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字文 工夫

世祿侈富 車駕肥輕

bindol 2020. 11. 13. 08:32

世祿侈富 車駕肥輕

 

本文

世祿侈富 車駕肥輕 세록치부 거가비경

대대로 녹을 받아 사치하고 부유하니

수레의 말 살찌었고 갖옷은 가볍도다.

 

훈음(訓音)

인간 세 祿 복 록 사치 치 부자 부

수레 거 탈것 가 살찔 비 가벼울 경

 

해설(解說)

지난 장에서는 천자의 행차하는데 천자를 모시는 문무백관들의 모습을 묘사하였는데 이번 장에는 세록지신(世祿之臣)들의 호화스러운 생활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세록치부(世祿侈富) 대대로 녹을 받아 사치하고 부유하니

()는 회의자(會意字), 본래 십()을 세 개 합쳐서 '30, 30, 오랜 시간의 흐름'의 뜻을 보이며, ()하여 '세상'의 뜻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래서 '인간, 시세, 세대, , , 평생' 등의 의미로 활용됩니다. 설문(說文)에 이르기를, 삽십년위일세(三十年爲一世)라 했으니 1(一世)30년입니다.

(祿)은 금문(金文)에서는 상형(象形)으로, 우물의 도르래 언저리에 물이 넘쳐 흐르면서 물이 길어 올려지는 모양을 본떴습니다. 길어 올려지는 물에서, '행복'의 뜻을 나타냅니다.

파생하여, 벼슬아치의 봉급의 뜻으로도 쓰였습니다. 전문(篆文)서부터 '()'자를 덧붙임. 전문(篆文)은 시() + ()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는 인() + ()의 형성자(形聲字), ()'많다'의 뜻입니다. 재화(財貨)가 많은 사람이란 뜻에서, '사치 부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는 면() + ()의 형성자(形聲字), ()은 신()에게 바칠 술통의 중배가 붕긋

한 모양이며, ()'실내(室內)'의 뜻입니다. 사당 따위에서 술을 바쳐, 술통처럼 붕긋한 중배처럼 풍부해질 것을 기원하는 모양에서, '갖춰지다, 넉넉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세록치부(世祿侈富)는 대대로 녹을 받아 사치하고 부유하다는 뜻입니다.

세록(世祿)은 대대로 타는 녹봉(祿俸)을 말합니다. 자자손손(子子孫孫)이어서 받는 세습(世襲)의 국록(國祿)입니다. 대대로 국록(國祿)을 타는 신하(臣下)를 세록지신(世祿之臣)이라 합니다.

치부(侈富). ()는 분에 넘치게 호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 분에 넘치게 호사를 누리니 자연 남을 업신여기게 마련이어서 방자하게 구는 것을 말합니다. ()는 가풍재화야(家豊財貨也)라 했으니, 집안에 재화(財貨)가 풍성(豊盛)한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치부(侈富)는 호사스럴울 만큼 재화가 풍부(豊富)한 것을 말합니다.

세록지신(世祿之臣)인 공신(功臣)들의 자손들은 대대로 녹(祿)과 지위(地位)를 누리므로 자연 사치(奢侈)가 크고 부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위를 얻어 사치를 누리기만 하고 덕을 쌓지 않으면 길이 그 지위를 보전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서경(書經》『주서(周書)』「필명(畢命)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강왕(康王)이 필공(畢公)에게 말하였다.

"아아, 보사(父師. 임금의 스승)! 지금 나는 주공(周公)이 행한 바를 삼가 공()에게 명하는 바이다. 가라! 그리고 백성 중에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구별하여 선인(善人)이 살고 있는 곳을 나타내고, 선인(善人)을 표창하고 악인(惡人)을 벌로써 다스려 선행에 대한 평판과 명성을 세워 주도록 하라. 바른 가르침에 복종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그 정전(井田)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별하여, 악을 무서워하고 선을 사모하도록 하게 하라. 도읍의 경계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하여, 삼가 그 지역을 견고히 지키게 함으로써 국내가 두루 평안케 하라.

정치란 변치 않음을 소중히 여기고, 말은 구체적이어서 간결함을 높이 평가한다.

