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93) ‘섭렵(涉獵)’

bindol 2020. 12. 20. 06:04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93) ‘섭렵(涉獵)’

 

     ‘그는 音樂(음악)뿐만 아니라 美術(미술)까지도 두루 涉獵(섭렵)하여 藝術界(예술계)의 巨匠(거장)이 되었다’란 말처럼 涉獵이란 單語(단어)를 자주 씁니다. 국어사전에 ‘涉獵’을 찾아보면 ‘물을 건너 찾아다닌다는 뜻으로, 많은 책을 널리 읽거나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經驗(경험)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여기서 ‘물을 건너 찾아 다닌다’는 말에서 물은 어떻게 건너가는지 또 무엇을 찾는다는 것인지에 대한 說明(설명)이 없어 疑問(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古代人(고대인)들은 불보다 물을 훨씬 무서워했습니다. 불은 몸을 피하면 그나마 살 수 있지만 大洪水(대홍수)가 나면 피할 길 없이 모두 휩쓸려가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現代(현대)에도 災害(재해)로 인해 被害(피해)를 입는 境遇(경우)를 對備(대비)해서 保險(보험)을 드는데, 火災(화재)에 관한 보험은 있지만 水災(수재)에 대한 보험은 없습니다. 불은 人災(인재)로 보지만 물은 天災(천재)로 보기 때문입니다. 漢字(한자)의 意味(의미)로 涉獵을 풀어 보겠습니다.

 

涉은 氵(물 수)와 步(걸음 보)를 합친 글자로, ‘건너다, 지나다, 겪다, (걸어서) 돌아다니다, 이르다(어떤 정도나 범위에 미치다), 넓다, 干涉(간섭)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섭’이라고 읽습니다. 이 뜻을 풀어보면 걸어서 물을 건넌다는 뜻이 됩니다. 그 이유는 물길이 얕기 때문에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는 말이지요. 물길이 깊으면 절대 걸어서 갈 수 없으며 물 깊이를 헤아려 본 후에 헤엄을 치든지 배를 타든지 해서 건너는 법입니다. 물살이 너무 세면 그 마저도 건너기 힘든 법입니다. 쓰이는 단어로는 干涉(간섭), 交涉(교섭), 涉外(섭외), 登涉(등섭 ; 산에 오르고 물을 건넘) 등이 있습니다.

 

獵은 犭(개 견)과 巤(목 갈기 렵)을 합친 글자로, ‘사냥, 사냥하다, 찾다, 밟다, 사로잡다, 섭렵하다, 대충 훑어보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렵’으로 읽습니다. 이 두 글자를 합치면 ‘개 목 갈기’란 말이 되는데 이 말은 사냥개란 뜻입니다. 목 갈기가 긴 영리하고 재빠른 개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냥을 했다는 말입니다. 사냥을 할 때에는 반드시 사냥개를 데리고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화살 등에 맞은 사냥감을 절대 잡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쓰이는 단어로는 涉獵(섭렵), 密獵(밀렵), 獵奇的(엽기적), 獵銃(엽총), 狩獵(수렵), 獵鳥(엽조;사냥을 할 수 있도록 허락(許諾)한 새) 등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涉獵이란 물을 걸어 건너가서 새로운 땅에서 사냥을 하기위해 개를 데리고 두루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가지 않는 곳 없으며 못 가는 곳이 없습니다. 거기서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고 익히기 때문에 국어사전의 뜻처럼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은 얻은 지식에 밝음을 더하는 것입니다. 책으로 익힌 것보다 실제로 경험한 것이 더 값진 경우가 많은 법입니다.

                                                  글/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