俊乂密勿 多士寔寧
【本文】
俊乂密勿 多士寔寧 준예밀물 다사식녕
준걸한 賢士들이 親密하고 誠實하며
수많은 선비 있어 나란 실로 편안했다.
【訓音】
俊 준걸 준 乂 어질 예 密 빽빽할 밀 勿 말 물
多 많을 다 士 선비 사 寔 진실로 식 寧 편안할 녕
【解說】
준예밀물(俊乂密物) 준걸(俊傑)한 현사(賢士)들이 친밀(親密)하고 성실(誠實)하며
준(俊)은 인(人) + 준(夋)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준(夋)은 '출(出)'과 통하여, '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여기에 인(人)의 뜻이 더해져, '뛰어난 사람'의 뜻을 나타냅니다.
예(乂)는 상형자(象形字)로, 풀을 베는 가위를 본뜬 모양입니다. 풀을 베는 뜻을 나타내어 '베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불필요한 풀을 깨끗이 베는 것은 잘 다스려진 것이기에 '다스리다'의 의미가 있고, 잘 다스려지는 것은 어진이가 하는 일이기에 '어진이'를 뜻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밀(密)은 산(山) + 밀ㆍ복(宓)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밀(宓)은 '조용함'의 뜻입니다.
조용한[宓] 산(山)의 모양에서 '가만히, 몰래'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필(必)과 통하여 '빽빽하다, 빈틈이 없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비(閟)와 통하여, '닫다'의 뜻도 나타냅니다.
물(勿)은 상형자(象形字)로, 활시위를 튕겨서 상서롭지 못한 것을 떨쳐 버리는 것을 본떠, 가차(假借)하여 '금지'의 뜻을 나타내는 어조사로 쓰입니다. 또는, 고대에 사대부(士大夫)가 백성을 불러 모을 때 세우던 기(旗)를 본떠, '기'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준예밀물(俊乂密勿)은 '준걸(俊傑)한 현사(賢士)들이 친밀(親密)하고 성실(誠實)하다'는 뜻입니다.
준예현사야(俊乂賢士也)라 했으니 준예(俊乂)는 현사(賢士)를 말합니다. 재주와 슬기가 아주 뛰어난 사람을 말합니다. 재덕과천인위준 백인위예(才德過千人爲俊 百人爲乂)라 했으니, '재덕이 천 명 중에 뛰어난 사람을 준(俊)이라 하고, 백 명 중에 뛰어난 사람을 예(乂)라 하였으니 준예는 뛰어난 현사(賢士)들을 말합니다.
밀물(密勿)은 '부지런히 힘쓰는 것'을 말합니다. 또 제왕(帝王) 곁에 있으면서 나라의 중요한 정무(政務)인 기밀(機密)에 참여하는 일을 말합니다. 밀친야(密親也)라 했으니, 밀(密)는 친밀(親密)함을 말하고, 물(勿)은 성실(誠實)하다는 뜻입니다.
준예밀물(俊乂密物)은 재주와 슬기가 뛰어난 현사들이 친밀하고도 성실하게 천자를 도와 정사를 해나갔다는 뜻입니다. 그런 인물들이 누구냐 하면 바로 앞에서 거론한 인물들입니다. 이를테면, 상(商)나라의 탕왕(湯王)을 보필한 이윤(伊尹), 상의 고종(高宗)무정(武丁)을 보필한 부열(傅說), 주(周)나라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을 도운 태공망(太公望)ㆍ주나라를 반석 위에 놓은 주공(周公), 춘추오패의 으뜸으로 존왕양이(尊王攘夷)ㆍ제약부경(濟弱扶傾)한 제환공(齊桓公), 제환공을 도운 관중(管仲), 한(漢)의 혜제(惠帝)를돌려 놓은 상산사호(商山四皓)인 기리계(綺里季)ㆍ동원공(東園公)ㆍ각리선생(角里先生)ㆍ하황공(夏黃公), 그리고 천자문에는 없지만 한(漢)의 고조(高祖)를 도운 장량(張良)과 소하(蘇何) 같은 인물도 이에 속할 것입니다.
다사식녕(多士寔寧) 수많은 선비 있어 나란 실로 편안했다.