기이한 것을 좋아해서는 안 된다. ()나라 풍속은 부화경박(浮華輕薄)하여 교묘한 말을 일삼는 자를 현인(賢人)이라 하였는데, 그 악풍(惡風)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므로 공은 이 점을 각별히 주의하라.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대대로 녹을 받고 있는 집안에서는 예법(禮法)을 따르는 자는 적고 방탕하여 덕()이 높은 이를 업신여긴다고 하니, 실로 천도(天道)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와 같이 나쁜 풍속에 물들어 교만하고 사치해지는 것은 만세(萬世)를 격하여도 같은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은()의 사대부들은 사치를 자랑하고 덕의(德義)를 닦지 않아, 그 복장과 장식이 신분에 맞지 않게 화려하다. 분수없이 교만하고 자만심이 강하니, 이대로 가다가는 종말이 좋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다소 방종한 마음을 거두고는 있으나, 그것을 근본에서부터 방제(防除)하기는 어렵다.

부유하면서도 덕의(德義)에 따른다면 장수(長壽)를 누릴 수 있으리라.

()을 닦고 의()를 행하는 것, 그것만이 덕의(德義)에 따르는 것이다.

옛날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대체 그 무엇을 따르려 할 것인가?"

'대대로 녹을 받고 있는 집안에서는 예법(禮法)을 따르는 자는 적고 방탕하여 덕()이 높은 이를 업신여긴다'는 구절이 눈에 들어옵니다. 세록치부(世祿侈富)하는 세록지신(世祿之臣)의 자제나 후손들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이 있으니 방탕하고 업신여기는 마음이 자연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시 자신의 수명을 단축하는 빌미로 작용하게 마련입니다. 덕을 베풀고 인의(仁義)를 행한다면 대대손손 덕망을 칭송하는 소리를 들을 것인데 말입니다. ^^

거가비경(車駕肥輕) 수레의 말 살찌었고 갖옷은 가볍도다.

()는 상형자(象形字)로 수레를 본뜬 모양의 글자입니다. 수레는 바퀴를 달아 타기도 하고 짐을 싣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는 보통 '수레 거'라 하기도 하고 '수레 차'라고 부르는데 이를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보통 구별하기 위하여 사람이나 우마(牛馬)가 끌면 ''라 발음하고 동력을 일으키는 기계를 이용하면 ''라 발음 하는데 이 또한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로 쓰이는 경우를 보면, 임금의 수레를 뜻하는 거가(車駕), 사람이 끄는 수레 인력거(人力車),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사마거(四馬車), 양거(羊車), 녹거(鹿車), 백우거(白牛車)..... '自轉車'도 사람의 힘으로 가니 자전거라 읽지요. 자전차로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로 쓰이는 경우를 보면, 동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自動車), 기차(汽車), 전차(電車), 활차(滑車) 등과 같이 쓰입니다.

그런데 옛글을 보면 차와 거가 혼재되어 있어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수레 바퀴통을 거곡(車轂)이라 하기도 하고 차곡(車轂)이라 하기도 합니다. ^^ 구분할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

()는 마() + ()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더하다'의 뜻입니다.

수레를 말[]에 붙이다[], 더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광아석고(廣雅釋詁)에 가승야(駕乘也)라 했으니 '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는 육() + ()의 회의자(會意字)입니다. ()'뚱뚱한 사람의 상형(象形)으로, ()'육체가 살찌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은 차() + ()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강하다, 곧다'의 뜻입니다.

적진에 곧장[] 돌진하는 전차(戰車)의 뜻에서, '가볍다, 가벼이'의 뜻을 나타냅니다.

, ()은 경거(輕車)라 했으니 '가벼운 수레, 가볍고 빠른 수레'를 말합니다. 이 뜻에서 '가볍다'는 뜻을 나타낸 것입니다.

거가비경(車駕肥輕)은 수레를 끄는 말은 살찌었고 수레에 탄 사람들은 가벼운 갖옷을 입었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은 공신들이 대대로 세습되는 지위와 녹봉으로 사치를 부리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좋은 수레와 살찐 말을 타고 고급옷을 입으며 호사하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거가(車駕)는 말이 멍에를 지고 끄는 수레를 말하는데, 임금의 수레를 일컫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공신들의 수레를 말합니다.

