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 君子遵道而行하다가 半塗而廢하나니 吾弗能已矣노라 군자가 도를 따라 가다가 중도에서 그만두나니 나는 능히 그만두지 못하노라.
[注] 廢는 猶罷止也라 弗能已矣는 汲汲行道하여 不爲時人之隱行이라 폐(廢)는 그만두고 그침과 같음이라. ‘弗能已矣’는 도를 행하기에 몰두하여 당시 사람들의 은미한 행동을 하지 않음이라.
[章句] 遵道而行은 則能擇乎善矣요 半塗而廢는 則力之不足也니 此는 其知雖足以及之나 而行有不逮니 當强而不强者也라 已는 止也라 聖人이 於此에 非勉焉而不敢廢요 蓋至誠無息하여 自有所不能止也시니라 ‘遵道而行’은 곧 능히 선을 택함이고, ‘半塗而廢’는 곧 힘의 부족함이니, 이는 그 앎이 모름지기 족히 미치기는 하나 행함은 미치지 못함이 있으니, 마땅히 강해야 하는데 강하지 못한 자이라. 이(已)는 그침이라. 성인이 이에 힘쓰다가 감히 폐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대개 지극한 정성이 쉬지 아니하여 스스로 능히 그만두지 못하는 바가 있으시니라.
11-03 君子依乎中庸하여 遯世不見知而不悔하나니 唯聖者라야 能之니라 군자는 중용에 의지하여 세상을 은둔해 알아주지 아니하여도 후회하지 아니 하나니, 오직 성인이라야 능하니라. 遯 은둔할 둔
[講說] ‘遯世不見知而不悔’는 『주역』 十翼傳에서 말하는 ‘돈세무민(遯世无悶)’에 해당하고, ‘돈(遯)’이라고 읽을 때는 33번째 괘명이기도 하다. 천산돈(天山遯, ䷠)괘를 보면, 아래에서부터 음(陰)이 자라나고 있는 상으로, 소인이 점차 득세하여 쓰이고, 군자는 점차 밀려나기는 하지만 아직은 바른 도가 행해지기에 공자는 大象傳에서 “君子 以하여 遠小人하되 不惡而嚴이라(군자는 이로써 소인을 멀리하되 악하게 하지 않고 엄하게 하니라.)”고 했다. 그러나 소인이 점점 득세하여 군자가 도를 펼 수 없을 때에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것이 세상을 은둔하여 알아주지 않아도 후회함이 없는 것이고, 부와 권력을 빼앗겼다고 번민할 일도 없는 것이다.
‘遯世无悶’은 『주역』에서 공자가 두 번 거론하고 있다. 하나는 乾卦 문언전 제2절 초구 효사에 “子曰龍德而隱者也니 不易乎世하며 不成乎名하여 遯世无悶하며 不見是而无悶하여 樂則行之하고 憂則違之하여 確乎其不可拔이 潛龍也라(공자 가라사대, 용의 덕이 있으면서 숨은 자이니, 세상을 바꾸지 못하며 이름을 이루지 못하여 세상을 은둔하여도 민망함이 없으며, 옳다고 알아주지 아니하여도 민망함이 없어 즐거우면 행하고 근심스러우면 어겨서 확고하여 가히 뽑지 못함이 잠룡이라.)”하였다. ‘龍德而隱者’는 군자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때가 아니기에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不易乎世) 이름을 이루려고도 하지 않아(不成乎名) 세상을 떠나 은둔해 있어도 민망할 것이 없고(遯世无悶) 나를 옳다고 인정해주는 이가 없어도 민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不見是而无悶). 이렇게 해서 즐거우면 나름대로 행하여 보고 근심되면 어겨서 등지고(樂則行之 憂則違之), 확고하게 잠겨 끌어낼 수 없는 이가 잠룡(確乎其不可拔 潛龍也)의 은둔군자이다. 또 하나는, 『주역』 28번째 괘인 澤風大過(䷛) 대상전에서 “澤滅木이 大過니 君子 以하여 獨立不懼하며 遯世无悶하나니라(못이 나무를 멸함이 대과니, 군자가 이로써 홀로 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을 멀리해도 민망히 여기지 않느니라.)”하여 遯世无悶을 얘기하고 있다.
『논어』의 첫머리인 學而篇 첫 장에 “子曰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人不知而不慍이면 不亦君子乎아(공자 가라사대,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아니해도 성내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에서 ‘人不知而不慍’의 군자가 돈세무민의 군자의 모습이고, 위에서 말한 ‘依乎中庸, 遯世不見知而不悔’의 군자이다. 황석공(黃石公) 『素書』에서 말하는 ‘潛居抱道’의 군자도 이에 해당한다.
[注] 言隱者當如此也니 唯舜爲能如此하니라 은둔하는 자는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함을 말하니 오직 순임금만이 능히 이와 같이 하니라.
[章句] 不爲索隱行怪면 則依乎中庸而已요 不能半塗而廢하니 是以로 遯世不見知而不悔也라 此는 中庸之成德이오 知之盡이며 仁之至니 不賴勇而裕如者라 正吾夫子之事而猶不自居也시니라 故로 曰唯聖者라야 能之而已라하시니라 색은행괴를 하지 않는다면 곧 중용에 의지할 뿐이고 능히 중도에서 그만두지 아니하니 이로써 세상을 은둔해 알아주지 아니하여도 후회하지 않느니라. 이는 중용의 이룬 덕이고, 앎의 극진함이며, 인의 지극함이니 용맹에 힘입지 않더라도 여유로운 자라. 바로 우리 공자의 일인데도 오히려 스스로 거처하지 않으시니라. 그러므로 오직 성인이라야 능할 따름이라 하셨느니라.
右는 第十一章이라 子思所引夫子之言으로 以明首章之義者 止此하니 蓋此篇大旨는 以知仁勇三達德으로 爲入道之門이라 故로 於篇首에 卽以大舜顔淵子路之事로 明之하니 舜은 知也요 顔淵은 仁也요 子路는 勇也라 三者에 廢其一이면 則無以造道而成德矣니라 餘見第二十章하니라 자사가 부자의 말씀을 이끈 바로 머리장의 뜻을 밝힌 것이 여기서 그치니, 대개 이 편의 큰 뜻은 앎(知) 어짊(仁) 용맹(勇)의 삼달덕(三達德)으로 도에 들어가는 문(入道之門)이 되느니라. 그러므로 이 편 머리에 순임금과 안연과 자로의 일로 나아가 밝혔으니, 순임금은 지(知)이고, 안연은 인(仁)이고, 자로는 용(勇)이라. 세 가지에 그 하나라도 폐하면 도에 나아가 덕을 이루지 못하니라. 나머지는 제20장에 나타나느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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