旣集墳典 亦聚群英
【本文】
旣集墳典 亦聚群英 기집분전 역취군영
이미 궁엔 三墳五典 고서들을 모았고
또한 많은 뛰어난 英材들을 모았도다.
【훈음(訓音)】
旣 이미 기 集 모을 집 墳 무덤 분 典 법 전
亦 또한 역 聚 모을 취 群 무리 군 英 꽃부리 영
【해설(解說)】
지난 장에서는 정전(正殿)을 중심으로 좌측의 승명전(承明殿)과 우측의 광내전(廣內殿)이 있는데 광내전은 장서각(藏書閣)이요, 승명전은 서적을 출판하는 편찬소(編纂所)라 하였습니다. 그러니 이곳에는 학문에 정통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어떤 전적(典籍)이 있으며 인재들이 있었는가 하는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글자의 자원부터 알아보고 뜻을 알아보겠습니다.
기집분전(旣集墳典) 이미 궁엔 삼분오전(三墳五典) 고서들을 모았고
기(旣)는 조(皂) + 기(旡)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조(皂)'는 식기에 담은 맛있는 좋은 음식의 상형(象形)이고, '기(旡)'는 외면하는 사람의 상형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다 먹고 외면하는 사람의 모양에서, '다하다'의 뜻을 나타내고, 파생하여 '이미'의 뜻을 나타냅니다.
집(集)은 추(추) + 목(木)의 회의자(會意字)입니다. 새[隹]가 나무[木]에 모여 앉는 모양에서 '모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전문(篆文)은 목(木) + 잡(雥)의 형성자(形聲字)로, 잡(雥)은 새가 모이다의 뜻입니다.
분(墳)은 토(土) + 분(賁)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분(賁)'은 '분(噴)'과 통하여, '뿜어내다'의 뜻입니다. 여기에 '토(土)'를 합하여 흙이 뿜어낸 것처럼 봉긋하게 솟은 '무덤'의 뜻을 나타냅니다. 분묘야(墳墓也)라 했으니 '무덤'을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삼황(三皇)의 서적(書籍)을 말합니다. 이 뜻이 다시 전(轉)하여, 고서(古書)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전(典)은 책(冊) + 기(丌)의 회의자(會意字)입니다. '책(冊)'은 책의 상형(象形)이고, '기(丌)'는 물건을 얹는 받침의 상형입니다. 귀중한 책이란 뜻에서, 파생하여 '법, 모범, 서적' 등의 뜻을 나타냅니다. 《설문(說文)》에 전오제지서(典五帝之書)라 했으니 전(典)은 오제(五帝)의 경전(經典)을 말합니다.
기집분전(旣集墳典). 기집(旣集)은 '이미 모았다'는 뜻입니다. '이미 모았다' 무엇을 모았는가? 분전(墳典)을 모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전(墳典)이란 무엇인가?
분전(墳典)이란 삼분오전(三墳五典)의 준말입니다. 삼분(三墳)이란 삼황(三皇)의 사적을 기록한 서적(書籍)이고, 오전(五典)은 오제(五帝)의 세계(世系)를 기록한 서적(書籍)입니다.
그러면 삼황오제(三皇五帝)는 누구인가? 우리는 제3장 치세편(治世篇)을 공부하면서 삼황오제(三皇五帝)에 대해서 자세히 공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시지요? 다시 한번 간략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삼황오제는 중국의 역사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제왕들로 받들어지는 인물들인데 이들이 모두 동이족(東夷族)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모두 성인들로 받들어지며 그들의 도는 치세의 전범(典範)이 되기에 후세의 제왕들은 그들을 덕과 도를 숭상하여 치세의 길잡이로 삼았던 것입니다.
삼황(三皇)이란 누구를 말하는가? 여기에는 설이 분분합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는 천황씨(天皇氏)ㆍ지황씨(地皇氏)ㆍ인황씨(人皇氏)라 하였고, 《풍속통의(風俗通義)》에서는 복희(伏羲)ㆍ여와(女媧)ㆍ신농(神農)이라 하였고, 또는 수인(燧人)ㆍ복희(伏羲)ㆍ신농(神農)을 들기도 하고, 한나라 때의 사람인 공자의 12대손이라는 공안국(孔安國)이라는 사람은 복희(伏羲)ㆍ신농(神農)ㆍ황제(黃帝)라 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이설이 있습니다.
오제(五帝)에 대해서도 설이 분분합니다. 《황왕대기(皇王大紀)》에서는 복희(伏羲)ㆍ신농(神農)ㆍ황제(黃帝)ㆍ당요(唐堯)ㆍ우순(虞舜)이라 하였고, 《사기(史記)》에서는 황제(黃帝)ㆍ전욱(顓頊)ㆍ제곡(帝嚳)ㆍ당요(唐堯)ㆍ우순(虞舜)이라 하였고, 공안국(孔安國)은 소호(少昊)ㆍ전욱(顓頊)ㆍ제곡(帝嚳)ㆍ당요(唐堯)ㆍ우순(虞舜)이라 하였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설이 있습니다.
