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이야기(62) '겸허(謙虛)'
恒常(항상) 選擧(선거)가 끝나면 當選(당선)이 되지 못한 候補者(후보자)가 ‘이번 선거의 結果(결과)를 謙虛(겸허)하게 받아 드립니다.’라고 하는 말을 가끔 들을 수 있습니다. ‘謙虛하다’를 國語辭典(국어사전)에 살펴보면 ‘스스로 自身(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態度(태도)가 있다.’라고 나옵니다. 비슷한 말로는 ‘謙遜(겸손)하다’ 등이 있습니다. 謙虛를 漢字(한자)의 意味(의미)로 한 글자씩 살펴보겠습니다.
謙은 言(언)과 兼(겸)을 합친 것으로, 謙遜(겸손)하다, 辭讓(사양)하다, 恭敬(공경)하다 등의 뜻으로 주로 쓰이며, ‘겸’이라고 읽습니다. 言은 䇂(허물/어길 건)과 口(입 구)를 합친 것이며, 말씀, 글, 言論(언론), 여쭈다, 말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언’으로 읽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되며, 잘못 내 뱉으면 그것이 바로 허물이 됩니다. 그래서 말은 쓸 말만 골라서 해야 하므로 ‘말씀’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言의 胛骨文(갑골문)의 模樣(모양)을 보면 입에서 뭔가가 나온 모양을 그린 글자로 ‘말을 내 뱉는다’는 뜻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兼은 禾(벼 화) 두 개를 쓴 秝(나무 성글 력)과 그것을 잡고 있는 손의 모양을 그린 것으로, 벼 여러 포기를 손으로 잡고 있으므로, 겸하다, 아우르다, 겹치다, 함께 등의 뜻으로 쓰이며, ‘겸’으로 읽습니다. 따라서 謙은 相對(상대)의 立場(입장)과 나의 입장을 考慮(고려)하여 相對(상대)는 높이고 나를 낮추고서 즉, 謙讓(겸양)하여 말을 한다는 뜻입니다.
虛는 虎(범을 그린 象形字)의 省略形(생략형)과 丘(언덕 구)의 變形字(변형자)를 합친 것으로, ‘비다, 없다, 헛되다, 살다, 空虛(공허), 廢墟(폐허)’ 등의 뜻으로 쓰이며, ‘허’라고 읽습니다. 범이 사는 언덕에는 힘이 약한 짐승들은 다 도망가고 남아 있지 않아서 ‘없다, 비워지다, 비다’는 의미가 됩니다. 略字(약자)로는 虚로 쓰며, 虗는 同字(동자)입니다. 墟는 비워져(虛) 있는 땅(土)을 의미하니 ‘터’라는 뜻이고 ‘허’로 읽습니다. 噓는 입으로 숨을 바깥쪽으로 내보내는 行動(행동)이니 ‘불다’의 뜻이 되며 ‘허’로 읽습니다.
結論的(결론적)으로 謙虛는 상대를 높이고 자신의 慾心(욕심)을 비우고 나를 낮추는 마음과 그러한 태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漢字(한자)는 單純(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行動(행동)이나 動物(동물)이 하는 習性(습성)을 단 한 글자로 表現(표현)한 글자이기 때문에 細心(세심)한 觀察力(관찰력)을 가지고 표현한 것이며 거기에 哲學(철학)과 思想(사상)을 包含(포함)한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65) '남용(濫用)' (0) | 2020.12.19 |
---|---|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63) '척결(剔抉)' (0) | 2020.12.19 |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61) '갈파(喝破)' (0) | 2020.12.19 |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60) '경질(更迭)' (0) | 2020.12.19 |
김대일 교수가 전하는 한자이야기 '배려(配慮)' (0) | 2020.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