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있는 한자 이야기(16)
경청(傾聽)
경청(傾聽)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그 뜻이 “주의(注意)를 기울여 열심히 들음”이라고 나옵니다. 또 다른 의미의 敬聽(경청)은 “남의 말을 공경(恭敬)하는 태도(態度)로 듣는 것”을 말하며, 또 輕淸(경청)은 “날씨나 빛깔 따위가 산뜻하고 맑음”이며, 敬請 (경청)은 “삼가 청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鏡聽(경청)은 “점의 한 가지로, 설날 새벽에 발 닿는 대로 걷다가 사람 소리나 짐승 소리나 처음 들리는 소리로써 그 해의 운수(運數)를 점치는 일”을 뜻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말로는 같은 음이지만 漢字(한자)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漢字로 표기하면 그 의미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말로 그 단어의 뜻을 알려면 앞뒤 문맥을 따져서 구분한다고는 하나 그 의미를 알기에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漢字는 우리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글자인 것입니다.
먼저 오늘의 주제인 경청(傾聽)이란 글자를 살펴보면, 傾은 ‘기울다’의 뜻이며 소리는 ‘경’으로 읽습니다. 傾(경)은 亻(사람 인)과 頃(이랑 경, 머리 삐뚤 경)으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亻과 頃 둘 다 그 뜻을 나타내며, 頃은 발음을 나타낸 것이기도 합니다. 또 頃의 뜻은 說文(설문)에서 해석하기를 ‘머리가 올바르지 못하다’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머리가 기울다’의 뜻을 가지는 것입니다.
聽(청)은 ‘듣다’의 뜻입니다. 소리는 ‘청’으로 읽습니다. 聽은 耳(귀 이)와 㥁(덕 덕)은 그 뜻을 나타내는 부분이며, 나머지 부분인 壬(우뚝할 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壬(정)은 원래 중간의 가로획을 제일 밑에 있는 가로획보다 짧게 그어야하는 글자입니다. 壬(우뚝할 정)의 원래 모양은 亻(사람 인)밑에 土(흙 토)를 붙인 글자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땅 위에 우뚝 서 있는 모양을 그린 것입니다. 자칫 이 글자와 혼돈하기 쉬운 글자는 壬(북방 임, 클 임)자입니다. 이 글자는 원래 실패에다 실을 배가 부른 모양으로 감아 놓은 모양을 그린 것입니다. 그래서 중간의 가로획을 제일 밑에 있는 가로획보다 길게 써야 하는 글자입니다.
따라서 ‘우뚝할 정’과 ‘클 임’은 전혀 다른 글자이나, 隸書(예서)에서 그 구분이 없어진 글자입니다. 참고로 廷(조정 정), 望(바랄 망), 呈(드릴 정)등의 글자의 아래 부분은 모두 壬(우뚝할 정)입니다. 종합적으로 聽(들을 청)을 풀이해보면 ‘덕이 되면 귀를 쫑긋하게(우뚝하게) 세워서 듣는다’는 말입니다. ‘德은 得也라’ 했기에 나에게 득이 되는 말은 귀를 세워서 귀담아 듣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경청(傾聽)이란 말은 ‘나에게 득이 되기에 얻는 것이 있으면 머리를 기우리고 귀를 쫑긋하게 세워서 귀담아 듣는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이 외에 ‘듣다’의 뜻으로 쓰는 한자는 聞(들을 문), 聆(들을 령)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달리 글자를 만든 이유는 듣는 그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聞(문)은 귀가 있으니 문(門) 밖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니 그냥 듣게(耳) 된다는 의미, 즉 그 소리를 귀담아 듣는 말이 아니라 단순히 ‘들리게 된다, 듣다’는 뜻입니다. 聆(령)은 ‘듣다’는 의미의 耳(귀 이)와 令(명령 령)이 합쳐진 글자이므로 윗사람이 내리는 명령을 잘 듣는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자는 그 한자 한자마다 깊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그 뜻을 잘 숙지하여 적절한 글자를 써야하는 것입니다. 글/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
*바로잡습니다. 지난호(健康)이야기 중 신문 중간쯤 한자는 疒자입니다. 이 모양은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위에 그려져 있는 .이 ......."이 아니라 ‘亠'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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