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字文 工夫

右通廣內 左達承明

bindol 2020. 11. 13. 08:26

右通廣內 左達承明

 

 

本文

右通廣內 左達承明 우통광내 좌달승명

오른쪽은 藏書處廣內殿에 통하고

왼쪽으론 編纂所承明殿에 도달한다.

 

훈음(訓音)

오른 우 통할 통 넓을 광 안 내

왼 좌 통할 달 받들 승 밝을 명

 

해설(解說)

지난 장에서는 웅장하고 화련한 궁전에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하고 밖의 층계를 오르고 안의 납폐(納陛)를 통해 궁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휘황찬란함을 묘사한 것을 공부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정전(正殿)을 중심으로 좌측의 승명전(承明殿)과 우측의 광내전(廣內殿)을 거론하고 있음을 봅니다. 원문에는 우측의 광내전이 먼저 나오고 좌측의 승명전이 나온 것은 문장의 운()을 맞추기 위함입니다. 광내전(廣內殿)과 승명전(承明殿)은 어떤 곳인가 공부해 보겠습니다.

우통광내(右通廣內) 오른쪽은 장서처(藏書處)인 광내전(廣內殿)에 통하고

우선 새로운 글자 넉 자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는 구() + ()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기도의 말'의 뜻이고, '()''오른손'을 뜻합니다. 이는 우()의 원자(原字)로 신이 손을 뻗쳐 사람을 도움의 뜻을 나타냅니다. '오른쪽'의 뜻도 나타냅니다. 그래서 도울 우()로 쓰입니다. ()와 통합니다. ()는 좌()의 대()로 쓰여 '오른쪽'을 뜻합니다.

()은 착(辶 辵) + ()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은 대롱의 상형(象形)입니다. 대롱처럼 장해물 없이 '잘 통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설문(說文)에 통달야(通達也)라 했으니 통()'도달하는 것'입니다. 잘 통한다는 통할 통, 진술하다는 뜻으로 말할 통, 전체를 나타내는 온통 통, 편지나 서류를 세는 수사로 쓰일 때는 ~통이라 쓰이기도 하고, 말똥 통으로도 쓰입니다.

()은 엄(广) + ()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과 통하여, '크다'의 뜻을 가집니다. 크고 넓은 지붕의 뜻에서 '넓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는 경() + ()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은 집의 상형(象形). '()''들어가다'의 뜻으로 집에 들어가다, 들어간 ''의 뜻을 나타냅니다.

이상 글자의 자원(字源)과 뜻을 하나하나 알아보았습니다. 우통광내(右通廣內)란 무슨 뜻인가 알아볼 차례입니다. 우리는 보통 좌우를 따질 때는 좌측을 먼저 하는데 여기서는 우측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는 별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8장의 운은 경()자 운()이다 보니 운을 맞추기 위해 부득이 오른쪽이 먼저 온 것입니다. 그런 예는 종종 있습니다.

우통광내(右通廣內)는 정전의 오른쪽에는 장서처(藏書處)인 광내전(廣內殿)으로 통한다는 말입니다. 이 광내전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규범이 되는 성현의 말씀인 경전과 고금의 현사들의 시문, 역사와 문화, 국방에 대한 병서, 농사, 의학, 천문, 지리 등 다양한 고적과 문서, 사적 등을 기록해 보관한 곳으로 도서관(圖書館)과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그 문서가 다양하고 광범위하여 광내전(廣內殿)이라 이름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漢正殿之右(한정전지우)有延閣廣內(유연각광내)하니 皆藏秘書之室(개장비서지실)이라

"한나라 정전의 오른쪽에 연각(延閣)과 광내전(廣內殿)이 있으니, 이는 모두 비서(秘書)를 소장한 집이다."

한나라의 정전(正殿)은 미앙궁(未央宮)인데 오른쪽으로 연각(延閣)과 광내전(廣內殿)이라는 서고(書庫)가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이와 같은 서적은 천하를 다스리는 근본이 되는 것이어서 소중하게 여겨, 여기에 있는 비서(秘書)들은 함부로 유출할 수 없었습니다.

천자는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새기고 나라를 다스리는 벼리로 삼아 권력을 강화하는 한편 백성을 깨우치고 백성을 다스렸던 것입니다.

좌달승명(左達承明) 왼쪽으론 편찬소(編纂所)인 승명전(承明殿)에 도달한다.

