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4.재벌(財閥)

bindol 2020. 12. 24. 05:25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4.재벌(財閥)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8. 5. 17:07

 


집안, 또는 동네 어귀 등에 세운 우리의 정문(旌門)과 같은 성격의 중국 패방(牌坊)이다.
집안의 공적을 자랑하기 위해 세웠던 벌(閥)과 열(閱)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건축형식이다.

 

 

돈을 비롯한 재물 일반을 가리키는 글자 財(재)를 반기지 않는 이 별로 없을 테다. 많으면 좋고, 부족하면 섭섭하다. 물욕에 젖지 않는 사람이야 돈이나 재물을 멀리하는 자세를 키웠겠으나, 일반인이 함부로 흉내 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니 이 글자는 매우 친숙하며 모두 반기는 편이다.

 

재벌(財閥)이라는 단어를 이루는 다음 글자가 궁금해진다. 閥(벌)은 옛 기록을 보면 閱(열)이라는 글자와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벌열(閥閱)이라는 단어로 말이다. 사전에 나오는 정의로는 ‘나라에 공로가 많고 벼슬 경력이 많은 사람이나 그 집안’이다.

 

閥(벌)이라는 글자로 이뤄지는 단어 조합도 대개는 집, 집안, 그 구성원을 가리킨다.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을 통해 커다란 부를 축적한 집안을 재벌(財閥)이라고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와서의 조어에 해당한다. 그 전에는 벌족(閥族), 문벌(門閥) 등의 단어가 많이 쓰였다.

 

따라서 이 글자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閥(벌)이나 閱(열)이라는 글자는 門(문)을 공동의 부수로 삼고 있다. 사람이 출입하는 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더 심했을 것이다. 내 집안에 대한 자랑 말이다. 벼슬로 권력을 얻고, 그 권력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집안으로서는 남에게 집안 자랑하는 일이 필요했을 법하다.

 

그런 집안 자랑과 관련이 있는 글자 둘이 閥閱(벌열)이다. 일반적인 사전 정의를 보면 둘은 일종의 간판에 해당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집의 문에 걸어 두거나 세워 놓는 광고 성격의 표지물이다. 왼쪽에 두는 그런 광고판을 閥(벌)이라 했고, 오른쪽에 두는 것을 閱(열)이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閥(벌)은 門(문)과 伐(벌)의 조합이다. 글자 伐(벌)은 사람(人)을 무기(戈)로 낚아챈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전쟁 등에서의 공로를 가리키는 글자였음을 짐작케 한다. 閱(열)은 門(문)과 兌(태)의 합성인데 뒤의 글자 요소는 ‘기뻐하다’라는 뜻의 悅(열)로 푼다.

 

속사정이 그러하니, 이 두 글자의 성격은 분명하다. 문 옆에 제 집안의 공로를 적어 남에게 알리는 장치가 閥(벌)이고, 스스로 자랑할 만한 과거의 이력을 적어 대중에게 과시하는 물건이 閱(열)이다. 그로써 벌열(閥閱)이라는 조합을 이뤄 자랑할 만한 과거 경력이 있는 집안을 가리키는 단어로 발전했다. 가벌(家閥)이라는 단어도 나왔고, 벌족(閥族)이나 족벌(族閥)이라는 이름도 생겨났다.

 

쟁쟁한 이력이 있는 집안을 화벌(華閥), 공훈이 큰 집안을 훈벌(勳閥)이라고 부르는 일도 같은 맥락이다. ‘집안’이라는 뜻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얻은 ‘무리’ ‘떼’의 뜻도 있다. 파벌(派閥), 군벌(軍閥) 등의 예다. 아울러 누군가의 과거 이력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단어가 학벌(學閥)이다.

 

요즘 내로라하는 국내 한 재벌의 경영권 승계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낯 뜨거운 암투가 세간의 큰 화제다. 돈으로 쌓아 올린 집안의 사회적 지위는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부의 축적이 그 집안 구성원의 인격까지는 끌어올리지 못했던가 보다.

 

그래서 우리사회는 재벌이라는 대상을 늘 음울한 시각에서 바라본다. 재물로 쌓은 명성은 오래 생명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법이다. 그 안에 바르고 곧음을 넣은 골조(骨組)가 버티고 있어야 명예까지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재벌을 원하는데, 자랑할 게 돈이 전부인 집안들이 많아 늘 아쉽다.

 

 

<한자 풀이>

財 (재물 재): 재물. 재산, 자산. 보물. 물품. 녹봉. 재능. 재료. 성(姓)의 하나. 겨우. 비로소. 마르다.

閥 (문벌 벌): 문벌. 가문. 지체. 공훈. 공로. 기둥.

閱 (볼 열, 셀 열): 보다. 검열하다. 가리다, 분간하다. 읽다. 지내다. 모으다. 아무 일도 해 놓은 것 없이 헛되이 늙다. 지체하다. 들어가다. 거느리다.

勳 (공 훈): 공. 공적. 관등. 세운 업적.

 

<중국어&성어>

门阀(門閥) mén fá: 문벌. 본문에서의 풀이와 같다.

军阀(軍閥) jūn fá: 원래의 뜻은 군대에서 이룬 공적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일정한 병력을 확보해 어느 한 지역을 점령하면서 그곳을 다스리는 집단이라는 의미도 얻었다. 중국의 군벌은 왕조시대와 근현대에 접어들면서도 매우 유명한 편이다.

阀阅(閥閱) fá yuè: 우리는 공적 등이 있는 집안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중국에서는 글자 뜻 그대로 지나온 이력, 쌓아놓은 공적 등을 우선 가리킨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14재벌財閥?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