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漢字, 세상을 말하다] 雨傘[우산]

중국 최고 권위의 건축상은 노반장(魯班奬)이다. 프리츠커상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면 노반장은 중국의 프리츠커상이다. 노반(魯班)은 중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린다. 본래 성은 공수(公輸), 이름은 반(盤)이다. 춘추(春秋)시대 노(魯)나라 장인(匠人) 집안에서 태어났다. 중국 토목산업의 시조이자 최고의 발명가로 추앙받는다. 그는 초(楚)를 위해 당시로서는 첨단 무기인 공성용 사다리 운제(雲梯)를 발명했다. 송(宋)을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에 평화주의자인 묵자(墨子)가 초나라로 달려갔다. 초왕은 막무가내로 침공을 고집했다. 묵자는 모의 전투를 제안했다. 아홉 차례 싸움에서 묵자가 모두 노반을 꺾었다. 묵자는 제자 300명이 이미 송나라 방어 준비를 마쳤으므로 자신을 죽여도 송을 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儒

오늘 9월 28일은 공자(孔子)탄신 2565주년 되는 날이다. 공자는 ‘유가(儒家)’를 일으킨 창시자이자, 동아시아 정신문명을 열어간 대스승이다. 그의 학파를 두고 왜 ‘儒(유)’라고 표현했을까. ‘儒’는 선비를 뜻한다. 굳이 오늘 말로 표현하자면 ‘학자’다. 그러나 글자가 등장한 고대 중국에서 ‘儒’는 장례사를 일컫는 말이었다. 자전 『설문해자(說文解字)』는 ‘儒, 柔也, 術士之稱’이라고 했다. “글자 ‘儒’는 부드러움을 뜻하며, 술사(術士)를 지칭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술사가 바로 장례를 주관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술사의 지위는 높지 않았다. 언제나 남에게 순종해야 했고, 낮은 자세로 일했다. 그러니 ‘부드럽다’는 뜻이 나온 것으로 중국의 언어 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장례사는 인간과 하늘을..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自勝者强[자승자강]

세상은 언제나 경쟁으로 가득하다. 남과 비교해 내가 얼마나 낫고 또 못한가를 가르는 대표적인 형태가 시험이다.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시험에 의한 경쟁은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스포츠 또한 마찬가지다. 남을 이기는 것이 지상과제다. 남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고, 더 멀리 가야 나의 존재 가치가 있다. 공부야 상위권이면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스포츠 세계에서는 오직 우승한 자만이 기억될 뿐이다.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이 그제 개막됐다. 말이 좋아 축제이지 아시아 45개국의 선수들은 36개 종목에서 439개의 금메달을 놓고 피 말리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 이들에게 자승자강(自勝者强)이라는 말을 권하고 싶다. 『도덕경(道德經)』 제33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남을 아는..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浪漫[낭만]

낭(浪)은 파도다. 옛 자전(字典)은 ‘물이 바위에 부딪히고 바람을 만나 생기는 것(水激石遇風則浪)’이라 풀이했다. 격랑(激浪)·풍랑(風浪)이 파도의 용례다. 이삭 팬 보리나 밀은 바람을 받으면 물결처럼 일렁인다. 보리 물결을 맥랑(麥浪)이라 부른다. 그렇다고 맥랑이 실제 물결은 아니다. 실질 없이 허황됨을 일컫는 맹랑(孟浪)이 여기서 나왔다. 낭(浪)에는 ‘제멋대로’라는 방탕·방종의 뜻도 있다. 낭비(浪費)·방랑(放浪)에 쓰인다. 낭만(浪漫)은 본디 ‘제멋대로 하다’는 의미다. 송(宋)나라 소식(蘇軾)은 “근년에 불현듯 삶이 뜬구름 같음을 깨달았으니, 이제 오(吳)나라 일대를 내 멋대로 거닐겠다(年來轉覺此生浮, 又作三吳浪漫游)”라고 노래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되자 서구에서 이성(理性)에 반기를 ..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靜夜思<정야사>

곧 추석이다. 이날 만큼은 ‘방탄 국회’도 잊고, 특별법 논란도 밀쳐내자. 둥근 달을 보며 더 밝은 내일을 소망하자. 시선(詩仙) 이백(李白)이 지은 보름 달 시(詩) 두 편을 소개한다. 우선 ‘고요한 밤의 생각’이라는 ‘정야사(靜夜思)’라는 시다. 床前明月光(상전명월광) 침대 머리 맡으로 흘러든 밝은 달 빛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땅에 서리가 내렸나 했네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 고개를 들어 산에 걸린 달을 바라보고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 ‘땅에 비친 달 빛이 흡사 서리가 내린 듯 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는다. 가족 모두 모이는 명절이건만, 밝은 달을 보고 고향을 그려야 하는 나그네의 고독이 물씬 풍겨난다. ‘달 아래에서 홀로 술을 마신다’는 제목의 ‘월하독작(月下獨酌)..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企業[기업]

