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85)/ '지체(遲滯)'

bindol 2020. 12. 20. 05:48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85)/ '지체(遲滯)'

 

 

   世上(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豫期(예기)치 않은 일로 인해 늦어지게 되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하기가 싫어서 일을 뒤로 미루어 늦게 할 때도 있습니다. 이때 쓰이는 말이 遲滯입니다. 국어사전에 遲滯를 찾아보면 ‘기한(期限)에 뒤짐, 어물어물하여 시간(時間)이 늦어짐’이라고 나옵니다.

 

一般的(일반적)으로 遲滯는 한 單語(단어)이기는 하나, 遲(지)와 滯(체)의 意味(의미)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遲와 滯의 한자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遲는 犀(무소 서)와 辶(갈 착)으로 이루어진 글자로, ‘더디다, 늦다, 느리다, 굼뜨다, 둔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지’로 읽습니다.

 

犀(서)는 또다시 尾(꼬리 미)와 牛(소 우)가 합쳐진 글자이며, 남쪽 변방에 사는 소인데 뿔이 코와 머리에 하나씩 있고, 돼지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되어 있습니다. 소처럼 덩치가 크고 꼬리에 털이 있는 동물입니다. 무소는 코뿔소를 말합니다. 무소는 물소가 아니며, 무소뿔은 코뿔소 뿔입니다. 무소는 ‘서’라고 읽습니다.

 

코뿔소를 두고 ‘더디다, 둔하다’ 등의 뜻이 되는 이유는 코뿔소는 지독한 近視(근시)이므로 앞을 잘 보지 못해 행동을 재빠르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음을 ‘서’라고 하는 이유도 徐(서)와 통하기 때문입니다.

 

徐는 ‘천천히 하다, 조용하다, 천천히’ 등의 뜻입니다. 滯는 氵(물 수)와 帶(띠 대)로 이루진 글자로, ‘막히다, 쌓이다, 머무르다, 엉기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체’로 읽습니다.

帶(대)는 ‘띠(둘러매는 끈), 띠를 두르다, 裝飾(장식)하다, 차다, 데리고 다니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대’로 읽습니다.

 

이 글자는 허리에 두르는 띠 모양을 그린 것으로, 띠는 차는 것이고 붙어 다닌다는 의미입니다. 띠 같은 모양인 地帶(지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滯(체)는 흐르는 물 같은 것을 띠로 막게 되면 흐르는 것이 막히게 된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遲(지)와 滯(체)의 차이를 말하자면 遲는 스스로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滯는 띠를 둘러막았기에 妨害物(방해물)로 인해 빠르게 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漢字(한자)는 뜻은 비슷하지만 行動(행동)하는 의미가 다르면 글자를 다르게 表現(표현)합니다. 이것이 漢字의 妙味(묘미)입니다.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 진흥회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