이 중에 몇 명의 예를 들어본다면 수인씨(燧人氏)는 화식(火食)의 발명자로 알려져 있고, 복희씨(伏羲氏)는 황룡(黃龍)이 하도(河圖)를 지고 황하(黃河)에서 나온 것을 보고 처음으로 팔괘(八卦)를 그렸으며, 또 글자를 만들어 정사를 다스렸다고 합니다. 또한 그물을 만들어 고기잡이와 사냥법을 가르쳤습니다.
신농씨(神農氏)는 화덕(火德)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염제(炎帝)라 하였는데, 나무를 잘라 구부려서 뇌사(耒耜:호미 같은 농구)를 만들어 백성에게 농경을 가르쳤으며, 백초(百草)를 맛보아 약초를 찾아내 치병(治病)하였고, 오현금(五絃琴)을 만들었으며, 팔괘(八卦)를 겹쳐 육십사효(六十四爻)의 점(占)을 보는 점술을 고안해냈고, 저자(시장)를 세워 백성들에게 교역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중국의 농업ㆍ의약ㆍ음악ㆍ점서(占筮)ㆍ경제의 조신(祖神)이며, 중국문화의 원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황제는 헌원씨(軒轅氏)라고 합니다. 헌원씨(軒轅氏)는 치우천왕(蚩尤天王. 제14대 자오지환웅(慈烏支桓雄)과 숱하게 싸웠지만 탁록(涿鹿)에서 크게 패한 인물인데 나중에 치우천왕에게 항복하자 치우천왕 이 영지를 주어 황제(黃帝)라 했는데 이를 계기로 중국의 영토가 되었고 중국의 중심인물이 되었습니다. 오제(五帝) 중 전욱(顓頊)은 그의 손자이며, 제곡(帝嚳)은 그의 증손자입니다. 특히 헌원씨는 사람들에게 집 짓는 법, 옷 짜는 법을 가르쳤고, 수레를 발명했습니다. 또한 천문과 역산, 의학을 발전시켰으니 지금도 한의학의 고전으로 배우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이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밖에 성인으로 받들어지는 요(堯)와 순(舜)에 대해서는 이미 천자문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이런 옛 삼황오제에 대하여 기록한 전적(典籍)을 광내전(廣內殿)이나 석거각(石渠閣) 에 모두 모아 놓았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분전(墳典)을 통하여 어떻게 하면 바르게 백성을 보살피고 천하를 다스릴 것인가를 연구하고 강론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분전을 연구하고 강론하려면 천하의 영재(英材)를 불러 모아야 할 것인데 그것은 다음에 이어집니다.
역취군영(亦聚群英) 또한 많은 뛰어난 영재들을 모았도다.
역(亦)은 지사자(指事字)로 사람의 양쪽 겨드랑이에 점(點)을 더하여 '겨드랑이'의 뜻을 나타냅니다. 가차(假借)하여 '또한'의 뜻을 보입니다. 나중에 '겨드랑이'의 뜻은 액(腋)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취(聚)는 중(衆) +취(取)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중(衆)은 '많은 사람'의 뜻이고, '취(取)'는 '잡다'의 뜻입니다. 많은 사람을 '잡다', '모으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군(群)은 양(羊) + 군(君)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군(君)'은 '곤(昆)'과 통하여, '떼 지어 모이다', '무리 짓다'의 뜻입니다. 여기에 '양(羊)'을 더하여 '떼를 지은 양'이란 뜻에서, '무리', 떼'의 뜻을 나타냅니다.
영(英)은 초(草) + 앙(央)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앙(央)'은 '경(景)과 통하여, 높아 가는 빛의 뜻으로 찬란히 빛날 정도의 '꽃'의 뜻을 나타냅니다.
역취군영(亦聚群英). 역취(亦聚)는 '또한 모았다'는 뜻이고, 군영(群英)은 '많은 영재(英材)'를 뜻하니, '또한 학식과 재능이 뛰어난 영재들을 많이 모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영재들이 모든 전적을 모아 놓은 광내전(廣內殿)이나 석거각(石渠閣)이나 편찬소인 승명전(承明殿) 등에 직무를 맡으면서 천하를 다스리는 치도(治道)의 근본을 구축하고 체계화하였던 것입니다.
천자(天子)는 이런 많은 영재들을 모아 놓고 분전(墳典)을 연구케 하고 이를 강론(講論)하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여기서 분전(墳典)이란 삼분오전(三墳五典)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의 전적을 이르는 대명사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공맹(孔孟)의 사서삼경(四書三經) 등도 통칭한다 할 것입니다. 천자는 이들로 하여금 성인의 행적과 말씀을 연구하고 강론하고 편찬하고 출판케 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근본을 튼튼히 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바르고 편안하게 백성을 보살피고 천하를 다스릴 것인가를 연구하고 강론하였던 것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뛰어난 인재들이 필요합니다. 적재적소에 인물을 기용하여 그 직무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은 통치자의 안목입니다. 친분이 있다고 하여 또는 측근이라 하여 가당치도 않은 인사를 기용한다면 이는 나라를 병들게 하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