府羅將相 路俠槐卿
【本文】
府羅將相 路俠槐卿 부라장상 노협괴경
조정에는 장수와 재상들이 늘어섰고
길 양 옆은 삼공구경 저택들이 서 있도다.
【訓音】
府 마을 부 羅 늘어설 라 將 장수 장 相 서로 상 路 길 로 俠 낄 협 槐 회화나무 괴 卿 벼슬 경
【해설(解說)】
이제 제9장으로 들어갑니다. 역사적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삼공구경(三公九卿)으로부터 공신들에게 나누어 준 봉급(封給) 이야기, 고관들의 위엄과 부귀공명이야기, 치적을 기록하고 전한 이야기, 열국이 쟁패(爭覇)를 다툰 이야기와 영웅호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부라장상(府羅將相) 조정에는 장수와 재상들이 늘어섰고
부(府)는 엄(广) + 부(付)의 형성자(形聲字)로, 엄(广)은 '지붕, 건물'의 뜻입니다. 부(付)는 '건네다, 부치다'의 뜻입니다. 중요 서류를 부쳐서 간수해 두는 '곳집'의 뜻을 나타냅니다.
금문(金文)은 부(府) + 패(貝)의 형태인데, 패(貝)는 '재물'의 뜻이므로, 예로부터 재물을 간수하는 '곳집'의 뜻을 나타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재화(財貨)를 맡은 관청이란 의미에서 '마을'이란 뜻을 나타냅니다. 부취야(府聚也)라 했으니 부(府)는 모이는 곳입니다. 이는 곧 관부(官府)를 뜻하니 '조정(朝廷)'을 말합니다.
라(羅)는 망(网) + 유(維)의 회의자(會意字)로, 망(网)은 '그물의 상형(象形)'이고, 유(維)는 '새를 잡아매다'의 뜻입니다. 음형상(音形上)으로는, '열(列)'과 '연(連)'과 통하여, '벌여 놓은 그물, 늘어세우다, 연잇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한 '얇은 비단'의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장(將)은 촌(寸) + 육(肉) + 장(爿)의 형성자(形聲字)로, 장(爿)은 긴 조리대(調理臺)를 본뜬 모양입니다. '고기[肉]를 조리하여[爿] 바침[寸]'의 뜻입니다. 또한 신(神)에게 고기를 바치는 사람, '통솔자'의 뜻도 나타냅니다. 장수야(將帥也)라 했으니 군을 통솔하는 사람, 즉 장수(將帥), 장군(將軍)을 말합니다. 군을 통솔하므로 해서 '거느리다'의 뜻이 있습니다. 장수는 앞으로 일어날 외환(外患)에 대하여 대비해야 하므로, 장(將)은 '차차, 앞으로'의 의미도 있습니다.
상(相)은 목(目) + 목(木)의 회의자(會意字)로, 나무의 모습을 보다의 뜻에서. 일반적으로, '사물의 모습을 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나무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묘목이 잘 자라도록 돕기도 하므로 '돕다'의 뜻이 있습니다. 돕는 것은 서로를 위하는 것이므로 '서로'의 뜻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천자(天子)나 제후(諸侯)를 도와 바른 정치를 보필하는 이를 재상(宰相)이라 합니다. 그래서 상야자백관지장야(相也者百官之長也)라 했으니 상(相)이란 백관(百官)의 장(長)입니다. 이는 장관(長官)을 말하는데 곧 '재상(宰相)'을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재상(宰相)'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부라장상(府羅將相)이란 수도인 관부(官府)에는 기라성(綺羅星) 같은 장상(將相)이 늘어서 있다는 뜻입니다. 즉 조정에는 장수(將帥)와 재상(宰相)이 늘어서 있다는 뜻입니다. 부(府)는 관부(官府) 즉 조정(朝廷)을 뜻하고, 라(羅)는 '벌여 있다. 늘어서 있다'는 뜻입니다. 장상(將相)은 장수(將帥)와 재상(宰相)을 말합니다. 이는 조정에 천자(天子)를 보필하는 문무백관(文武百官)이 도열해 있는 모습을 형용(形容)하고 있습니다.
나라에 백성을 긍휼이 여기는 천자가 있고, 조정에 어진 재상과 충성스러운 장수가 있다면 그 나라의 안위(安威)는 튼튼할 것입니다.
노협괴경(路俠槐卿) 길 양 옆은 삼공구경(三公九卿) 저택들이 서 있도다.
로(路)는 족(足) + 각(各)의 형성자(形聲字)로, 각(各)은 '이르다'의 뜻입니다. 사람이 걸어서 다다를 때의 '길'의 뜻입니다. 즉 다리로 걸어가는 '길'이란 뜻입니다.
협(俠)은 인(人) + 협(夾)의 형성자(形聲字)로, 협(夾)은 '겨드랑이에 끼다'의 뜻입니다.
