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冠陪輦 驅轂振纓
【本文】
高冠陪輦 驅轂振纓 고관배련 구곡진영
높은 관 쓴 관리들은 임금수레 따르고
수레가 달릴 때면 갓끈이 휘날린다.
【훈음(訓音)】
高 높을 고 冠 갓 관 陪 모실 배 輦 손수레 련
驅 몰 구 轂 바퀴 곡 振 떨칠 진 纓 갓끈 영
【해설(解說)】
지난 장에서는 왕족이나 공신들에게 봉토를 주고 가병을 주어 우대한 사실을 그렸는데 이번에는 천자가 행차하는데 천자를 모시는 문무백관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선 글자부터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고관배련(高冠陪輦) 높은 관 쓴 관리들은 임금수레 따르고
고(高)는 상형자(象形字)로, 높고 큰 문 위의 높은 누다락 모양을 본떠, '높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관(冠)은 멱(冖) + 촌(寸) + 원(元)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원(元)은 '관을 쓴 사람의 상형'이고, 멱(冖)은 '덮다'의 뜻이며, 촌(寸)은 '손에 쥐다'의 뜻으로, '관을 쓰다'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배(陪)는 부(阜) + 부()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부()는 '배(倍)'와 통하여 '갑절이 되다'의 뜻입니다. 이중의 언덕의 뜻에서 '더하다, 겹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본 뜻은 '흙을 북돋우다'라는 뜻인데, 나중에 '수반(隨伴) 즉 모시다'의 뜻으로 바뀌었습니다.
련(輦)은 거(車) + 반()의 회의자(會意字)입니다. 반()은 손발에 힘을 준 두 사람을 본뜬 것입니다. 둘이 나란히 끄는 수레, '손수레'의 뜻을 나타냅니다. 연만차야(輦挽車也)라 했으니, 또 '인부가 차 앞에서 차를 끌다'라는 뜻입니다. 연(輦)은 특히 '천자(天子)가 타는 수레'를 말합니다.
고관배련(高冠陪輦)은 높은 관을 쓴 관리들이 임금의 수레를 모신다는 뜻입니다. 고관(高冠)이란 높은 관을 말합니다. 이는 곧 고관(高官)을 말합니다. 배(陪)는 귀한 신분의 사람을 모시고 뒤따른다는 뜻입니다. 련(輦)은 천자(天子)가 타는 수레를 말합니다. 천자의 수레를 옥련(玉輦)이라 합니다. 이는 수레 장식에 옥을 많이 치장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천자의 수레
를 높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또 천자의 수레를 봉련(鳳輦)이라고도 합니다. 봉(鳳)은 천자를 상징하기에 수레의 장식에 봉황을 그려 장식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천자(天子)가 행차할 때, 천자의 수레인 옥련(玉輦)을 고관들이 배행(陪行)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입니다. 천자의 옥련(玉輦)은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하고 문무백관들이 뒤따르는 모습이 상상해 봅니다. 천자가 한번 행차하면 문무백관은 물론 선두의 수많은 호위 기마병, 기수, 후미에도 수많은 호종 병사들이 장관을 이뤘을 것입니다.
구곡진영(驅轂振纓) 수레가 달릴 때면 갓끈이 휘날린다.
구(驅)는 마(馬) + 구(區)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구(區)는 '구획, 구분하다'의 뜻입니다. 또 구(毆)와 통하여 '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말[馬]을 구분하기[區] 위하여 채찍으로 때려서 '몰아내다, 몰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곡(轂)은 거(車) + 각()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각()은 속이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굴대를 싸고 있고 속이 비어 있으며, 바퀴살이 모여 있는 부분, '바퀴통'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수레'를 뜻합니다.
진(振)은 수(手) + 진(辰)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진(辰)은 '떨리는 입술'의 뜻인데, 여기에 수(手)를 더하여, '떨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용기를 떨치게 하여, '격려하고 구조하다'의 뜻도 나타냅니다. 본뜻은 '구하다'인데 나중에 '떨치다'로 바뀌었습니다.
영(纓)은 사(糸) + 영(嬰)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영(嬰)은 '목걸이를 하다'의 뜻인데 여기에 사(糸)를 더하여, '갓을 매는 끈'으로 쓰였습니다. '갓끈'이지요.
구곡진영(驅轂振纓)은 '수레를 몰 때면 갓끈이 휘날린다.'는 뜻입니다. 구(驅)는 '몬다, 달린다'는 뜻입니다. 주마위지치(走馬謂之馳)요, 책마위지구(策馬謂之驅)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이 달리는 것이 치(馳)'이고, '채찍질 하여 말이 치달리는 것이 구(驅)' 라는 말입니다.
곡(轂)은 '바퀴통'을 말합니다. '윤지정중곡(輪之正中轂)'이라 했으니 바퀴의 한가운데가 바퀴통입니다. '공기중축소관(空其中軸所貫) 폭주기외야(輻湊其外也)' 라 했으니. '그 속은 텅 비고, 굴대가 관통하여, 바깥에서 바퀴살이 모여드는 곳이다.' 했습니다. 곡(轂)은 바퀴통이라는 뜻이지만 '수레바퀴'를 뜻하므로 '수레'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구곡(驅轂)은 '수레를 몰 때, 수레가 달릴 때'를 말합니다.
곡(轂)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알고 넘어가겠습니다. 곡격(轂擊)이란 말이 있습니다. 수레의 바퀴통이 서로 부딪침을 말합니다. 이는 시가지(市街地)가 번화하여 수레의 왕래가 빈번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듦'을 형용한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곡격견마(轂擊肩摩)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레의 바퀴통이 서로 부딪치고 어깨가 서로 닿아 스친다는 뜻으로, 시가지(市街地)가 번화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수레를 타는 사람이 누구이겠습니까? 임금이나 제후(諸侯)들이 아니겠습니까? 이들이 수레를 타면 모시는 신하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수레가 달리면 신하들도 달려야 하지요. 머리가 휘날리도록 달려야지요. 그런데 이들은 갓을 썼으니 갓끈이 휘날리는 것이죠. 진영(振纓)은 '갓끈이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임금수레를 뒤따르려면 흔들리는 정도가 아
닐 것입니다. 갓끈이 휘날릴 정도겠지요.
고관배련(高冠陪輦) 구곡진영(驅轂振纓)은 천자가 행차할 때의 모습을 묘사한 것입니다. 그 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벗어나 있을 만큼 장엄하고 화려하며 엄숙했을 것입니다. 천자가 옥련(玉輦)을 타고 가면 장상(將相), 공경대부(公卿大夫)들도 수레를 타고 뒤따르게 됩니다.
물론 선두와 후미의 기마병, 기수단, 취타대를 비롯한 호위 병사들이 무수히 따랐을 것입니다. 어디 갓끈만 흔들렸겠습니까? 저벅저벅 군홧소리 철걱철걱 병장기 소리 등도 다 어우러졌을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천자의 존엄함을 과시하고 위엄을 보이는 것입니다.
어디 이런 행차가 천자뿐이겠습니까? 천자 밑의 제후왕들도 행차하면 이런 모습일 것입니다. 규모는 작더라도 귀족들의 행차도 굉장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