妾御績紡 侍巾帷房
【本文】
妾御績紡 侍巾帷房 첩어적방 시건유방
처첩(妻妾)은 길쌈으로 부공(婦功)삼고 살림하며
내실(內室)에선 수건과 빗을 들고 섬긴다.
【訓音】
妾 첩 첩 御 모실 어 績 자을 적 紡 길쌈 방
侍 모실 시 巾 수건 건 帷 휘장 유 房 방 방
【解說】
이번 장에서는 첩어적방(妾御績紡) 시건유방(侍巾帷房)이라는 구절을 놓고 공부할 차례입니다. 여기에는 무슨 뜻이 담겨 있는가 하나하나 공부해 보겠습니다.
첩어적방(妾御績紡) 처첩(妻妾)은 길쌈으로 부공(婦功)삼고 살림하며
시건유방(侍巾帷房) 내실(內室)에선 수건과 빗을 들고 섬긴다.
우선 글자의 자원(字源)부터 알아보고 그 뜻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첩(妾)은 신(辛) + 녀(女)의 회의자(會意字)로, '신(辛)'은 '바늘'을 본뜬 모양으로, '문신(文身)'의 뜻입니다. 귀인 곁에 모시는 문신(文身)을 넣은 여성, 시비(侍婢)의 뜻을 나타내며, 또 '첩'을 뜻합니다. 원래는 묵형(墨刑)을 받은 천한 여자를 뜻했으나 후에 '첩'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어(御)는 착(辵) + 절(卩) + 오(午)의 형성자(形聲字)로, '오(午)'는 절굿공이 모양의 신체(神體)의 상형이고, '절(卩)'은 무릎을 꿇은 형상으로 신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신을 맞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어(馭)와 통하여, '말을 부리다'의 뜻도 나타냅니다.
또, 어(御)를 척(彳) + 사(卸)의 회의자(會意字)로 보아, 마차를 몰고 가다가[彳], 그 마차를 세우고, 메운 멍에를 푼다[卸]는 뜻으로 멍에를 메우거나 푸는 일은 말을 모는 이의 직책이라는 데서 '어거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합니다. 또는 먼길을 가다가 매어 둔 말고삐를 푸는 것을 나타내 '말몰다'의 뜻이 나왔다고 합니다.
또 어(御)는 척(彳) + 요(幺. 午) + '절(卩)의 회의자(會意字)로, 원래 실[幺]로 만든 채찍을 들고 앉은 사람[卩]을 그려, 길에서 마차를 모는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이후 길을 뜻하는 '척(彳)'이 더해졌고, '요(幺)'가 '오(午)'로 바뀌어 지금의 형체가 되었고, 간혹 복(攴)이 더해져 채찍질을 하는 모습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수레를 몰다의 뜻에서 '제어(制御)하다, 방어하다, 다스리다'는 뜻까지 생겼고, '임금과 관련된 것'을 지칭하는 데도 쓰였습니다. 또 제사 이름으로 쓰였는데, 이때에는 보일 시(示)를 더한 어(禦)로 분화했으나, 간화자에서는 어(御)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적(績)은 사(糸) + 책(責)의 형성자(形聲字)로, '책(責)'은 '적(積)'과 통하여 '쌓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실을 쌓아서 포개다의 뜻에서, '잣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방(紡)은 사(糸) + 방(方)의 형성자(形聲字)로, '방(方)'은 '늘어놓다'의 뜻입니다. 실을 늘어놓다의 뜻에서, '잣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시(侍)는 인(人) + 사(寺)의 형성자(形聲字)로, '사(寺)'는 '지(止)'와 통하여, '멈춰 서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윗사람 가까이에 머물러 봉사하는 사람의 뜻입니다. 그래서 '모시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사(寺)'는 본래 관청(官廳)의 뜻으로, 관청에 근무하는 사람은 윗사람의 명을 받들어 모신다는 뜻에서 '모시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어떤 곳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는[寺] 사람[人]을 말하는데, 옛날에는 이런 사람을 사인(寺人)이라 불렀고, 이로부터 곁에서 '모시다'의 뜻이 나왔다고 보기도 합니다.
건(巾)은 상형자(象形字)로, 헝겊에 끈을 달아 허리띠에 찔러 넣은 형상으로서, '헝겊'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경(冂) + 곤(丨)의 상형자(象形字)로, '경(冂)'은 한 폭의 천이고, '(丨)'은 그 천을 띠에 차고 드리우고 있는 모양입니다. 원뜻은 '행주'이고, 발전하여 '수건' 등의 뜻을 나타내었습니다.
