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92) '양보(讓步)'

bindol 2020. 12. 20. 06:02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92)

'양보(讓步)'

 

     讓步(양보)란 말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1.길이나 자리, 物件(물건) 따위를 辭讓(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줌. 2.自己(자기)의 主張(주장)을 굽혀 남의 意見(의견)을 좇음. 3.남을 위하여 自身(자신)의 利益(이익)을 犧牲(희생)함.’이라고 나옵니다. 讓步나 配慮(배려)하는 行爲(행위)는 자신보다 남을 위해 하는 行動(행동)을 말합니다. 讓步를 漢字(한자)의 意味(의미)로 알아보겠습니다.

 

讓은 言(언)과 襄(양)의 합체자로, ‘辭讓(사양)하다, 讓步(양보)하다, 謙遜(겸손)하다, 넘겨주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양’으로 읽습니다. 言의 모양은 辛(신)과 口(구)를 합친 글자로, 說文解字(설문해자)에서는 곧이곧대로 말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즉 마음에 있는 뜻을 입 밖으로 내는 ‘말씀’이라 뜻으로 ‘언’이라 읽습니다.

 

襄은 衣(의)와 ‘어지럽다, 채우다’의 뜻을 가진 글자를 합친 것으로, ’돕다, 오르다, 이루다, 높다, 옮기다, 치우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양‘으로 읽습니다. 衣를 뺀 나머지 글자는 옷을 벗고 밭을 가는 모습을 그린 모양으로 힘을 다해서 땅을 耕作(경작)한다는 뜻인데 ‘녕’으로 읽는 글자입니다.

 

襄은 隸書體(예서체)입니다. 따라서 讓은 땅을 갈아서 부드럽게 하여 곡물들을 잘 자라게 해주어 이롭게 해주는 것처럼, 말을 부드럽게 하면서 상대를 높여 이롭게 해주는 말을 한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쓰이는 단어로는 讓位(양위; 임금이 자리를 물려 줌), 讓受(양수; 넘겨받음), 讓渡(양도; 권리(權利)나 이익(利益) 따위를 남에게 넘겨 줌) 등이 있습니다.

 

步는 止(지)와 止를 좌측으로 돌려 쓴 ‘밟을 달’을 위 아래로 쓴 글자로, ‘걸음, 행위, 運數(운수), 처하다, 걷다, 걸어가다, 뒤따르다, 헤아리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보’로 읽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람의 왼 발과 오른 발을 위 아래로 그려서 걷는 모양을 그린 글자입니다. 쓰이는 단어로는 進步(진보; 더욱 발달(發達)함. 차차 더 좋게 되어 나아감), 踏步(답보; 제자리에 서서 하는 걸음), 散步(산보; 바람을 쐬기 위(爲)하여 이리저리 거닒), 行步(행보; 어떤 목적지(目的地)까지 걸어서 가거나 다녀옴) 등이 있습니다.

 

結論的(결론적)으로 讓步라는 말은 相對(상대)를 위하여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여 자신이 물러서는 行爲(행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지 못하면 해낼 수 없는 행위입니다. 讓을 다르게 表現(표현)하면 ‘말과 높이다’를 합친 글자이므로 말을 하되 상대를 높이는 말을 하는 것이니 정신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步는 두 발로 걸음을 걷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니 육체적인 행위를 말합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상대를 높이고, 육체적으로는 내가 물러서서 남을 앞서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행동은 성스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 진흥회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