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세탁(洗濯)'

bindol 2020. 12. 18. 11:10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14)

 

세탁(洗濯)

 

 

세탁이란 의미는 주로 기계를 이용하여 더러운 옷이나 피륙 따위를 빠는 일을 말합니다. 더러워진 옷을 빨려면 반드시 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한자에서도 물이 반드시 들어갑니다. 세탁은 한자의 의미로도 씻는다이지만 ()()의 근본적 의미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씻을 세로 읽습니다. 이 글자는 물 수()와 먼저 선()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은 갑골문에서는 사람 위에 발이 그려져 있는 모양입니다. 따라서 사람이 앞으로 나아갈 때에는 발이 먼저 나가기 때문에 먼저라는 의미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설문해자의 해석으로는 (어진 사람 인) 위에 (갈지)를 써서 앞으로 나아가다의 뜻으로 쓴 것입니다. 어쨌거나 발이 먼저 간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물이 있는 곳에 가서 발을 씻는다는 뜻이 ()입니다. 한자로는 씻는 부위에 따라서 다른 글자를 썼습니다. 몸을 씻는 것은 (목욕할 욕)이며, 머리를 씻는 것은 (머리 감을 목)이며, 손을 씻는 것은 (씻을 조)이며, 얼굴을 씻는 것은 (세수할 회)입니다.

 

()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몸을 씻는다는 말이며, ()은 비가 오면 나무를 씻어 내리 듯이 물을 머리에 부어서 머리를 감는다는 말입니다. ()는 물을 잡고 손을 씻는다는 말이며, ()는 두 손으로 물을 들어 머리, 즉 얼굴을 씻는다는 말입니다. 한글은 어디를 씻는다하고 말을 풀어서 설명해야 하지만, 한자는 한 글자로 씻는 부위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 수)(꿩 적)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꿩은 물이 있는 웅덩이 같은 곳에서 날개를 탁탁 털면서 씻는다는 말입니다. ()자의 쓰임으로 洗濯機(세탁기)에 자주 쓰이는 글자로, 세탁기는 물로 탁탁쳐서 때를 빼는 기계입니다. 마치 꿩이 자기 몸을 탁탁 털어 씻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으로 납니다. 우리가 쓰는 말에 세척(洗滌)이란 말이 있습니다. 세척도 씻는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세탁과 세척의 의미는 씻는 방법이 다릅니다.

 

세척의 ()(물 수)(가지 조)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이것은 마치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나무의 작은 가지에 있는 더러운 것들을 씻어 내리는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세척은 우리가 과일을 씻을 때에 수돗물에 물을 흘려 내리며 씻는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일에 물을 흘려 씻을 때 다 씻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나요? 그 답은 보면 압니다. 다 씻었다는 것은 짐작으로 알지만 그 音價(음가)이니 척은 한자로는 (자 척, 잴 척)입니다.

 

다시 말하면 다 씻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눈으로 재 보았다는 말이지요. 이처럼 한자는 우리말과 기막힌 결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씻는다는 의미를 가진 한자를 살펴보았습니다. 새해가 되었으니 묵은 때는 씻어버려야 하겠습니다.

 

/ 경문(敬文) 김대일(金大鎰) 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

 

!!!바로잡습니다. 지면 신문에 頮(회)인데 類(무리 류)자로 발행되었기에

두 군데 類를 頮로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