유(帷)는 건(巾) + 추(隹)의 형성자(形聲字)로, '추(隹)'는 '위(圍)'와 통하여, 사방을 둘러침의 뜻입니다. 둘러친 천, '휘장, 덮개'의 뜻을 나타냅니다.
방(房)은 호(戶) + 방(方)의 형성자(形聲字)로, '방(方)'은 '옆으로 튀어나오다'의 뜻입니다. 집의 정실(正室) 좌우에 있는 '작은 방'의 뜻을 나타냅니다.
『주례(周禮)』에 의하면 종묘(宗廟)의 문이나 큰 대문은 문(門)을 쓰고 곁으로 배치된 방들은 호(戶)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방(房)은 집의 중앙 있는 정실(正室) 곁으로 배치된 측실(側室)을 말하였는데 이후에 격자형으로 분할된 '방'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첩어적방(妾御績紡)에서 첩(妾)은 '첩 첩, 시비(侍婢) 첩, 계집아이 첩'이인데, 여자의 겸칭(謙稱)으로도 씁니다. 첩은 정식으로 혼례(婚禮)를 하여 맞아오지 않고 데리고 사는 여자를 말합니다. 어(御)는 '어거할 어, 불릴 어, 마부어, 모실어, 괼 어, 드릴 어, 아내 어'이고, 적(績)은 '자을 적, 실 뽑을 적, 이룰 적, 공 적, 일 적이고, 방(紡)은 자을 방, 실 뽑을 방, 걸 방, 길쌈 방'입니다.
첩어(妾御)는 '아내가 남편을 섬긴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어(御)는 '시침(侍寢)'의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첩어(妾御)'를 해석함에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첫째는 첩(妾), 첩실(妾室)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첩이 모시다'로 보아 첩이 남편을 모시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는 어(御)를 '아내[妻]'로 보아 처첩(妻妾)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셋째는 어(御)를 시녀(侍女)로 보아 '첩과 시녀'로 보기도 합니다. 넷째는 첩(妾)을 처첩(妻妾)으로 보고 어(御)를 시녀로 보아 '처첩과 시녀'로 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둘째를 취하여 처첩(妻妾)으로 새겼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첩(妾)이라고 해서 꼭 첩(妾)만이 아니고 정처(正妻)도 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적방(績紡)은 실을 잣고 베를 짜는 것을 말합니다. 즉 길쌈하는 것을 말합니다. 길쌈이란 옛날에 누에고치ㆍ삼ㆍ모시ㆍ목화 등을 가공하여 섬유질에서 실을 뽑아, 명주ㆍ삼베ㆍ모시ㆍ무명의 베를 짜는 일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길쌈은 일찍이 부녀자(婦女子)들의 노동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길쌈은 부녀자들의 부공(婦功)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따라서 첩어적방(妾御績紡)은 처첩(妻妾)은 길쌈으로 부공(婦功)을 삼아 남편을 섬기고 살림을 한다는 말입니다.
《예기(禮記)》『내칙(內則)』편에 부부의 도리에 대한 글이 언급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禮 始於謹夫婦 爲宮室 辨內外 男子居外 女子居內 深宮固門 閽寺守之
예 시어근부부 위궁실 변내외 남자거외 여자거내 심궁고문 혼시수지
男不入 女不出. 남불입 여불출
예(禮)는 부부 사이의 도리를 삼가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집을 지을 때는 안과 밖의 구분이 있게 한다. 남자는 밖에 거처하고 여자는 안에 거처한다. 안채는 깊숙하게 하고 안과 밖의 사이에 문을 두어 혼시(閽寺. 문지기)가 사람의 출입을 감시하게 한다. 남자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며 여자는 밖에 나오지 않는다.
............................................... 중략 ..................................................
夫婦之禮 唯及七十 同藏無閒 故 妾雖老 年未滿五十 必與五日之御
부부지례 유급칠십 동장무간 고 첩수노 연미만오십 필여오일지어
將御者 齊 潄澣 愼衣服 櫛縰 筓總 角拂髦 衿纓 綦屨
장어자 제 수한 신의복 즐사 계총 각불모 금영 기구
雖婢妾 衣服飮食 必後長者 妻不在 妾御 莫敢當夕
수비첩 의복음식 필후장자 처부재 첩어 막감당석
부부 사이의 예의는, 오직 70세가 된 뒤에는 부부가 한 곳에 거처하고 안팎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첩(妾)은 비록 늙었더라도 나이가 50세 미만이면 반드시 5일의 시어(侍御)에 참여한다.
