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김대일교수가 전하는 한자 이야기(89) '驕慢(교만)'

bindol 2020. 12. 20. 05:58

 

 

김대일교수가 전하는 한자 이야기(89) '驕慢(교만)'

 

사람들은 남들보다 地位(지위)가 높거나 富裕(부유)하거나 學識(학식)이 높으면 驕慢(교만)해지기 쉽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驕慢하다’, ‘倨慢(거만)하다’, ‘傲慢(오만)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이 말들을 찾아보면 교만하다는 뜻은 ‘잘난 체하며 뽐내고 건방지다’라고 나오고, 거만하다는 뜻은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데가 있다’라고 나오며, 오만하다는 뜻은 ‘態度(태도)나 行動(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하다’라고 나옵니다.

 

이 세 가지 단어를 보면 거의 비슷한 뜻이라 分揀(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이 단어를 제대로 理解(이해)하지 못하니 마음대로 쓰는 傾向(경향)이 있습니다. 漢字(한자)를 제대로 모르면 우리말을 제대로 驅使(구사)하기 어렵습니다.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 단어의 의미를 漢字(한자)의 語源(어원)으로 살펴보겠습니다. 驕慢(교만)의 驕는 馬(말 마)와 喬(높을 교)가 합쳐진 글자로, 교만하다, 輕視(경시)하다, 제멋대로 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여기서는 남을 경시하다의 뜻입니다. 말을 타고 있으면 상대를 아래로 내려다보게 됩니다. 말을 타고 있다는 뜻은 지위가 상대보다 높거나 부유하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내가 너보다 더 잘났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뽐을 냅니다.

 

倨慢(거만)의 倨는 亻(사람 인)과 居(살 거)가 합쳐진 글자로, 거만하다, 걸터앉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여기서는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맞을 때 걸터앉은 채로 맞이하는 모양으로, 미리 자리를 잡고 있어 텃세를 부리는 꼴입니다. 손님이 집에 찾아오면 일어서서 맞이하는 것이 當然(당연)하지만 不遜(불손)한 행동을 하는 겁니다. 역시 잘난 체 하는 행동입니다.

 

傲慢(오만)의 傲는 亻(사람 인)과 敖(놀 오)가 합쳐진 글자로, 오만하다, 나가서 놀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자기 마음대로 밖으로 나돌아 다니며 논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윗사람이 있어도 업신여기고 제멋대로 날뛴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慢(만)은 忄(마음 심)과 曼(끌 만)이 합쳐진 글자로, 거만하다, 오만하다, 업신여기다, 게으르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모두 이러한 마음과 關係(관계)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말을 타고 있는 驕慢의 의미는 지위가 높고 학식이나 부유함이 있어 잘났기는 하나 謙遜(겸손)하지 못하고 下待(하대)를 하며 잘난 체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거만의 의미는 찾아온 사람을 나와 비교하니 비슷한 정도의 사람이라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낫다’ 하는 마음이 생겨 거들먹거리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입니다. 또 오만은 나보다도 분명히 못한 놈인데도 지 마음대로 放恣(방자)하게 행동하는 놈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驕慢한 사람은 나보다 잘난 사람이기는 하나 겸손을 모르는 잘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며, 倨慢한 사람은 상대와 내가 비슷한 정도이나 내가 너보다는 잘났다고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며, 傲慢은 나보다도 못한 놈이 나를 무시하고 제 멋대로 떠들고 행동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地位가 높든지 學識이 높든 富裕하든지 간에 人性(인성)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사람은 相對(상대)를 업신여기고 깔봅니다. 人性이 갖추어지면 절대 잘난 체하지 않으며 고개를 숙이며 자기 자신을 낮추는 법입니다.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