넘어서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1)] 제사 공동체, 사(社)를 넘어서 ‘끼리끼리’ 내부거래는 미래사회 진입 막는 장애물 하영삼 경성대 교수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사에 대한 존중만큼이나 사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횡포 경계해야…중(中)처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관계 맺음의 윤리 지키는 게 중요 1. 개인의 희생 꾀꼴꾀꼴’ 꾀꼬리가 노래해요, 가시나무에 앉아서. 누가 ‘목공’을 따라 무덤으로 들어갔나요? ‘자거’ 집안의 ‘엄식’이가 따라갔지요. 그때 ‘엄식’이가, 우리 모두를 대신해 선택됐죠. 그는 무덤 입구로 다가가면서, 팔다리는 두려움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요. 저리도 창창한 하늘이, 우리의 모든 착한 양민들의 생명까지 앗아갑니다. 우리가 그의 몸값이라도 지불하고 살려낼 수만 ..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0)] 시(詩): 언어가 머무는 곳, 뜻이 가는 곳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10)] 시(詩): 언어가 머무는 곳, 뜻이 가는 곳 ‘나라는 쓰러져도 봄은 오는구나’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고대 중국에선 “[시경]을 모르는 자와는 말도 섞지 말라”는 격언…공자 “시는 마음을 일으키고 세상을 보게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게 한다” 1. 춘망(春望), 시성 두보(杜甫)의 절창(絶唱) 國破山河在 나라가 쓰러져도 산하는 여전하고 城春草木深 봄이 찾아온 성에는 초목이 무성하네 感時花濺淚 저 꽃은 시대를 슬퍼하여 눈물 뿌리고 恨別鳥驚心 저 새는 이별을 아파하여 마음 졸이네 烽火連三月 춘삼월에도 봉화 연기는 가시지 않고 家書抵萬金 억만금보다 더 소중한 가족의 소식 白頭搔更短 흰 머리 긁고 긁어 더욱 듬성듬성 渾欲不勝簪 이제..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9)] 도(道): 인간이 걸어야 할 길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9)] 도(道): 인간이 걸어야 할 길 만물의 이치 따르며 자연과 조화 이뤄야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사람들에게 길은 소통·교류·융합·발전의 상징으로 여겨져… 도가에서는 무위자연, 유가에서는 널리 사랑하는 것이 ‘도’ 1. “촉(蜀)으로 가는 길의 어려움”, 촉도난(蜀道難) “아아, 험하고도 높아라, 촉으로 가는 길이여! 하늘을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렵구나!(噫籲嚱, 危乎高哉, 蜀道之難, 難於上青天!) 당나라 때의 대시인 이백(李白, 701~762)의 ‘촉도난(蜀道難)’의 시작 구절이다. 이 시가 읊고자 했던 상징은 여러 가지라 하지만 ‘촉(蜀)으로 가는 길’의 험난함을 비유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촉(蜀)은 지금의 쓰촨(四川)..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8)] 선(善):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우리 안의 능력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8)] 선(善):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우리 안의 능력 본성은 운명에서 나오고 운명은 하늘이 내려준다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던 동양적 가치의 급속한 해체…견리망의(見利忘義) 횡행하는 시대에 되새겨야 할 인간 본성 며칠 전 대단히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중국의 한 도시에서 19세 여고생이 고층빌딩에 올라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를 보려고 몰려든 군중이 말리기는커녕 “어서 뛰어내리라”고 부추기거나 “겁을 먹어 못 뛰어내린다”는 식의 야유를 보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구조대원의 손을 아슬아슬하게 부여잡고 있던 여고생은 끝내 손을 뿌리치고 뛰어내렸고, 이를 본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까지 쳤..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7)] 미(美): 권력 테크놀로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의 감성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7)] 미(美): 권력 테크놀로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의 감성 부·권력·계층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존재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원시적 아름다움 美, 문학적 아름다움 詩, 기술적 아름다움 藝…세속적 이해관계 벗어나 세상 변화시키는 능력의 발아(發芽)이기도 1. ‘아름다움’이란? 꽃이 폈다. 이름 모를 야생화가 정원의 한구석을 수북하게 덮었고, 또 한쪽에서 수국이 드디어 꽃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장미는 한창이더니 선 붉은 꽃잎을 무수히 낙하시키고도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 전에는 모란과 작약이 화려한 자태를 뽐냈고, 철쭉·영산홍·동백·개나리·튤립·수선화·매화·목련도 폈었다. 이제 튤립과 수선화가 진 자리에서 백합이 ..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6)] 중(中): 사사로움에 치우치지 않는 마땅함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6)] 중(中): 사사로움에 치우치지 않는 마땅함 올바름을 지속하긴 어렵지만, 권력을 정의로 정당화하긴 쉬워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6)] 중(中): 사사로움에 치우치지 않는 마땅함 올바름을 지속하긴 어렵지만, 권력을 정의로 정당화하긴 쉬워 jmagazine.joins.com 천하의 근본으로 넘치거나 모자람 없이 꼭 알맞은 상태…좌우 양극단 미세한 차이까지 헤아려 쏠리지 않도록 해야 1. 중(中)은 과연 과녁의 중앙과 같이 ‘한가운데’라는 뜻인가? 경상북도 안동 옆에 예천이라는 곳이 있다. 한자로 ‘醴泉’이라 쓰는데 예(醴)는 제사에 쓰는 단술을 뜻하고, 천(泉)은 샘을 뜻하니 ‘단맛 나는 ..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5)] 중국 문화의 근원 유(儒): 유연함의 미덕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5)] 중국 문화의 근원 유(儒): 유연함의 미덕 흘리지 않고, 변화 도모할 수 있어야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교수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체제의 경직성 녹이고 새로운 시작 명하는 수행적 행위 지칭…‘중국몽(中國夢)’은 仁·和·禮 등 유교적 가치에 기반한 슬로건 유(儒)는 학자나 지식인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쓰였으며, 그러한 사람들의 집단을 유(儒), 그러한 학파를 유가(儒家), 그러한 학문을 유학(儒學)이라 부르게 됐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서 구용하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 송중기. 1. 유교의 시조(始祖),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살까? 거의 20년 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도발적 주장이 온 나라를 휩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미 죽은 공자가 ..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4)] 살 만한 삶을 위한 실천, 예(禮)

[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4)] 살 만한 삶을 위한 실천, 예(禮) 신을 모시는 마음으로 타인을 공경하라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교수 글자크기글자크게글자작게|프린트 공자·맹자·순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근원”… 서로 인정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길’ 1. 해시태그 운동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해시태그(hash tag activism) 운동이 한창이다. 해시태그란 특정 주제를 쉽게 검색하기 위해 키워드 앞에 #을 붙이던 ‘관행’이 정치·사회 이슈를 공유하기 위한 사회운동으로 확대된 것을 말한다. 2011년 세계 금융시장의 상징인 월가(街)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시작된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거하라)가 해시태그 운동의 오래된 예다. 최근에는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