장차 그 시어(侍御)에 참여하려고 할 때에는 재계(齋戒)하고, 양치질하고, 손발과 얼굴을 씻고, 공손히 의복을 입은 후, 머리를 빗고 사(縰)로써 싸고, 비녀를 꽂고, 총(總)을 달고, 앞머리의 먼지를 털어서 쪽진 데에 가(加)하고, 향낭(香囊)을 차고 신을 신고 신끈을 매고 문안드린다.
비록 비첩(婢妾)일지라도 의복ㆍ음식 등의 일에 예절을 지켜 반드시 어른보다
뒤에 한다. 아내가 부재한 때에는 감히 첩이 아내의 시어(侍御)할 밤을 대신 시어(侍御)하지 못한다.」
여기서 오일지어(五日之御)란 5일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시침(侍寢)의 차례입니다. 이것은 제후(諸侯)의 예(禮)입니다. 제후는 한꺼번에 9명의 여자와 결혼했다고 합니다. 즉 부인(夫人)과 두 사람의 잉첩(媵妾)과 잉첩이 세 사람씩 거느리는 질제(姪娣)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질제 6명이 세 밤의 시침(侍寢)을 당번한다고 합니다. 다음 두 사람의 잉첩(媵妾)이 하룻밤을 시침하고 그 다음에는 부인이 혼자서 하룻밤을 시침합니다. 그래서 5일만에 한 번씩 차례가 오는 것입니다.
첩어(妾御)란 첩이 시어(侍御)함을 말하는 것이니 이는 곧 시침(侍寢)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천자문의 첩어적방(妾御績紡)에서의 첩어(妾御)는 처첩(妻妾)이 남편을 극진히 모시는 것을 말한다 할 것입니다.
계속해서 《예기(禮記)》『내칙(內則)』편에 길쌈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 있어 인용해 봅니다.
女子十年不出 姆敎婉娩聽從 執麻枲 治絲繭 織紝組紃 學女事以共衣服
여자십년불출 모교완만청종 집마시 치사견 직임조순 학녀사이공의복
觀於祭祀 納酒漿籩豆菹醢 禮相助奠
관어제사 납주장변두저해 예상조전
十有五年而筓 二十而嫁 有故 二十三而嫁 聘則爲妻 奔則爲妾
십유오년이계 이십이가 유고 이십삼이가 빙즉위처 분즉위첩
여자가 열 살이 되면 규문(閨門) 밖에 나다니지 않게 하며, 여스승이 상냥한 말씨[婉]와 유순한 태도[娩]와 그리고 어른의 말을 잘 듣고 이에 순종하는 법을 가르치며, 삼과 모시를 잡아 길쌈을 하며, 누에를 길러 실을 뽑아 비단과 명주를 직조(織組)하게 하여 여자의 일을 배워 이로써 의복(衣服)을 공급하게 한다.
또 제사에 참관하여 술과 음료[酒漿], 대나무 제기와 나무제기[籩豆], 침채(浸菜)와 젓갈[菹醢] 등을 올려 예로써 어른들을 도와 제수를 올리는 것을 돕게 한다.
열다섯 살이 되면 비녀를 꽂고, 스무 살이 되면 시집을 보낸다. 그런데 연고(緣故. 부모의 喪)가 있으면 스물세 살에 시집을 간다. 빙례(聘禮. 婚禮)를 갖추면 처(妻)가 되고 빙례(聘禮)를 갖추지 않고 그냥 가면 첩(妾)이 된다.」
이와 같이 여자는 어려서부터 길쌈을 하는 것이 여자의 도리로 훈육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첩어적방(妾御績紡)은 처첩이 길쌈을 부공(婦功)으로 삼아 살림에 힘쓰고 지아비를 섬김을 뜻한다 할 것입니다.
《몽구(蒙求》『강시약리(姜詩躍鯉』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후한(後漢)의 강시(姜詩)는 광한(廣漢) 사람이다. 그는 지극한 효성으로 어머니를 섬기었다. 아내 방씨(龐氏) 또한 더욱 도탑게 순종하면서 봉양하였다.
어머니가 강물 마시기를 좋아하는데 강물은 집에서 6,7리 거리에 있었다. 아내는 항상 물을 거슬러 올라가서 길어왔다. 어느 날 바람을 만나 늦게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사이 어머니가 목이 말라 애쓰자 강시는 아내를 꾸짖고 내보냈다.
