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80) '노숙(露宿)'
탑골公園(공원) 周圍(주위)를 지나치다보면 노숙을 하며 지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갈 곳이 없고 일을 할 意志(의지)가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아 안타깝습니다. 노숙자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만 막상 漢字(한자)로 노숙자를 써보라고 하면 틀리게 쓰는 境遇(경우)가 많습니다. 생각하기에 노숙자는 잠을 잘 수 있는 집이 없어 길에서 자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路宿者(노숙자)라고 쓰는 것 같습니다. 正答(정답)은 露宿者(노숙자)입니다.
露宿(노숙)에 대해 漢字(한자)의 意味(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露는 雨(비 우)와 路(길 로)를 합친 글자로, 이슬, 津液(진액), 드러나다, 나타나다, 고달프다, 젖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로’로 읽습니다. 雨(우)는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양을 그려서 비를 나타낸 글자이고, 路(로)는 사람들이 발로 걸어 다니며 오가는 길이란 뜻입니다. 이슬은 氣溫(기온)이 下降(하락)하면 마치 비가 내리 듯이 水蒸氣(수증기)가 낱알 모양으로 地上(지상)에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슬은 풀잎이나 돌 위에 맺혀 있는 것을 새벽에 볼 수 있으므로 ‘드러나다, 나타나다’의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이슬은 밤에 내리므로 밤이슬을 맞고 다니는 사람을 일컬어 도둑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도둑은 이슬을 맞으며 밤에 다니니 옷이 젖게 되므로 ‘젖다’는 의미가 저절로 나옵니다. 이슬을 맞으면서까지 일을 하면 고달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한 글자에서 여러 가지 뜻이 생기는 이유는 그 하는 행동이 모두 生活(생활)과 直結(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宿은 宀(집 면)과 亻(사람 인), 百(일백 백)으로 이루어진 글자로, (잠을) 자다, 묵다, 오래 되다, 지키다, 宿所(숙소), 宿直(숙직) 등의 뜻으로 쓰이며 ‘숙’으로 읽습니다. 하지만 별자리를 뜻할 때는 '수‘로 읽습니다. 宀(면)은 지붕과 벽이 있는 집을 뜻하고, 亻(인)은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며, 여기서 百(백)은 숫자 100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원래 잠잘 때 바닥에 까는 돗자리의 모양을 그린 것입니다.
그래서 밤이 되면 사람들이 집에서 자리를 깔고 잠을 잔다는 의미가 됩니다. 집은 한곳에 자리 잡아 머물고 생활하는 곳으로 오래 동안 묵는 곳이고 지키는 곳이란 뜻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별들은 잠을 잘 때 다 나와서 恒常(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비춰 줍니다. 그래서 ‘지키다’는 뜻의 ‘守(수)’의 發音(발음)이 되는 것입니다.
結論的(결론적)으로 露宿(노숙)은 집 안에 잠을 자지 못하고 집 밖에서 잠을 자므로 이슬을 맞고 잔다는 말입니다. 어릴 적에 平床(평상)에서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이슬을 맞아 본 적이 있습니다. 새벽에 몸이 으슬으슬해서 잠에서 깨면 이슬을 맞아 옷이 축축하게 젖어 있곤 했지요. 지금은 따뜻한 방에서 쉬고 잠 잘 수 있으니 幸福(행복)한 삶을 사는 게지요.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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