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67) 안녕(安寧)
安寧(안녕)하십니까? 혹은 康寧(강녕)하십니까? 하는 人事(인사)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國語辭典(국어사전)을 찾아보면 安寧은 ‘아무 탈 없이 便安(편안)함’으로 나오며, 康寧은 ‘몸이 健康(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함’이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漢字(한자)의 意味(의미)로 살펴보면 確然(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安과 寧, 康은 모두 편안하다의 뜻으로 쓰이지만 그 편안함의 의미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편안하다의 뜻으로 쓰는 한자는 많이 있습니다만 이 세 가지 글자만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漢字 辭典(한자 사전)에서 安은 편안하다, 安存(안존)하다, 즐기다, 어찌 등의 뜻으로 쓰이며 ‘안’으로 읽습니다.
宀(집 면)과 女(계집 녀)를 합친 글자로, 婚姻(혼인)하여 女子(여자)를 맞아들이면 男子(남자)의 立場(입장)에서는 ‘몸이 편하다’는 의미가 安입니다. 여자가 남자의 집에 들어오게 되면 잔치를 벌인다는 글자는 宴(잔치 연)입니다. 이 글자는 日(날 일)과 安(편안할 안)을 합친 것으로, 여자가 날을 잡아 집에 들어오면 많은 사람을 招請(초빙)하고 불러 모아서 잔치를 벌인다는 말입니다.
寧은 편안하다, 問安(문안)가다, 차라리, 어찌 등의 뜻으로 쓰이며 ‘녕’이나 ‘령’으로 읽습니다. 宀(집 면)과 心(마음 심)과 皿(그릇 명)과 丁(넷째 천간 정)으로 이루어진 글자이며, 사당(宀)의 제단(丁)에 음식을 차린 그릇(皿)을 올리고 마음(心)으로 정성을 다해 조상(神)을 섬기고 의지하니 마음이 편하다는 의미가 寧입니다. 따라서 매일 매일 사당에 모신 조상을 살아계신 듯이 섬겼던 것입니다. 같은 同字(동자)로는 寗(녕)이며, 古字(고자)는 寍(녕)으로 씁니다.
康은 편안하다, 온화해지다, 즐겁다, 성하다, (풍년이) 들다, 크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강’으로 읽습니다. 이 글자의 모양은 广(집 엄)과 隶(미칠 이, 미칠 대)가 합쳐진 것이지만, 원래의 모양은 庚(바뀔 경)과 米(쌀 미)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胛骨(갑골)이나 金文(금문)에서 庚은 古代(고대)에 脫穀(탈곡)할 때 쓰는 農器具(농기구)의 模樣(모양)이라 하였고, 탈곡 할 때에 떨어지는 나락이 米입니다. 따라서 康은 糠(겨 강), 穅(겨 강)의 本(본) 글자라 했습니다.
따라서 康은 집에 穀食(곡식)을 많이 거둬들여 먹을 것을 貯藏(저장)하고 있으므로 먹을 걱정이 없는 편안함입니다. 결론적으로, 安은 몸이 편안한 것을 말하며, 寧은 마음이 편안한 것을 말하고, 康은 먹을거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편안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글자는 逸(편안할 일), 靖(편안할 정), 穩(편안할 온), 佚 (편안할 일), 憺(편안할 담), 恬(편안할 념), 綏(편안할 수), 愷(편안할 개) 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말로는 다 같이 편안하다의 뜻이지만 漢字의 意味로 仔細(자세)히 보면 의미가 모두 다른 ‘편안함’입니다. 이런 글자의 의미를 區分(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識字(식자)라고 합니다.
글/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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