아내는 이웃집에 기탁하여 살면서 밤낮으로 길쌈하여[晝夜績紡] 저자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다가 이웃집 아주머니로 하여금 그녀의 뜻이라며 그 시어머니에게 보내 공양하였다.
이와 같이 한 지가 오래되자 시어머니는 괴이하게 여겨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그 연유를 물으니 이웃집 아주머니는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이에 시어머니는 감동하여 부끄러워하면서 불러 돌아오게 하니 그녀는 고맙게 여겨 더욱 삼가며 봉양하였다.
......................... -중략- ................」
이 이야기는 중국 24효(孝)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시어머니가 강물을 좋아하고 생선회를 좋아하여 부부는 날마다 먼 길을 가서 강물을 길어오고 잉어를 잡아다가 생선회를 해 드렸답니다. 그런데 큰 바람을 만나 늦게 돌아오자 남편이 부인을 태만을 꾸짖으며 내쫓아던 것입니다. 그래도 부인은 이를 원망하지 않고 이웃집에 더부살이하면서 열심히 길쌈을 해서 번 돈으로 시장에 가서 잉어회를 사다가 몰래 봉양했던 것입니다. 부인이 집에 돌아오자 마당에서 샘물이 솟아났는데 여시서 매일 잉어 두 마리가 뛰어나왔다고 합니다. 물맛이 강물과 같았으므로 멀리 가서 강물을 길지 않아도 되었고 낚시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니 이 부부 특히 부인의 효에 하늘이 감동했다는 고사입니다. 이것을 강시약리(姜詩躍鯉) 또는 용천약리(湧泉躍鯉)라 합니다.
시건유방(侍巾帷房)에서 시(侍)는 '모실시, 기를 시, 따를 시, 부릴 시, 다가갈 시'이고, 건(巾)은 '수건 건', 베 조각을 뜻하는 '헝겊 건', 두건(頭巾)을 뜻하는 '건 건', 물건을 덮어 가리는 '덮을 건'이고, 유(帷)는 사방을 둘러치는 장막인 '휘장 유', '덮을 유, 가릴 유'이고, 방(房)은 '방 방, 곁방 방, 집 방', 화살을 넣는 '전동 방', 열매나 꽃을 뜻하는 '송이 방', 처첩(妻妾)을 뜻하는 '아내 방'입니다.
시건(侍巾)은 '수건을 들고 모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는 시집건즐(侍執巾櫛)의 약칭으로, 처첩(妻妾)이 남편의 좌우에서 수건이나 빗을 들고 시중드는 것을 말합니다. 건즐(巾櫛)을 잡았다는 것은 아내가 되었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유방(惟房)은 휘장을 늘어뜨린 방을 말함이니 이는 곧 규방(閨房)을 말합니다. 규방은 부녀자가 거처하는 방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내실(內室) 즉 '안방'을 말합니다. 부부의 침실(寢室)을 뜻합니다.
따라서 시건유방(侍巾帷房)은 내실(內室)에선 수건과 빗을 들고 섬긴다는 뜻입니다. 첩어적방(妾御績紡)과 함께 이는 곧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부도(婦道)에 관한 것을 언급한 글입니다.
《소학(小學)》『외편(外篇)』「선행(善行)」조에 부도(婦道)를 행한 여인을 소개한 글이 있는데 여기에 <시집건즐(侍執巾櫛)>이란 용어가 나와 소개해 봅니다.
「漢鮑宣妻桓氏 字少君 宣嘗就少君父學 父奇其淸苦 故以女妻之
한포선처환씨 자소군 선상취소군부학 부기기청고 고이여처지
裝送資賄甚盛 宣不悅 謂妻曰 少君生富驕 習美飾 而吾實貧賤 不敢當禮
장송자회심성 선불열 위처왈 소군생부교 습미식 이오실빈천 불감당례
妻曰 大人以先生修德守約 故使賤妾侍執巾櫛 旣奉承君子 惟命是從
처왈 대인이선생수덕수약 고사천첩시집건즐 기봉승군자 유명시종
宣笑曰 能如是 是吾志也 妻乃悉歸侍御服飾 更著短布裳 與宣共挽鹿車
선소왈 능여시 시오지야 처내실귀시어복식 경착단포상 여선공만록거
歸鄕里 拜姑禮畢 提甕出汲 修行婦道 鄕邦稱之
귀향리 배고예필 제옹출급 수행부도 향방칭지
한(漢)나라 포선(鮑宣)의 아내 환씨(桓氏)의 자는 소군(少君)이다.
