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교실 '은닉(隱匿)'

bindol 2020. 12. 18. 11:04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교실(10)

 

은닉(隱匿)

 

 

은닉(隱匿)이란 남의 물건이나 범죄인을 감추는 것을 말합니다. ()숨다, 감춘다라는 뜻으로 (언덕 부)(삼갈 은, 급할 급)으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내 몸을 숨겨야 할 때는 집보다 언덕이 훨씬 숨을 곳이 많습니다. 언덕에는 나무도 많고 골짜기도 있을 것이고 동굴 같은 곳도 있을 것이며 구덩이를 파서 몸을 숨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험에 처하면 누구나 몸을 상하지 않기 위해 몸을 숨기는 법입니다. 숨을 곳이 바로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언덕에 가려지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도 됩니다.

 

(삼갈 은, 급할 급)은 급할 급()俗字(속자)이기도 합니다. ()이란, 마음이 다급하게 되면()하면 잘 헤아려서() 숨는다는 뜻입니다. (사람 인)의 변형자와 (손을 그린 글자)(마음 심)을 합친 글자인데, 그 의미는 앞서 달아나는 사람()을 뒤따라오는 사람이 손()으로 잡으려고 할 때 잡히지 않으려고 하는 급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급할 급으로 읽는 글자입니다. 내가 도망가는 상황이 되는 일은 삼가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니 조심하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숨을 은)을 풀이하면 내 몸을 급하게 피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언덕에 가서 숨는다는 말이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적당한 곳을 찾아서 숨는다는 말입니다. 여기에서 글자가 더 불어나는 글자로는 (편안할 온)이 있습니다. 이 의미도 벼()를 숨겨두고() 있으니 먹을 것이 있다는 의미가 되어 편안하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한편 ()숨기다, 감추다의 뜻으로 남을 숨겨주거나 물건을 감춘다는 말입니다. (감출 혜)(같을 약)의 합체자입니다. 이 글자를 다시 풀어보면, (감출 혜)자는 (古字)(한 일)자를 합한 글자인데, 무엇을 숨기고 그 위에 뚜껑을 덮으면 보이지 않게 되니 감춘다는 말입니다. (같은 약)자는 갑골문(甲骨文)에서는 사람이 꿇어앉아서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머리를 매만지는 여자의 모습은 거의 다 같다는 의미가 됩니다.

 

설문해자(說文解字)(같을 약)의 풀이는 나물을 캔다는 뜻이라 했습니다. 이 의미는 사람이 손으로() 캐서 먹는() (), 즉 나물 등은 거의 다 비슷하니 같다는 의미입니다. 이 의미들을 합하여 보면 갑골문은 머리를 매만지는 여자, 즉 아내는 집 안에 감추어 둔다는 말이 되며, 설문해자는 먹는 풀, 즉 나물 등은 잘 숨겨 둔다는 뜻이 됩니다. 여하튼 ()은 남이 볼 수 없도록 숨겨서 감춘다는 의미가 됩니다.

 

여기에서 더 불어나는 글자로는 (사특할 특, 간사할 특, 악할 특)이 있습니다. 이 의미는 숨겨진() 마음()이 되니 간사하고 악하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자는 한 글자를 알면 저절로 그 의미가 합쳐지며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은닉(隱匿)의 의미는 은 내가 숨는 것이고, 은 내가 남을 숨겨 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두 의미가 다릅니다. /경문 김대일(/한자교육진흥회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