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때 하간왕(河間王) 유덕(劉德)은 귀한 신분이었음에도 높은 인품과 학문으로 모든 이의 존경을 받았다. 그가 죽자 헌왕(獻王)의 시호가 내렸다. 헌(獻)은 총명예지(聰明叡智)를 갖춘 사람에게 내리는 이름이다.
반고(班固)가 찬문(贊文)에 썼다. "예전 노나라 애공(哀公)이 이런 말을 했다. '과인은 깊은 궁중에서 태어나 아녀자의 손에서 자랐다. 근심을 몰랐고 두려움도 겪어 보지 못했다.' 이 말이 맞다. 비록 망하지 않으려 한들 얻을 수가 있겠는가. 이 때문에 옛 사람은 편안한 것을 짐독(鴪毒)처럼 여겼고, 덕 없이 부귀한 것을 일러 불행이라고 했다(無德而富貴, 謂之不幸). 한나라가 일어나 효평제(孝平帝) 때 이르러 제후왕이 100명을 헤아렸다. 대부분 교만하고 음탕하여 도리를 잃은 경우가 많았다. 방자함에 빠져서 세력을 누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덕이 박한데 지위가 높고, 아는 것이 적으면서 꾀하는 것은 크며, 힘이 부족한데 직임이 무거우면 재앙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德薄而位尊, 知小而謀大, 力小而任重, 鮮不及矣)." '주역' '계사(繫辭)' 하(下)에 공자 말씀으로 나온다. 송나라 때 호굉(胡宏)이 말했다. "덕이 있으면서 부귀한 사람은 부귀의 권세를 이용해 세상을 이롭게 하고, 덕이 없으면서 부귀한 사람은 부귀의 권세에 올라타 제 몸을 해친다(有德而富貴者, 乘富貴之勢以利物, 無德而富貴者, 乘富貴之勢以殘身)."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의 말은 또 이렇다. "천하에 세 가지 위태로운 것이 있다. 덕이 부족한데 총애를 많이 입는 것이 첫째 위태로움이요, 재주는 낮은데 지위가 높은 것이 둘째 위태로움이며, 몸에 큰 공이 없는데 두꺼운 녹을 받는 것이 셋째 위태로움이다(天下有三危. 少德而多寵一危也, 才下而位高二危也, 身無大功而受厚祿三危也)."
귀하게 나서 오냐오냐 자라 하고 싶은 대로 누리다 보니 '교음실도(驕淫失道)', 즉 교만 방자해져 도리를 벗어나게 되는 것은 고금에 차이가 없다. 쌓은 덕이 없이 부귀의 지위에 있는 것은 큰 불행이다.
♣ 바로잡습니다 ▲세설신어 [293―무덕부귀] 내용 중 '德而多龍一危也'에서 맨 앞에 '少'가 누락돼 '少德而多龍一危也'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