비경(肥輕)은 비마경구(肥馬輕裘)의 약어(略語)입니다. 말은 살찌고 옷은 가벼운 갖옷을 입었다는 뜻입니다.

공신들은 지위도 높고 녹봉이 많아 재산이 풍부하기에 그들이 타는 수레도 보통의 수레와는 크게 다를 것입니다. 천자만큼은 할 수 없어도 호화롭게 치장했을 것입니다. 또한 수레를 끄는 말도 잘 먹였기에 살이 토실토실하게 쪄서 힘이 좋아 수레를 경쾌하게 끌 것입니다. 또 그들은 고급옷을 입었을 것입니다. 경구(輕裘)는 가볍고 값진 가죽옷입니다. 값비싼 모피를 말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가죽을 벗겨 그냥 입기에 무겁지만 고관대작들이 입는 갖옷은 가죽을 잘 다루었기에 가벼운 법입니다.

논어(論語)》『옹야편(雍也篇)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자화(子華)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떠나자, 염구(冉求)가 자화의 어머니를 위해 곡식을 청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여섯 말 넉 되를 주어라."

염구가 더 달라고 하니.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열여섯 말을 주어라."

그러나 염구는 여든 섬을 주었다. 그러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자화의 이름)이 제나라로 갈 때 살찐 말을 타고 가벼운 갖옷을 입었다.

나는 듣건대 군자는 궁핍한 사람은 도와주되 넉넉한 사람에게는 더 보태어 주지 않는다고 하였다.(赤之適齊也 乘肥馬 衣輕裘 吾聞之也 君子周急 不繼富) "

여기서도 보면 살찐 말을 타고 가벼운 갖옷을 입는다는 것은 부유하다는 것을 뜻하고 있습니다. 공자께서는 부유한 사람에게 부당한 지출을 한 것을 지적하고 계심을 봅니다.

거가비경(車駕肥輕)을 대개는 말은 살찌고 수레는 가볍다고 해석합니다. 말이 살쪘으니 말이 튼실하여 수레가 경쾌하게 달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공신들의 수레는 좋은 재료를 썼기에 가벼울 것입니다.

그러나 비경(肥輕)이 비마경구(肥馬輕裘)의 약어(略語)이고 보면, 말은 살찌었고 가벼운 갖옷을 입었다는 뜻이 합당할 것입니다. 천자문의 작자는 위에서 적시한 논어(論語)》『옹야편(雍也篇)을 인용한 것이니 이 뜻이 분명한 것입니다. ^^

'세록치부(世祿侈富) 거가비경(車駕肥輕)'은 공신들에게 봉록을 주었는데 그들의 자손들까지 대대손손 부와 권세를 세습케 하여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음을 밝힌 것입니다.

옛날 진()나라 무제(武帝 265~290)의 외숙 왕개(王愷)가 사치하여 사람의 젖과 삶은 고기를 이긴 백분(白粉)으로 벽을 발랐고, 산호(珊琥) 일주(一株)가 있어 높이가 오척(五尺)이었고, 자색 비단의 보장(步帳. 길가에 친 장막)40리에 이어졌다고 합니다.

부자인 석숭(石崇. 왕개와 동시대인)은 호초(胡椒. 후추가루)로 벽을 바르고 밀납으로 땔나무를 대신하였고, 산호가 십여주(十餘株), 붉은 비단의 보장(步帳)50리에 이어지니 곁에 계집종 넷이 모두 분단장을 하여 요염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왕개는 말하기를 "내가 천자의 아재비이나 천자만은 못하다." 하였습니다.

왕개나 석숭 등은 중국사상 최고의 사치를 부린 이로 이름을 올렸으니 무제는 어떠하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필경 몰락으로 갈 수 밖에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치를 부리는 자들이 덕의(德義)가 있겠습니까?

앞에서 올린서경(書經)의 말씀을 상기해 봅니다.

"부유하면서도 덕의(德義)에 따른다면 장수(長壽)를 누릴 수 있으리라.

()을 닦고 의()를 행하는 것, 그것만이 덕의(德義)에 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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