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脣亡齒寒 -순망치한-

bindol 2020. 8. 16. 03:31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이야기다. 진(晋)나라 헌공(獻公)이 괵(?)나라를 치고자 했다. 그러나 괵으로 가기 위해선 우(虞)나라를 거쳐야 했다. 그래서 헌공은 신하인 순식(荀息)을 우나라에 파견했다. 빈 손으로 갈 리는 없다. 천하의 명마(名馬)와 진귀한 구슬을 우 임금에게 뇌물로 바치며 길을 빌려 달라는 청을 넣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순망치한은 우리에겐 북한과 중국의 끈끈한 관계를 표현하는 말로 인식돼 왔다. 6.25 전쟁 때 수세에 몰린 북한을 살리기 위해 중국이 지원군을 파견하면서 순망치한 운운했던 까닭이다. 중국은 당시 북한을 도와 미군에 대항하는 것(抗美援朝)이 집을 보전하고 나라를 지키는 것(保家衛國)이라 했다. 그러나 이젠 북중 관계를 더 이상 순망치한의 관계라 부르기 어려울 것 같다. 이 달초 중국의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열렸던 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귀빈 대접을 받고 참석해 과거 김일성의 자리를 차지한 반면 북한 대표는 말석으로 밀려난 게 이 같은 변화를 대변한다. 마치 세월의 흐름에 따라 빛이 바래가는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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