좌달승명(左達承明)의 네 글자에 대하여 자원(字源)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는 좌() + ()의 회의자(會意字)입니다. '()''왼손'을 본뜨고, '()'은 공구(工具)를 나타내, 공구를 쥔 왼손, 왼쪽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좌우의 손이 서로 돕는데서, '돕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돕다'의 뜻은 나중에 '()'로 썼습니다.

()은 착(辶 辵) + ()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은 활달하게 돌아다니는 '새끼 양'을 뜻합니다. 그래서 '활달하게 나아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달통야(達通也)라 했으니 달()'()하다'의 뜻입니다.

()은 수() +() + ()의 회의자(會意者)입니다. ()은 몸을 굽히는 사람을 본뜬 것입니다. 몸을 굽힌 사람을 양손으로 들어 올리면서 '받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임금에게서 받는 벼슬아치의 신분 증명서, 곧 부절(符節. )을 손()에 받아, 두 손[]으로 떠받치고 있는 형상입니다. 그래서, 삼가 무엇을 받들거나 받는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은 일() + ()의 회의자(會意字)입니다. [])와 달[]이 있으면 밝기 때문에 '밝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경() + () () ()으로 보아, '()'은 창문을 본뜬 것으로 창문을 비추는 달의 뜻에서 '밝다'의 뜻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은 명()의 고자(古字)입니다.

좌달승명(左達承明)은 왼쪽으로는 승명전(承明殿)에 이른다는 말입니다.

정전의 우측에는 국립도서관격의 황실의 장서처(藏書處)인 광내전(廣內殿)이 있는데 왼쪽에는 책을 편찬(編纂)하고 교열(校閱)하고 출판(出版)하는 승명전(承明殿)이 있다는 이야깁니다.

有承明廬石渠閣(유승명려석거각)在金馬門左(재금마문좌)하니 亦校閱書史之室(역교열서사지실)이라

"승명려(承明廬)와 석거각(石渠閣)이 금마문(金馬門) 왼쪽에 있는데 또한 서사(書史)를 교열(校閱)하는 집이다."

한나라 정전인 미앙궁(未央宮)의 정문은 금마문(金馬門)인데 그 왼쪽에 승명려(承明廬)와 석거각(石渠閣)이 있는데 각종 서적과 사기(史記)를 교열(校閱)하는 집이란 뜻입니다. 책을 편찬하고 교열하여 출판하는 전각이 승명전외에도 석거각(石渠閣)이라는 전각이 더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승명(承明)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승명전(承明殿)과 승명려(承明廬)를 말합니다. 승명전은 한나라 때 학자들이 모여 서적을 편찬하는 곳이라 합니다. 천자가 나라를 잘 다스릴려면 학문이 깊고 경륜이 탁월한 신하를 곁에 두어야 합니다. 학문이 출중한 인재를 양성하려면 학문이 높은 학자들이 학문을 연구하고 편찬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천자의 정전 옆에 승명전(承明殿)을 지어 학문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승명전(承明殿)이란 밝음을 잇는 집이라 하니 옛성현의 밝은 가르침을 이어받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할 것입니다.

이 승명전에서는 학자들이 치국(治國)의 바른 도리, 평천하(平天下)의 도리에 관한 학문을 연구하고 저술하여 편찬하고 출판하도록 천자의 명으로 이른 것입니다. 또한 지난 역사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사기(史記)를 지어 역사를 거울삼고자 했던 것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은 인의(仁義)에 있고 예()를 잘 행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지혜와 신의(信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오상(五常)이 잘 행해지면 천하는 태평할 것입니다.

이 승명전(承明殿) 옆에 집이 하나 있으니 이를 승명려(承明廬)라 합니다. 이는 승명전에서 공무를 보다가 쉬는 곳입니다. 이곳은 학자들이 당직(堂直)과 숙직(宿直)을 하는 장소입니다.

승명전에 대한 이설이 있는데, 승명전(承明殿)은 천자의 침전(寢殿)이라 하고 승명려(承明廬)'침전 곁에 천자를 모시는 신하들의 당숙직 처소이다'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우통광내 좌달승명(右通廣內 左達承明)을 자세히 보면 통달(通達)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는 장서처인 광내전의 수많은 전적과 승명전의 수많은 서적을 편찬하고 교열하고 출판하려면 그 학문에 정통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모든 학문을 통달해야만 바른 이치를 깨닫고 천하를 바르게 다스려 나갈 것입니다. 통달(通達)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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