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간신들의 행태를 보면 대체로 처음에는 건폐지모(鍵閉之謀)로 총애를 얻는다. 건폐의 건은 자물통이고 폐는 자물쇠인데 흔히 임금의 마음속으로 파고든다는 비유다. 그 후에 자리를 잡고서 서로 비슷한 자들끼리 붕당을 맺어 권력이 커지면 마침내 표변해 임금을 겁박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중국 서진(西晉)과 동진(東晉) 때의 왕돈(王敦·226~324년)이 전형적으로 그런 경우다. 무제(武帝)의 사위이기도 했던 그는 원제(元帝) 때 강동(江東)의 반란을 진압하는 등의 공로를 세우기도 했다. 서진이 망하고 동진이 들어설 때 동진 정권을 지지한 덕분에 대장군에 올라 병권을 장악했다. 이에 원제가 그를 견제하려고 유외(劉隗) 등을 장군으로 삼자 마침내 왕돈은 원제에게 맞서기 위해 유외 등을 제거하려고 시도한다. 이때 그는 자신의 참모 사곤(謝鯤)을 불러 의견을 구했다. 사곤이 말했다. "유외는 성호사서(城狐社鼠)입니다."
성곽에 사는 여우나 사직단에 숨어 사는 쥐라는 뜻이다. 사직단에 숨은 쥐는 연기를 피워 나오게 할 수 없고 성곽 구멍에 사는 여우는 물을 채워 넣어도 꺼낼 수 없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니 반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왕돈은 이 말을 듣지 않고 결국 반란을 일으켰다가 비참한 종말을 맞았다. 이 이야기는 진나라 역사서인 '진서(晉書)' 사곤전(謝鯤傳)에 나오는데 그 후에 성호사서는 임금의 극진한 비호를 받으며 음지에서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하는 이를 비판하는 말로 자주 사용됐다.
각종 범죄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인 황운하, 최강욱, 윤미향 의원 등이 국회로 들어가 의원 신분으로 방어막을 치는 것을 보니 딱 성호사서들이다. 어쩌면 이들을 가장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을 사람은 조국 전 장관인지도 모른다. 미처 성곽이나 사직단에 숨어들기 전에 딱 걸렸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성호사서가 과연 이들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