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군지신(無君之臣)이란 임금이나 주군을 있어도 없는 듯이 여기는 신하를 말한다. 한마디로 임금이나 겨우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주제넘게 하는 신하를 무군지신이라 한다. 윗사람을 무시하는 망상(罔上)이나 윗사람에게 기어오르는 범상(犯上)도 같은 뜻이다. 이는 한마디로 불경(不敬)인데 왕조 시대에 제대로 된 임금이라면 그냥 두지 않았다. 한나라 때 유학자 유향(劉向)이 지은 책 ‘설원(說苑)’에는 무군지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정의가 실려 있다. 큰일을 하면서 임금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하는 것을 무군지신이라 한다는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 2월 “코로나19 확산 원인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했다가 큰 논란이 되자 “처음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될 때 그랬다는 의미다. 우리 국민이 감염의 주된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 추석 때는 뜬금없이 자기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복지부 포스터로 괴기스러우면서도 코믹한 장면을 연출했다가 복지부가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얼마 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와 관련해 “국민에게 자유를 더 부여하겠다”고 기본 인식부터 잘못된 발언을 했다가 “헌법에 정해진 기본권을 장관이 준다는 말이냐”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나같이 장관 직무 범위를 뛰어넘은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2일에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주미 대사가 “70년 전에 한국이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그 취지는 미국과 맺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본인의 변명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변명과 무관하게 이 정도 ‘민감한’ 얘기는 대사 수준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 그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런 발언은 대통령 입에서 겨우 나올까 말까 한 중대한 사안이다. 반미(反美) 발언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무군(無君) 발언을 했기에 문제라는 말이다. 그래도 이 정부에서 이 대사는 무탈할 것이다. 지금까지 무군지신이 한두 명이 아니었는데도 문책은커녕 오히려 칭찬을 받아왔다. 왜냐하면 그것이 ‘고단수 아첨’임을 자기들끼리는 위도 알고 아래도 알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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