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91) '권태(倦怠)'
우리가 살면서 같은 일을 繼續(계속)하다보면 하기가 싫어지는 때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反復(반복)하는 일이 지루해진 거지요. 그런 것을 ‘倦怠(권태)롭다’라고 말합니다.
국어사전에 ‘倦怠를’ 찾아보면 ‘어떤 일이나 狀態(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이라고 나옵니다. 漢字(한자)에서 ‘倦’과 ‘怠’는 둘 다 게으르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漢字의 語源(어원)으로 살펴보면 게으름의 意味(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倦은 亻(인)과 卷(권)이 합쳐진 글자로, 게으르다, 고달프다, 盡力(진력)나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권’이라고 읽습니다. 亻은 사람을 뜻하고 卷은 ‘冊(책), 公文書(공문서), 말다, 접다, 돌돌 감아싸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권’이라고 읽습니다. 이 두 글자를 합쳐서 解釋(해석)을 하면 ‘사람이 책을 펼쳐서 보지 않는 게으름’을 말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卷은 捲(말 권)을 생략한 글자로 옛날 책은 竹簡(죽간)으로 되어있어 책을 보지 않을 때는 손으로 둘둘 말아서 書齋(서재)에 保管(보관)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죽간을 펼치면 책을 읽는다는 뜻이고, 죽간을 말아 놓은 모양은 책을 보지 않는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單語(단어)로서 쓰이는 말은 倦怠期(권태기), 倦惰(권타), 倦厭(권염) 등이 있습니다.
怠는 台(태, 이)와 心(심)이 합쳐진 글자로, ‘게으르다, 倨慢(거만)하다, 그만두다, 疲困(피곤)하다, 지치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태’로 읽습니다. 台는 별 이름으로 읽을 때는 ‘태’로 읽으며, 나를 意味(의미) 할 때는 ‘이’로 읽는 글자입니다. 여기서는 나를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台는 코를 그린 글자인 厶(나 사)와 입을 그린 口(입 구)를 합쳐서 숨 쉬고 먹는 ‘나’를 뜻합니다. 여기에 마음을 뜻하는 心(심)을 합쳐서 해석하면 숨만 쉬고 먹기만 하는 마음입니다.
즉, 아무런 行動(행동)을 하지 않고 먹고 숨만 쉬는 마음이니 ‘움직이지 않는 게으름’을 의미합니다. 쓰이는 단어로는 怠慢(태만), 怠業(태업), 怠惰(태타) 등이 있습니다. ‘게으르다’는 뜻으로 쓰이는 漢字는 이 뿐만 아니라 여러 개가 더 있는데, 예를 들면 惰(게으를 타), 懶(게으를 라), 懈(게으를 해) 등이 더 있습니다.
惰(타)는 늘어져 있는 마음을 뜻하고, 懶(라)는 자기 스스로 하지 않고 남에게 의지하려고만 하는 마음이란 뜻이고, 懈(해)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풀어진 마음을 의미합니다. 셋 다 게으른 마음을 表現(표현)하는 것으로 게으른 마음에도 差異(차이)가 있습니다.
結論的(결론적)으로 倦怠는 ‘책을 읽지 않는 게으름과 行動하지 않는 게으름’을 말하는 겁니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는 옛 聖賢(성현)의 말씀이 있듯이 每日(매일) 工夫(공부)하라는 말씀과 일하기 싫어 움직이지 않음을 警戒(경계)하라는 말씀은 現代人(현대인)들이 반드시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입니다.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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