한자 업(業)은 본래 널빤지를 뜻하는 상형자다. 여기에 종과 북 같은 악기를 걸어 보관했다. 책장으로도 쓰였다. 이후 일이란 뜻이 더해졌다. 학업·사업·가업·산업이 용례다. 『역경(易經)』에 보이는 성덕대업(盛德大業)은 ‘행동은 큰 덕을 이루고 일로는 훌륭한 업적을 쌓는다’는 뜻이다. 창업(創業)은 본디 나라를 세운다는 의미였다. “군자가 나라를 세우고 왕통을 전하는 것은 이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君子創業垂統 爲可繼也).”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장의 구절이다. 기(企)는 사람(人)과 발자국(止)으로 이뤄진 글자다. 발뒤꿈치를 들고 멀리 내다보는 모습이다. ‘발돋움하다’라는 뜻이다. 사람이 까치발로 멀리 내다보는 것은 무언가를 계획할 때다. 기획(企畵)의 의미가 예서 나왔다. 이 두 글자를 ..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賞[상]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언론사를 긴장시키는 상(賞)이 하나 있다. 노벨상이다. 흔히 그 소식이 야밤에 전해지는 데다 때론 수상자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의외의 인물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 문단(文壇)도 가을만 되면 긴장한다. 혹시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문인(文人)이 선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올해도 그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끝나고 말았다. 상이란 게 참 묘하다. 상을 바라고 무슨 일을 시작하는 게 아니건만 상을 타지 못하면 마음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공로를 분명하게 조사해 그 크고 작음에 따라 엄정하게 서열을 매겨 상을 내리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은 매우 중요하다. 또 상을 줄 만하면 상을 주고 벌을 줄 만하면 반드..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淡泊寧靜 [담박영정]

『삼국지』 영웅 제갈량(諸葛亮)은 지금의 산시(陝西)성 바오지(寶鷄)에 해당하는 오장원(五丈原)에서 생을 마감한다. 서기 181년, 그의 나이 53세였다. 그는 임종 직전 8세였던 아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계자서(誡子書)』로 전해지는 그의 유언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다. 제갈량 본인의 교육 철학을 보여준다. 그대로 옮겨보자. “무릇 군자의 행동은 고요함으로써 스스로를 수양하고, 근검으로써 덕을 키워야 한다(靜以修身, 儉以養德). 담백하지 않으면 큰 뜻을 밝힐 수 없고, 평온하지 않으면 원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非淡泊無以明志, 非寧?無以致遠). 무릇 배우고자 하려면 반드시 평온해야 한다. 재능을 갖추고자 하면 반드시 공부해야 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재능을 넓힐 수 없다...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七繆[칠류]

“무릇 성현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까닭 가운데 총명함보다 나은 것이 없으며, 총명이 귀하게 여겨지는 이유 중에 인물을 잘 식별하는 능력보다 앞서는 것이 없다(夫聖賢之所美 莫美於聰明, 聰明之所貴 莫貴於知人).” 삼국지 영웅인 조조(曹操)의 인사참모 유소(劉邵: 189~244)가 저술한 인사 교과서 『인물지(人物志)』의 첫 문장이다. 유소는 용인(用人)을 넘어 사람을 꿰뚫어보는 지인(知人)을 주장했다. 유소는 인사 사고를 일곱 가지 유형으로 나눠 경계했다. 이른바 칠류(七繆)다. 첫째, 인물의 명성을 편파적으로 받아들이는 잘못이다. 명성이 실력의 전부는 아니다. 평판을 좇다 보면 세력이 큰 당파의 인물만 등용하게 된다. 둘째, 자신의 호오(好惡)에 따라 사람을 오판하는 미혹이다. 인사권자의 개인 감정에 흔들리..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무릇 성현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까닭 가운데 총명함보다 나은 것이 없으며, 총명이 귀하게 여겨지는 이유 중에 인물을 잘 식별하는 능력보다 앞서는 것이 없다(夫聖賢之所美 莫美於聰明, 聰明之所貴 莫貴於知人).” 삼국지 영웅인 조조(曹操)의 인사참모 유소(劉邵: 189~244)가 저술한 인사 교과서 『인물지(人物志)』의 첫 문장이다. 유소는 용인(用人)을 넘어 사람을 꿰뚫어보는 지인(知人)을 주장했다. 七繆 유소는 인사 사고를 일곱 가지 유형으로 나눠 경계했다. 이른바 칠류(七繆)다. 첫째, 인물의 명성을 편파적으로 받아들이는 잘못이다. 명성이 실력의 전부는 아니다. 평판을 좇다 보면 세력이 큰 당파의 인물만 등용하게 된다. 둘째, 자신의 호오(好惡)에 따라 사람을 오판하는 미혹이다. 인사권자의 개인 감정에 ..

한 週 漢字 202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