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字文 工夫

101. 具膳飱飯 適口充腸

bindol 2020. 11. 14. 18:22

 

 

具膳飱飯 適口充腸

 

本文

具膳飱飯 適口充腸 구선손반 적구충장

나물반찬 갖춰 차린 아침밥 저녁 죽

내 입에 알맞아서 주린 창자 채워 주네.

 

訓音

갖출 구 반찬 손 저녁밥 손 밥 반

맞을 적 입 구 찰 충 창자 장

 

解說

구선손반(具膳飱飯) 나물반찬 갖춰 차린 아침밥 저녘 죽

적구충장(適口充腸) 내 입에 알맞아서 주린 창자 채워주네.

우선 글자의 자원(字源)부터 알아보고 그 뜻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는 패(. ) + ()의 형성자(形聲字), '()''조개', 또는 '솥의 상형'이고, '()''양손으로 바치다'의 뜻으로 '갖추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은 육(. + ()의 형성자(形聲字), '()''좋다'의 뜻입니다. 좋은 고기의 뜻에서, 잘 갖추어진 요리의 뜻을 나타냅니다. 요리한 음식 '반찬'을 뜻합니다.

()은 손()의 속자(俗字)입니다. ()은 석() + ()의 회의자(會意字), 저녁에 먹는 밥을 나타냅니다. '저녁밥'을 뜻합니다. () = () = ().

()은 식() + ()의 형성자(形聲字), '()''되돌아가다'의 뜻입니다. 곡식을 끓여서 만든 ''의 뜻을 나타냅니다.

설문(說文)에서는, () + ()의 회의자(會意字), '()'는 귀신머리의 상형(象形)이고, '()''호랑이'의 뜻입니다. 그래서 '두렵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은 착(. ) + ()의 형성자(形聲字), '()'은 구심적(求心的)으로 따라가다의 뜻입니다. 일이 목적으로 하는 한 점을 '따라가다, 맞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는 상형자(象形字), 사람의 입 모양을 본떠, ''의 뜻을 나타냅니다.

()은 인() + ()의 형성자(形聲字), '()''사람'의 뜻이고, '()''키우다'의 뜻입니다. 키워져서 어른이 되므로 '차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은 육(. ) + ()의 형성자(形聲字), '()''발돋음하다)'의 뜻입니다. 늘어나는 대장(大腸)소장(小腸)'창자'의 뜻을 나타냅니다.

구선손반(具膳飱飯)에서 구()'갖출 구, 차릴 구'입니다. ()'반찬 선'입니다. 따라서 구선(具膳)'반찬을 갖추다'라는 말입니다. '잘 요리한 음식을 갖춤'의 뜻도 됩니다. 반찬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크게는 고기반찬과 나물반찬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기반찬을 '수선(羞膳)'이라 하고, 나물반찬을 '소선(素膳)'이라 합니다. 여기서는 전체적인 문의(文義)로 보아 소선(素膳)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따라서 구선(具膳)은 나물반찬을 갖추어 차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은 손()의 속자(俗字)이고 손()과 동자(同字)입니다. 손자석식야(飧者夕食也)라 했으니 '()은 저녁밥이다'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손()'저녁밥 손, 먹을 손'이라 합니다. ()'밥 반'입니다. 아침밥을 말합니다. 조반석죽(朝飯夕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침은 밥, 저녁은 죽을 먹는다' 라는 말입니다. 이는 흔히 군색한 생활을 형용할 때 쓰곤 합니다. 또는 아침은 갖추어 잘 먹고 저녁은 간단히 먹는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여기서 손반(飱飯)이라고 할 때 손()은 손죽(飱粥)이라 하여 '저녁 죽'이라 하는데 이를 희반(稀飯)이라 합니다. 희반(稀飯)이란 '멀건 죽, 묽은 밥'이라는 의미입니다. , ()은 조반(朝飯)이라 하여 '아침밥'이라 하는데 이를 옹반(饔飯)이라 합니다. 조반석죽(朝飯夕粥)을 놓고 생각해보면 조반(朝飯)은 옹반(饔飯)이고 석죽(夕粥)은 손죽(飱粥)이라 할 것입니다.

이를 모두 종합해보면 구선손반(具膳飱飯)은 나물반찬을 갖추어 차린 아침밥 저녁 죽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소식(素食)으로 소박하게 차린 식사를 말합니다.

적구충장(適口充腸)에서 적()'맞을 적'이고 구()'입 구', ()'찰 충, 채울 충'이며, ()'창자 장'입니다. 적구(適口)'입에 맞다'는 말이고, 충장(充腸)'창자를 채운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적구충장(適口充腸)은 내 입에 잘 맞아서 창자를 채워 준다는 말입니다.

구선손반(具膳飱飯) 적구충장(適口充腸)은 나물반찬으로 차린 아침밥 저녁 죽이 내 입에 잘 맞아서 주린 배를 채워 준다는 말입니다.

군자란 음식을 대할 때 담백(淡白)한 소식(素食)이라도 내 입에 맞아 주린 배를 위로 해 주면 족하지 진수성찬(珍羞盛饌)을 차려 미식(美食)을 탐하고 배불리 먹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논어(論語)》『학이(學而)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먹는 데 배부르기를 구하지 아니하고, 거처하는 데 편안함을 구하지 아니하며, 일에 민첩하고, 말에 신중하며, 덕행이 있는 이에게 나아가 자기를 바르게 하면 가히 배움을 좋아한다고 할 것이다."

(子曰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자왈 군자식무구포 거무구안 민어사이신어언 취유도이정언 가위호학야이

군자는 먹는 것이나 거처 등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좋은 음식을 탐하거나 편안함을 구하고자 애쓰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그보다 큰 뜻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군자는 일에는 민첩하나 말은 신중히 하여 경솔하게 말하지 않으며, 늘 도가 있는 이 즉 덕행이 높은 이에게 나아가 옳고 그름을 바르게 하면 배움을 좋아한다고 할 만하다는 말씀입니다.

