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2.피서(避暑)

bindol 2020. 12. 24. 05:24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2.피서(避暑)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7. 22. 17:15

조맹부(趙孟頫)
원나라 때 유명 문인이자 관료였던 조맹부. 송설체라는 글씨체를 창안할 정도로 서예도 빼어났다.
부인 관도승이 그에게 건넨 "당신 흙 속에 나, 내 흙 속에 당신"이라는 글이 아주 유명하다.

 

이제 여름 휴가철이다. 여름은 더위의 대명사다. 그런 무더운 여름 피하는 일이 피서(避暑). ()라는 글자가 궁금해진다. 뜨거운 태양을 가리키는 () 아래 사람을 지칭하는 ()가 붙었다. 이렇게만 보면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고대 초기 한자 흐름에서 이 글자는 액체 등을 끓인다는 뜻의 ()라는 글자 모습으로 먼저 나온다.

따라서 ()는 뜨거운 태양 아래 놓은 끓는 물이라는 의미 조합이다. 무더움, 뜨거움의 정도가 한껏 높아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을 대표하는 글자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이 더운 여름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을 두고 벌이는 정쟁(政爭)이 무더위를 더 키운다.

너와 나, 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금을 그어놓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일이 이제는 우리사회의 특징을 이루는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더위에 지치고 그런 싸움에 또 지친다. 예전 중앙일보 재직 때 쓴 칼럼 조금 고쳐 소개한다. 너와 나의 경계를 넘어 하나로 뭉치려는 시원스런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원() 왕조가 중국을 지배하던 시절 최고 명필로 손꼽히던 사람은 조맹부(趙孟頫). 이른바 송설체(松雪體)라 불리는 필체를 만들 정도로 서예에 뛰어났던 그는 그림으로도 퍽 유명했다. 문장에서도 빼어난 실력을 보여 그에게는 늘 여러 가지의 찬사가 따랐다.

관도승(管道昇)은 그의 처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기로 이름이 높았고 남편의 실력에 걸맞은 회화와 시작(詩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대나무 그림과 관음상 등 불상을 그리는 재주가 뛰어나 당시의 황제인 쿠빌라이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두 부부의 금슬도 좋았다. 조맹부는 예전의 사대부들이 흔히 했던 것과 같은 축첩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부부 간의 사랑이 깊어 칭송이 저자 거리에 나돌기도 했다. 그러다 조맹부가 요즘으로 치면 가수라고 할 수 있는 한 여인에게 정신을 팔리고 말았다. 최운영이라는 이 가녀(歌女)’를 한 잔칫집에서 봤다가 반한 조맹부는 급기야 그녀를 첩으로 들어앉힐 움직임까지 보인다.

관도승의 움직임이 예사스럽지 않다. 첩을 들여도 되겠느냐고 물어 오는 남편에게 그녀는 사() 한 수를 내민다. “진흙으로 당신과 나를 빚으니, 기쁘기 이를 데 없네요, 다시 무너뜨려 물을 부어, 이리저리 섞어, 또 당신과 나를 빚지요, 내 진흙 속에는 당신이 있고, 당신 흙 속에는 내가 있지요(我泥中有你, 你泥中有我).”

결과는 뻔했다.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으로 조맹부는 첩 들이려는 마음을 얼른 거둔다. 어쨌거나 내 진흙 속의 뒤 두 마디 구절은 매우 유명하다. 요즘도 중국에서 싸움이 일거나 다툼이 격해지면 우리끼리 왜 그래라는 화해의 뜻을 전할 때 흔히 사용된다. 갈라진 너와 나가 우리라는 통합적인 틀에서 거듭 뭉치도록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명구다.

국정원이 오해 살 짓을 했다고 해서 극단으로까지 이들을 몰아붙이는 일이 현명하다 할 수 있을까. 호전적인 북한 정권에 맞서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 정보기관이다. 너무 흔들면 그만큼 우리사회 안보 취약성이 커진다. 조용하고 신중하게 문제를 풀어갈 일이다.

갈등이 번져 싸움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지나치게 그악스럽다. 우리 정치판의 늘 볼 품 없는 상쟁(相爭)은 언제 멈추려나. 네 속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다는 점을 한 번 돌아보자. 그렇게 서로를 한 데 묶어 우리라는 큰 틀에서 문제를 다룬다면 올해 무더위는 적잖게 사라질지 모른다.

<한자 풀이>

(피할 피): 피하다. 벗어나다, 면하다. 회피하다. 떠나다, 가다. 물러나다. 숨다, 감추다. 꺼리다.

(더울 서): 덥다. 더위. 여름, 더운 계절.

(삶을 자): 삶다. 끓이다. 굽다. 익히다. 익다.

(구부릴 부, 뵐 조): 구부리다. (고개를)숙이다. 눕다, 드러눕다. 숨다, 잠복하다. 가지런하지 아니하다. 뵈다 (). 찾다 (). 보다 ().

 

<중국어&성어>

이번에는 관도승이 남편 조맹부에게 건넨 사() 전문을 소개한다.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내용이라서.

 

我侬()

 

你侬我侬忒煞情多情多处()()如火.

nǐ nóng wǒ nóng tuī shà qíng duō qíng duō chù rè rú huǒ.

당신과 나는 아주 정이 많지요, 정 넘치면 불처럼 뜨겁지요.

 

把一块泥捏一个()塑一个我

bǎ yī kuài ní niē yī gè nǐ sù yī gè wǒ

진흙 덩어리로 당신을 빚고 또 나를 빚지요.

 

()咱两()个一起打破用水调(調)

jiāng zán liǎng gè yī qǐ dǎ pò yòng shuǐ diào hé,

그 둘을 같이 무너뜨려, 물로 다시 섞지요.

 

再捏一个你塑一个我我泥中有你你泥中有我.

zài niē yī gè nǐ sù yī gè wǒ wǒ ní zhōng yǒu nǐ nǐ ní zhōng yǒu wǒ.

다시 당신을 빚고, 나를 빚어요. 내 진흙 속에 당신, 당신 진흙 속에 내가 있지요.

 

()你生同一个衾死同一个椁.

yǔ nǐ shēng tóng yī gè qīn sǐ tóng yī gè guǒ.

살아서는 같은 잠자리, 죽어서는 같은 널판에 눕지요.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12피서避暑?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