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김대일 선생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교실(8)'

bindol 2020. 12. 18. 11:01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교실(8)

 

빈객(賓客)

 

빈객(賓客)은 주로 귀한 손님이란 말입니다. 하지만 빈()과 객()은 둘 다 손님을 뜻하지만 의미가 좀 다릅니다. 의 차이점을 먼저 말씀드리면 은 초대한 손님을 말하며, 정해진 날에 오기로 약속된 손님입니다. 그래서 귀한 손님을 이라고 합니다.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모시는 자리를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그 자리가 바로 貴賓席(귀빈석)입니다. 그러니 귀한 손님을 모시는 招請狀(초청장)에는 대개 다음과 같은 말을 써서 보냅니다. ‘부디 오셔서 자리를 빛내어 주십시오.’ 즉 모시는 좌석(座席)을 미리 만들어 놓았으니 참석(參席)하셔서 자리를 채워 빛이 나게 해 달라는 말이지요. 대개 경사스러운 날에는 귀한 사람을 모셔서 더 빛이 나게 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초청을 하였는데도 참석여부를 통보하지 않고 참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모실 자리는 만들어 놓았는데 사람이 오질 않았으니 당연히 그 자리가 비게 되겠지요. 이런 경우는 대단히 실례(失禮)가 되는 행위입니다. 초청을 하면 참석여부를 반드시 통보해야 하는 것이 예의(禮儀)입니다.

 

()은 집 면()(걸을 보)가 생략된 글자와 (조개 패)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이 말 뜻은 초청한 집()에 재물()을 들고 걸어가서() 참석한 사람이 됩니다. 귀한 사람으로 초대를 받았으니 빈손으로 갈 수 없겠지요? 그래서 당연히 선물이 될 만한 재물을 들고 찾아 갔으니 귀하게 대접을 받겠지요. 몇 십 년 전만 해도 다른 집을 방문할 때에는 보통 고기 한 근을 선물로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선물도 한자로는 膳物이라 씁니다. 선물은 남에게 선사(膳賜)로 주는 물품(物品)을 말합니다. 선물의 은 선물 선, 반찬 선이라 읽습니다.

의 글자도 고기 육(=)과 좋을 선()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선물을 드릴 때 옛날에는 좋은 고기를 드렸다는 말입니다.

 

은 초대하지 않았는데 찾아온 손님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不請客(불청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은 집 면()과 뒤져올 치()와 입 구()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여기서 는 발을 거꾸로 그려서 천천히 걸어가다는 뜻입니다. 초청 받지 않은 손님이니 빨리 갈 필요도 없겠지요. 이 말의 의미는 어느 집()에 천천히 걸어 들어갔으나() 입 만 가지고 들어간 모양입니다. 초청 받지 않았으니 선물을 가지고 갈 필요도 없겠지요. 잔치 집에 입만 가지고 가서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고 말로 분위기를 띄워 주고 오면 되는 그런 사람 정도가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論客(논객)은 자기 이론(理論)이나 의견(意見)을 내세우는 사람을 말하며 騷客(소객)은 주로 시인(詩人)과 문사(文士)를 일컫는 말인데, 모두 입 구()가 있으니 말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손님이라도 貴賓은 귀빈의 대접을 받으니 앉는 자리를 따로 마련해 드리고 대접을 해드리며, 은 귀빈처럼 따로 자리를 마련해 둔 곳이 없으니 아무 자리에 앉으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은 다릅니다. / 김대일(한자진흥회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