다(多)는 석(夕) + 석(夕)의 회의자(會意字)입니다. 석(夕)은 본디, '저녁'의 뜻인 '석(夕)'의 모양이 아니고, 고기의 상형(象形)이라 합니다. 살이 많이 겹치다의 뜻에서, '많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사(士)는 상형자(象形字)로, '士'는 일종의 큰 도끼의 상형(象形)으로, 큰 도끼를 가질 만한 남자의 뜻을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미혼의 남성의 뜻을 나타냅니다. 사(士)는 부수(部首)로서, '남자'의 뜻을 포함하는 문자를 이룹니다.
또는 일(一) + 십(十)의 회의자(會意字)로 보아, 一에서 十까지란 뜻으로, 이는 기수(基數)이며, 이를 배우는 것은 학업(學業)에의 입문(入門) 과정이라는 데서 '선비가 하는 일'의 시초란 뜻이 됩니다. 그래서 '일', 또는 '벼슬에 나아가 일하는 사람'의 뜻에서 '선비'의 뜻이 되었습니다.
식(寔)은 면(宀) + 시(是)의 형성자(形聲字)입니다. 시(是)는 '똑바로'의 뜻입니다. 이는 무엇을 바르게[是] 집[宀] 안에 둠의 뜻을 나타냅니다. 식(寔)은 '시(是)'와 뜻이 같기에 '이, 이것'을 뜻하며, 또 식(寔)은 실(實)과 통하여 '진실로'의 뜻을 나타냅니다.
녕(寧)은 갑골문(甲骨文)을 보면 면(宀) + 명(皿) + 시(示)로 구성된 회의자(會意字)입니다.
면(宀)은 '집'의 뜻이고, 명(皿)은 '물그릇'의 뜻이며, 시(示)는 '신사(神事)에 관한 일'을 뜻합니다. 옥내(屋內)에 물그릇을 놓고 신(神)에게 발원(發願)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함을 뜻합니다. 나중에 '心'을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편안하다, 편안히하다'의 뜻으로 사용하며, 차용(借用)하여 '차라리, 오히려, 어찌' 따위의 조사(助詞)에 쓰입니다.
다사식녕(多士寔寧)는 수많은 선비들이 있어 나라는 실로 편안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다사(多士)는 앞 절의 준예(俊乂)들이지요. 많은 현사(賢士)들을 말합니다. 앞에서 거론한 인물들입니다. 식실야(寔實也)라 했으니 식(寔)은 '실(實)로, 참으로'의 뜻입니다. 따라서 식녕(寔寧)은 '실로 편안하다, 참으로 편안하다'는 뜻입니다.
조정에 재주와 지혜를 갖추고 높은 도덕성을 함양한 뛰어난 현사들이 많다면 나라는 실로 태평성세(太平盛世)를 누릴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하(夏)나라 말기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한 걸왕(桀王)을 몰아내고 상(商)나라를 세운 이는 탕왕(湯王)인데 이를 보필한 분이 이윤(伊尹) 재상이고, 상나라를 부흥시킨 고종(高宗, 武丁)의 위업은 부열(傅說)이란 현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주(周)나라를 세우고 기반을 안정시키는데는 문왕(文王)과 무왕(武王) 등을 도운 태공망(太公望)과 주공(周公)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춘추오패(春秋五覇)의 으뜸으로 우뚝 솟은 제환공(齊桓公)에게는 명상(名相) 관중(管仲)이 있었습니다. 또한 진시황 사후 천하가 어지럽게 되자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천하를 놓고 격돌한 초한전쟁(楚漢戰爭)에서 유방(劉邦, 漢高祖)이 승리하여 제국(帝國)을 건립했던 것은 유방에게 한신(韓信)과 장량(張良), 그리고 소하(蘇何)와 같은 인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漢)의 고조(高祖)가 정비(正妃) 소생의 태자(太子, 惠帝)를 폐하고, 후궁(後宮)의 소생으로 태자로 삼으려 하여 조정이 발칵 뒤집혔을 때, 기리계(綺里季)ㆍ동원공(東園公)ㆍ각리선생(角里先生)ㆍ하황공(夏黃公) 등 상산사호(商山四皓)의 지혜로 제자리를 찾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현사들이 있었기 제왕들은 대업을 이룰 수 있었고 백성들은 태평가를 부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대로 어지러운 시기에는 반드시 간신(奸臣)이 있게 마련이고 그들이 세도를 부리면 백성은 도탄에 빠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요즘 발탁되는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국가관과 능력, 도덕성이 문제 되어, 퇴진을 요구하여 자진 사퇴하거나 지명철회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마음 또한 편치 않은 실정입니다. 높은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