논어(論語)》『옹야(雍也)편에서 공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질도다 회여!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로 누추한 동네에 살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그 고생을 견디지 못하거늘, 회는 그 즐거움이 변치 않으니 어질도다, 회여!"

(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

현재 회야 일단사 일표음 재누항 인불감기우 회야 불개기락 현재 회야

공자의 많은 제자 중 안회(顔回)는 공자의 가장 아끼는 애제자 중의 한 분이지만 그의 생활형편은 썩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단사표음(簞食瓢飮)으로 누항(陋巷)에 살면서도 세속의 온갖 유혹에 벗어나 초연하게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기는 안회야말로 배움을 좋아하고 도를 행하는 군자라 하며 칭송하는 모습입니다.

또 공자께서는 논어(論語)》『술이(述而)편에서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자더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니, 의롭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낙역재기중의 불의이부차구 어아여부운

이와 같이 군자는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보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자더라도 도()에 따라 사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입니다.

구선손반(具膳飱飯) 적구충장(適口充腸)이란 글에는 이와 같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진수성찬(珍羞盛饌)산해진미(山海珍味)고량진미(膏粱珍味)를 먹고 사느니 소식소찬(素食素饌)을 먹더라도 떳떳하고 밝은 도리를 다하며 정직하게 사는 것이 맑고 향기롭게 사는 도리임을 뜻한다 할 것입니다.

불가(佛家)에서의 음식은 그야말로 소식소찬(素食素饌)입니다. 소식(素食)이란 육류(肉類)가 빠진 음식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수행자들의 소욕지족(小欲知足) 생활과 생명에 대한 자비심(慈悲心)도 깃들어 있습니다. 사찰에서의 공양은 소식(素食. 蔬食)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삼염(三厭) 오신채(五辛菜)가 들어가지 않은 소식(素食)입니다. 삼염(三厭)이란 육공의 고기를 말하고 오신채(五辛菜)는 파마늘부추달래흥거 등 독한 냄새가 나는 식품을 말합니다.

사찰에서는 아침에는 죽을 먹고 점심은 보통식을 하고 저녁은 약식이라 과일즙 등으로 가볍게 먹습니다. 이렇게 하면 몸은 가볍고 정신은 맑아지기 때문입니다. 불가에서의 공양하는 정신은 오관게(五觀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오관게(五觀偈)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計功多少 量彼來處 계공다소 양피래처

忖己德行 全缺應供 촌기덕행 전결응공

防心離過 貪等爲宗 방심이과 탐등위종

正思良藥 爲療形枯 정사양약 위료형고

爲成道業 應受此食 위성도업 응수차식

공양을 받을 때는 이와 같이 다섯 가지를 관해야 하는데 그 중에서 핵심은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함에 있다 할 것입니다. 이것이 구선손반(具膳飱飯) 적구충장(適口充腸)정신과 뜻이 통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유가(儒家)나 불가(佛家)나 무엇을 잘 먹고 살기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를 주안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음식을 먹는데 큰 비중을 두지 않았습니다. 유가는 공자님의 가르침대로 단사표음(簞食瓢飮)을 맑은 정신으로 삼았고, 불가에서는 음식을 육신을 지탱하는 약[正思良藥 爲療形枯]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구선손반(具膳飱飯) 적구충장(適口充腸)을 새롭게 새긴다면 음식에 대한 탐욕, 사치한 생각을 내려놓고 담백한 음식을 즐기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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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具膳飡飯 適口充腸

 

갖출 구/ 반찬 선/ 저녁밥 손/ 밥 반

具膳飡飯(구선손반) : 반찬을 갖춰서 밥을 먹되,

맞을 적/ 입 구/ 채울 충/ 창자 장

適口充腸(적구충장) : 입에 맞으면 배를 채운다.

 

101. 具膳湌飯 適口充腸(구선손반 적구충장)

: 반찬 갖춘 밥을 물 말아 먹고, 입에 맞게 창자를 채운다.

論語(논어) 學而(학이) 편에,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군자식무구포 거무구안) - “군자는 먹는 데 배부른 것을 구하지 않고, 거처하는 데 편안한 것을 구하지 않는다." 라고 했는바, 군자는 음식이 담백(淡白)함에 만족하고, 미식(美食)이나 포식(飽食)을 삼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지식인들은 '청빈낙도(淸貧樂道)의 삶', '가난하지만 깨끗하고 도리를 즐기는 삶'을 추구했습니다. 그리고, 검소하게 살면서도 즐겁게 여기는 것을 군자다운 삶의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재물과 부귀에 대해 '중용과 조화의 삶'을 실천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남북조 시대의 안지추(顔之推)가 그 전형적 인물로 꼽힙니다

안지추는 남조(南朝)와 북조(北朝) 모두에서 크게 명성을 떨친 대학자였습니다. 그는 안씨가훈(顔氏家訓)이라는 저서를 후손들에게 남겼는데, 그 책에 재물과 부귀에 대한 '중용과 조화의 삶'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안지추는 사람에게 옷이란 추위와 노출을 덮어주는 것으로 충분하고, 음식은 배고픔에 주린 창자를 채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재물은 집안의 길흉사(吉凶事) 등 급하게 사용할 때 부족하지 않을 정도만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만약 그보다 더 많은 재물과 부귀를 가졌을 경우에는 즉시 형제와 나누고 이웃에 베풀라고 했습니다.

안지추는 '구선소반(具膳飧飯) 적구충장(適口充腸)'을 실천한 인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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