여기에 인(人)을 더하여 약자(弱者)를 감싸고 포용력이 있는 사람, '협기(俠氣)의 뜻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호협할 협'으로 쓰입니다. 또 낄 협의 협(挾)과 통용됩니다. 또 협(夾)과도 통합니다.
괴(槐)는 목(木) + 귀(鬼)의 형성자(形聲字)로, 귀(鬼)는 '둥근 덩어리'의 뜻입니다. '나무줄기가 굽어져 옹두리가 생긴 나무'의 뜻을 나타냅니다. 괴(槐)는 회화나무를 뜻하는데 콩과에 속하는 낙엽교목(落葉喬木)입니다. 홰나무라고도 합니다. 주대(周代)에, 조정(朝廷)에 이 나무를 세 그루 심어서 삼공(三公)의 좌석의 표지(標識)로 하였으므로, 삼괴(三槐)를 삼공(三公)의 위계(位階)의 뜻으로 썼습니다.
경(卿)은 상형자(象形字)로, 두 사람이 음식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모양을 본떠, 본디 '행하다, 대접하다'의 뜻을 나타내었습니다. 왕실에서의 접대 담당자의 뜻에서, '귀인(貴人)의 뜻을 나타냅니다. 경(卿)은 정사를 밝히는 육경(六卿), 곧 대신을 말합니다.
노협괴경(路俠槐卿)이란 큰 길을 끼고 삼공구경(三公九卿) 저택들이 늘어서 있다는 뜻입니다. 노(路)는 '길'이고 협(俠)은 '겨드랑이에 끼다'는 뜻으로 협(夾)과 같은 뜻입니다. 협(挾)과도 통합니다.
괴(槐)는 회화나무를 말합니다. 줄여서 홰나무라고도 합니다. 그러데 이 회화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삼공(三公)을 상징하는 나무입니다. 주대(周代)에, 조정(朝廷)에 세 그루의 회화나무와 아홉 그루의 가시나무[棘]를 심어 삼공(三公)과 구경(九卿)의 좌석의 표지(標識)로 하였으므로, 회화나무와 가시나무는 삼공구경(三公九卿)을 표상(表象)하게 되었습니다. 삼괴구극(三槐九棘)은 바로 삼공구경(三公九卿)을 뜻합니다. 그래서 뜻있는 선비의 집에서는 출세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회화나무를 심었었던 것입니다.
경(卿)은 고대의 관제(官制)에서 각 성(省)의 장관 이상의 벼슬이나 제후(諸侯)의 상대부(上大夫)을 뜻합니다. 경(卿)은 군주(君主)가 신하를 지칭할 때 씁니다. 우리나라 사극(史劇)을 보면 신하를 지칭할 때 쓰고 있는 것을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경들은 들으시오." 이와 같이 경은 대신들을 지칭합니다.
그러면 삼공(三公)과 구경(九卿)은 무엇일까요? 조정에 삼공(三公)과 구경(九卿)이 있는데, 우선 삼공(三公)이란 무엇인가 알아 보겠습니다. 삼공구경(三公九卿)이란 말이 주대(周代)에 나왔으니 주대(周代)의 삼공(三公)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서경(書經)》『주서(周書)』「주관(周官)」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立太師太傅太保(입태사태부태보)하니 玆惟三公(자유삼공)이니 論道經邦(논도경방)하며 燮理陰陽(섭리음양)하나니 官不必備(관불필비)요 惟其人(유기인)이라.
태사(太師)ㆍ태부(太傅)ㆍ태보(太保)를 두니 이것이 삼공(三公)인데, 도를 논하고 나라를 경영하고 음양(陰陽)을 조절한다. 이 자리는 인원수가 채워지지 않아도 무방하며, 적임자가 있어야 한다.」
삼공(三公)은 천자(天子)를 보필하는 최고의 자리입니다.
태사(太師)는 천자(天子)의 사법(師法)이 될 만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천하에 가장 높은 도덕(道德)을 가지고 있어서 만인의 사표(師表)가 되므로 천자의 스승입니다.
태부(太傅)는 천자를 도와 덕(德)으로 인도한다는 뜻으로, 천하에서 가장 넓은 식견(識見)을 가지고 있어서 세상의 공론에 정통한 현사(賢師)이므로 천자의 교육 담당자입니다.
태보(太保)는 천자의 덕(德)을 보안(保安)한다는 뜻으로, 천하에 가장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정치사업을 안전하고 공평하게 기획 조정하는 사장(師長)이므로 역시 천자의 교육담당자입니다.
삼공(三公)은 높은 도덕과 식견과 경륜을 지니고 있어 언제나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자세로 공개회의를 개최하여 안건을 논의하고 결정해서 천자에게 건의하는 나라의 최고의 의결 기관입니다.
