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엔 덥기가 한여름 같은데 밤이 되니 차갑기가 노추(老秋)와 같구나(白晝炎炎若盛夏 半夜凄凄如老秋).” 송(宋)대 진순(陳淳)이 읊은 노래가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다. 낮엔 덥다가도 해만 떨어지면 으스스하다. ‘노추’는 노쇠해 한 과정이 거의 끝나가는 가을이라는 뜻에서 음력 9월을 말한다. ‘다했다’는 의미를 가진 궁(窮)을 써 궁추(窮秋), ‘저물어 간다’는 뜻의 모(暮)를 앞에 붙여 모추(暮秋)라 부르기도 한다.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내리는 비는 그리운 고향을 떠오르게 하고, 강가에 부는 바람은 저무는 가을을 막네(蓬雨延鄕夢 江風阻暮秋)”라 했다. 음력 9월의 저물어 가는 가을은 모상(暮商)이나 계상(季商)으로 일컫기도 한다. 상(商)은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 오음(五音) 중 하나로 사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