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55] 간신 축에도 못 드는 그들

bindol 2020. 10. 28. 05:38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영행(佞幸) 혹은 영행(佞倖)이란 아첨이나 아양을 떨어 요행으로 총애를 구한다는 뜻으로 간신 축에도 못 드는 낯간지러운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래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열전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마천은 ‘영행 열전’을 이렇게 시작한다.

“힘써 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풍년을 만나는 것이 낫고 정성껏 임금을 섬기는 것보다는 임금의 뜻에만 맞추는 것이 낫다.”

물론 신하들 중에서 영행이 본분인 자들이 옛날에는 있었다. 환관(宦官), 즉 내시들이 그들이다. 그래서 범엽(范曄)은 ‘후한서(後漢書)’를 지으면서 아예 영행을 환자열전(宦者列傳)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환관이 아니면서 아첨을 일삼는 자들이 있었고 이들을 간신이나 환관과 구별해 영행(佞幸) 혹은 폐행(嬖幸)이라고 불렀다. 우리의 ‘고려사’에도 간신열전과는 별개로 폐행열전을 두어 이들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간신은 그나마 능력이나 재주는 있지만 그것을 그릇되게 쓰는 자들인 데 반해 영행은 특별한 재능이 없이 오로지 아첨만으로 총애를 구한다는 차이가 있다. 간신은 대체로 남들이 볼까 두려워 몰래 뒤에서 하는 편인데 영행은 오히려 윗사람이 제발 자신을 쳐다보아 달라고 노골적으로 아첨을 일삼는다. 따라서 그 위험성은 간신보다 덜하지만 뜻있는 이들이 지켜보기에는 참으로 민망하다.

 

눈 밝은 독자들은 이미 예상했겠지만 지난 8월 대구지검에 있다가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영전’한 진혜원 검사 이야기다. 그의 영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을 ‘달님’이라고 칭송한 바 있는 그는 최근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을 부담스러워한다고 여기고 오직 대통령의 뜻에 맞추기 위해[迎意] 자신의 상관인 윤 총장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대검찰청 앞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늘어선 것을 지적하며 “대검 나이트라도 개업한 줄 알았다”고 했다. 또 윤 총장을 ‘조폭 두목’에 빗대기도 했다. 그런데도 검찰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 아니 검찰 내 ‘영행 라인’이 있어 그에 대한 징계를 교묘히 막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리되면 제2, 제3의 진혜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논어등반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