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57] 忠奸을 가리지 못하면 暗君

bindol 2020. 11. 11. 05:54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역사를 평가할 때 명군(明君)과 암군(暗君)의 잣대는 명백하다. 먼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제자 자장(子張)이 명(明)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간신이 충신을 해치는) 서서히 젖어드는 중상모략과 (가족 측근들의)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이 행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명(明)이다.”

그러려면 군자가 무엇보다 일과 사람에 밝아야 한다. 명(明)이란 이처럼 사람에 밝고 일에 밝다는 말이다. 또한 주변의 사사로운 민원이나 간청을 단호히 끊어내는 굳센 마음[剛]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강명(剛明)이 임금 된 자의 첫째 자질이었다.

게다가 ‘주역(周易)’에서는 지속적으로 “군자는 나아오게 하기 어렵고[難進] 소인은 쉽게 성대해진다[易盛]”고 했다. 즉 군자는 쉽게 나아오지 않고 물러나기를 쉽게 여기는 반면 소인은 그와 정반대다. 요즘 우리 정치판이 딱 그런 상황이다. 여야 없이 군자다운 리더는 찾기가 어려운데, 권력을 쥔 여당 쪽에서는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종다양(多種多樣)한 언행을 선보이며 ‘신진’ 소인들이 현기증 날 정도로 빨리 늘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정청래 의원 같은 이가 이들에게 밀려 언급조차 되지 않는 지경일까? 하긴 당대표라는 사람도 국민 눈치는 안 봐도 ‘대깨문’ 눈치는 열심히 보는 판이니 정 의원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홍남기 부총리의 사퇴 쇼는 아예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이런 와중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이미 누가 보아도 범죄자의 말에만 기대 여러 차례 헛발질을 해댄 추 장관의 ‘검찰 개혁’이라는 칼은 날이 다 깨져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 거짓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리라. 윤 총장은 이에 맞서 “검찰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다. 추냐 윤이냐? 그것은 두 사람 개인 문제가 아니라 인사권자의 명암(明暗)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갈리는 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