선(宣)이 일찍이 소군의 아버지에게 나아가 글을 배웠는데, 소군의 아버지가 그의 맑고 부지런함[淸苦]함을 기특히 여겼기 때문에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
혼수예물[裝送資賄]이 매우 성대함에 선(宣)이 기뻐하지 않고 아내에게 말했다.
"소군(少君)은 부유함과 사랑[富驕] 속에 자라나서 아름답게 꾸밈에 익숙하나 나는 실로 빈천(貧賤)하여 그와 같은 예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아내가 말했다.
"친정 아버지께서 나리가 덕을 닦고 검약(儉約)을 지킨다 생각한 까닭에 천첩(賤妾)으로 하여금 건즐(巾櫛)을 잡고 뫼시게 한 것입니다. 이미 군자(君子)를 받들기로 하였으니 오직 명하심을 따를 것입니다."
선(宣)이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의 뜻이 능히 그와 같다면 나의 뜻과 같습니다."
아내는 곧 하인과 의복과 장식품[侍御服飾]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간소한 베치마로 갈아입고서 선(宣)과 더불어 함께 작은 수레[鹿車]를 끌고 향리(鄕里)로 돌아갔다.
시어머니께 절하는 예를 마치고, 동이를 이고 나가 물을 길어 부도(婦道)를 잘 행하니, 온 마을과 나라에서 그녀를 칭송하였다.」
시집건즐(侍執巾櫛)하며 남편을 공경하며 섬기는 것이 부덕임을 나타내 보인 것인데 남편도 그에 상응하여 아내를 사랑하고 속되지 않고 검약한 생활을 하는 바른 군자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임을 밝힌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첩어적방(妾御績紡)과 시건유방(侍巾帷房)에 대하여 살펴보았는데, 이는 예전에 남자는 가족을 부양하고자 밖에서 벼슬을 하여 나라 일을 보든지 밖에서 힘써 일해 가족을 건사하고 여자는 안에서 성실과 근면으로 부덕을 닦아 알뜰히 살림하는 한편 내조하여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야 함을 나타낸 것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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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妾御績紡 侍巾帷房
妾 첩 첩/ 御 모실 어/ 績 길쌈 적/ 紡 길쌈 방
■ 妾御績紡(첩어적방) : 여인들은 길쌈(베 짜는 일)을 하고,
侍 모실 시/ 巾 수건 건/ 帷 장막 유/ 房 방 방
■ 侍巾帷房(시건유방) : 장막 친 안방에서 수건 들고 시중든다.
104. 妾御績紡 侍巾帷房(첩어적방 시건유방)
: 아내와 처는 길쌈하고 휘장 두른 안방에서는 수건과 빗을 들고 시중든다.
유교 문화권에서 이상적인 여성상이 '현모양처(賢母良妻)' 인바, 소위 팔방미인형 여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의식주, 자녀교육, 남편 시중, 하인 관리, 친척 접대 등 대부분의 집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바로 현모양처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의 구절은 현모양처의 여러 일 중에서도 길쌈과 남편 시중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길쌈은 가정에서 삼· 누에· 모시· 목화 등의 섬유 원료로 베· 명주· 모시· 무명 등을 짜내는 모든 과정을 말합니다.
특히, 비단명주의 원료가 되는 누에고치를 치는 농사인 양잠(養蠶)과 비단 길쌈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고대 왕조들은 왕실(王室)의 후비(后妃)들이 도읍지 동쪽 교외로 나가 몸소 뽕잎을 따다 누에를 치는 행사를 갖도록 했습니다.
누에가 성장하면 고치를 따내어 길쌈을 하여, 먼저 하늘과 조상에 제사 올리는 데 사용하는 의복을 지었습니다.
이렇듯 왕실과 일반 가정의 부녀자들을 총동원하여 양잠과 길쌈 노동에 매달렸습니다.
시건유방(侍巾帷房)은 아내와 첩이 남편을 시중드는 법도와 절차에 관한 것입니다.
예기(禮記)에는, 아내와 첩이 남편을 시중들 때 지켜야 할 구체적인 내용이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내와 첩은 남편의 옷장에 옷을 넣지 못하며, 욕실을 함께 쓰지 못하고, 남편이 외출했을 때는 남편이 눕고 앉은 자리를 말끔하게 치우고, 남편이 쓰던 그릇은 넣어 두어야 합니다.
또한 아내와 첩은 일정한 법도에 따라 남편의 밤자리 시중을 들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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