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87)
추세(趨勢)
趨勢(추세)란 말을 국어사전으로 찾아보면 ‘어떤 現象(현상)이 一定(일정)한 方向(방향)으로 나아가는 傾向(경향) 혹은 어떤 勢力(세력)이나 세력 있는 사람을 붙좇아서 따름’이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漢字(한자) 字源(자원)으로 풀이를 하게 되면 趨勢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明確(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趨는 走(주)와 芻(추)가 합쳐진 글자로, ‘달아나다, 뒤쫓다, 따라 행하다, 빨리 걷다, 붙좇다, 取(취)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추’로 읽습니다. 走는 夭(요)와 止(지)가 합쳐진 글자로, ‘달리다, 달아나다, 떠나가다, 나아가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주’로 읽습니다. 走는 원래 사람이 뛰어가는 모습을 그린 글자입니다. 夭는 사람의 모양을 그린 大(대)가 변한 모양이고, 大(대)가 또다시 土(토)의 모양으로 바뀐 글자입니다. 止(지)는 본디 사람의 발을 그린 글자이므로, 사람이 발을 써서 뛰어간다는 것을 表現(표현)한 글자입니다.
芻는 ‘꼴(말이나 소에게 먹이는 풀), 짚, 풀 먹는 짐승, 기르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추’라고 읽습니다. 이 모양은 풀을 베어서 묶은 것을 손에 들고 있는 모양을 그린 글자입니다. 따라서 趨(추)는 짐승이 꼴을 향해 뛰어간다는 말이 됩니다. 짐승들은 먹이를 보면 그걸 먹기 위해 그 방향으로 달려가는 법입니다.
짐승들이 배가 고프면 오로지 먹을 것을 찾으려고 애를 쓰고 먹이가 發見(발견)되면 그걸 취하려고 달려가는 게 當然(당연)한 일이지요. 쓰이는 단어로는 趨勢(추세), 歸趨(귀추; ; 사람의 마음이나 사물(事物)의 돌아가는 형편), 趨命(귀명; 명령을 좇음), 趨步(추보; 빠른 걸음으로 달림) 등이 있습니다.
勢는 埶(예)와 力(력)이 합쳐진 글자로, 形勢(형세), 氣勢(기세), 權勢(권세), 機會(기회) 등의 뜻으로 쓰이며 ‘세’로 읽습니다. 埶는 원래 사람이 나무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나중에 土(흙 토)가 더해진 글자로 사람이 草木(초목)을 심는다는 뜻입니다. ‘재주, 技藝(기예), 法(법), 심다, 형세, 기세’ 등의 뜻으로 쓰이며 ‘예’로 읽습니다. 力은 원래 쟁기를 그린 글자인데 쟁기로 땅을 갈 때 힘을 써서 간다고 하여 주로 힘이라는 뜻으로 쓰고 ‘력’이라고 읽는 글자입니다.
따라서 勢는 나무를 심으면 크게 자라게 되는데, 크게 자라는 그만큼 힘이 뻗친다는 뜻이고, 勢力(세력)은 나무가 자란 만큼 그 영향력이 미친다는 말이 됩니다. 쓰이는 단어로는 姿勢(자세; 어떤 동작(動作)을 취할 때 몸이 이루는 어떤 형태), 攻勢(공세; 공격하는 태세나 그 힘), 情勢(정세; 사정(事情)과 형세), 優勢(우세; 남보다 나은 형세) 등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趨勢(추세)라는 것은 먹이를 향해 달려 나가는 힘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힘이 클수록 먹이를 빨리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도 먹이 즉 돈이나 名譽(명예) 등을 좇아가는 것도 똑같은 理致(이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글/ 경문 김 대 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대일교수가 전하는 한자 이야기(89) '驕慢(교만)' (0) | 2020.12.20 |
---|---|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88)/ 기해년(己亥年) | (0) | 2020.12.20 |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85)/ '지체(遲滯)' (0) | 2020.12.20 |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85)/ '지체(遲滯)' (0) | 2020.12.20 |
김대일 교수가 전하는 재미 있는 한자 이야기(84) (0) | 2020.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