삼공은 시대별로 그 이름을 달리하여 내려왔습니다. 전한(前漢) 때는 행정의 수장인 승상(丞相), 군사를 담당하는 태위(太尉), 감찰업무를 맡은 어사대부(御史大夫), 혹은 대사마(大司馬)ㆍ대사공(大司空)ㆍ대사도(大司徒)를 삼공이라 했습니다. 또 후한(後漢) 때는 태위(太尉)ㆍ사도(司徒)ㆍ사공(司空)을 삼공이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조 때는 영의정(領議政)ㆍ좌의정(左議政)ㆍ우의정(右議政)이 삼공이지요.
다음으로 구경(九卿)을 알아보겠습니다.
구경(九卿)은 시대별로 차이가 있는데 주대(周代)에는 소사(少師)ㆍ소부(少傅)ㆍ소보(少保)ㆍ총재(冢宰)ㆍ사도(司徒)ㆍ종백(宗伯)ㆍ사마(司馬)ㆍ사구(司寇)ㆍ사공(司空) 등으로 불리었습니다.
소사(少師)ㆍ소부(少傅)ㆍ소보(少保)는 삼고(三孤)라 불리었는데 삼공(三公)의 보좌역으로서 교화를 넓히고 천지를 공경하여 밝히고 천자를 보좌하는 직책입니다.
총재(冢宰)는 천관(天官)의 우두머리로 국가의 행정(行政)을 관장하고 관리들을 통솔하여 나라 안을 평화롭게 하는 직책입니다.
사도(司徒)는 지관(地官)의 우두머리로 국가의 교화(敎化)를 관장하고 오상(五常)의 가르침을 펴서 만민을 화목하게 하는 직책입니다.
종백(宗伯)은 춘관(春官)의 우두머리로 국가의 예법(禮法)을 관장하고 천신(天神)ㆍ지기(地氣)ㆍ인귀(人鬼)를 다스려 상하를 조화롭게 하는 직책입니다.
사마(司馬)는하관(夏官)의 우두머리로 국가의 군사(軍事)를 관장하고 육군(六軍)을 통솔하여 왕의 나라와 사방의 나라들의 전란을 평정하는 직책입니다.
사구(司寇)는 추관(秋官)의 우두머리로 국가의 법률(法律)을 관장하여 사악한 자를 벌하여 다스리고 강폭한 무법자(無法者)를 벌하는 직책입니다.
사공(司空)은 동관(冬官)의 우두머리로 국가의 토목사업(土木事業)을 관장하며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사민을 각각 그 자리에 안주시켜 대지(大地)의 공리(功利)를 발휘시키는 직책입니다.
삼고(三孤)이하 육경(六卿)은 직책을 나눠 각각 속관을 통솔하고 9주(九州)의 장관을 인도하여 훌륭하게 만백성이 번영토록 했던 것입니다.
한대(漢代)에는 태상(太常)ㆍ광록훈(光祿勳)ㆍ위위(衛尉)ㆍ태복(太僕)ㆍ대리(大理)ㆍ대홍로(大鴻月+盧)ㆍ종백(宗伯)ㆍ태사농(太司農)ㆍ소부(少府) 등으로 구경(九卿)을 두었습니다.
태상(太常)은 제사를 주관하고, 광록훈(光祿勳)은 궁전의 측문을 관장하고, 위위(衛尉)는 궁문의 위병을 관장하고, 태복(太僕)은 천자의 어가(御駕)와 거마(車馬)를 관장하고, 대리(大理)는 형옥(刑獄)을 담당하며, (大鴻月+盧)는 빈객(貧客)과 조근(朝覲)을 관장하고, 종백(宗伯)은 왕족의 일을 주관하며, 태사농(太司農)은 곡식과 재화를 관장하며, 소부(少府)는 산택(山澤)의 조세를 관장하는 직책입니다.
우리나라 조선조(朝鮮朝)의 구경(九卿)으로는 의정부(議政府)의 좌우참찬(左右參贊)과 육조판서(六曹判書), 그리고 한성판윤(漢城判尹 서울시장)이 이에 해당합니다. ^^
이상 삼공구경(三公九卿)에 대하여 알아보았는데 이들은 모두 나라의 녹을 먹는 이로서 천자를 보필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중심인물들입니다. 그런 만큼 저들의 위세 또한 하늘을 찌를 만하였을 것입니다.
노협괴경(路俠槐卿)은 천자가 거주하는 궁궐이 웅장하고 호화롭게 그 위용을 드러냈듯이 저들의 공경대부(公卿大夫) 저택들도 길을 끼고 양 옆으로 그 위용이 대단했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조정에는 천자를 보필하는 공경대부(公卿大夫), 문무백관(文武百官)이 기라성처럼 늘어서 있고, 큰 길을 사이에 두고 공경대부(公卿大夫)의 저택들이 늘어서 있는데 저들이 잊지 말 것은 백성들이 편안히 먹고 살게 하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