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3.도취(陶醉)

bindol 2020. 12. 24. 05:25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3.도취(陶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7. 29. 17:45

 


중국 전원파 시인의 태두로 후대 동양 문단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특히 '음주' 등의 시편으로 술에 대한 예찬과 세속의 번잡함을 벗어난 청일함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술을 잘 마시는 우리사회에서는 취기(醉氣)와 관련이 있는 단어가 제법 많다. 술에 어떻게 취했느냐를 자세하게 따진다. 취하는 일이 반드시 술에만 원인이 있지는 않다. 사람에도 취하고, 경치에도 취한다. 그림에도 취하고, 글씨에도 취한다. 그래도 취하는 일은 우선 술과 관련이 있다.

 

전날 마신 술이 이튿날에 이르러서도 깨지 않는 경우가 있다. 숙취(宿醉)다. 같은 발음으로 숙취(熟醉)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매우 취한 상태다. 취한 상태가 오래 가는 일은 장취(長醉)라고 부른다. 앞뒤 좌우를 제대로 못 가릴 정도로 취하면 혼취(昏醉)다. 각종 추태가 이어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부른다.

 

크게 취하면 물론 대취(大醉)다. ‘깊이’라는 말뜻을 넣어서 심취(深醉)라고도 적을 수 있다. 몸이 잦아들 정도로 크게 취하는 일은 난취(爛醉)라고도 부른다. 爛(란)이라는 글자는 여기서 ‘문드러지다’ 정도로 새겨도 좋겠다. 그와 비슷한 말이 이취(泥醉)다. 진흙땅을 일컫는 泥(니)가 앞에 섰다. 역시 땅바닥을 기어서 다닐 정도로 취했다는 말이다. 곤드레만드레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만취(漫醉), 만취(滿醉) 역시 크게 취한 상태를 일컫는다.

 

도취(陶醉)라는 말이 잘 쓰인다. 그런데 왜 흙을 빚어 그릇 만드는 일, 아니면 그렇게 만든 그릇을 가리키는 陶(도)가 등장하는지 궁금해진다. 이 글자는 초기 한자 세계에서 여러 사람이 흙을 두드리고 뭉개서 그릇을 빚어내는 일을 가리켰다고 한다. 아울러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질그릇의 의미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도취(陶醉)라는 조어가 가능했을까. 정확한 풀이는 없지만, 글자 陶(도)는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흙으로 그릇을 빚어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좋은 분위기, 나아가 그로부터 얻는 바람직한 영향 등을 일컫는 글자로도 발전했다는 설명이 있다. 양호한 분위기에서 후대를 교육하는 일을 훈도(薰陶)라고 적는 경우다.

 

그런 점에서 보면 도취(陶醉)는 무엇인가 대상을 앞에 두고서 저절로 빠져드는 일이다. 흠뻑 어딘가에 빠지는 경우다. 그런 상태를 일컫는 단어는 도연(陶然)이다. 제가 지닌 어떤 장점이나 특징 등을 두고 객관적 상황과는 상관없이 만족과 교만에 빠져드는 일을 흔히들 자아도취(自我陶醉)라고 적는다.

 

여당 대표가 미국을 방문해 “역시 우리에겐 중국보다 미국”이라는 발언을 꺼냈다. 국가의 전략을 건드리는 발언이다. 국가전략은 아주 신중하고 무겁게 다뤄야 한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아주 중요해 함부로 꺼낼 수 없는 말을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너무 쉽게 꺼냈다.

제 의도를 먼저 꺼내 보이는 사람은 전략의 구성에서 늘 실패한다. 나를 살피는 누군가의 시선 앞에서 먼저 옷을 벗고 제가 지닌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경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발언은 정부와의 협의를 거쳤을 리는 없을 테다. 기분에 따라서 그랬다면 여당 대표의 오만과 어리석음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권력의 한 축에 섰다는 교만이 결국 자아도취의 심각한 병증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술에 깊이 취한 사람의 모습을 우리는 인사불성(人事不省)이라는 성어로도 표현한다.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도리를 채 깨우치지 못하고 깊은 미망(迷妄)에 잠기는 경우다. 우리 정치는 늘 어젯밤 술에 깨어나지 못해 작취미성(昨醉未醒)이요, 그래서 늘 인사불성이다.

 

<한자 풀이>

陶 (질그릇 도, 사람 이름 요): 질그릇. 도공, 옹기장이. 달리는 모양. (질그릇을)굽다. 빚어 만들다. 기르다. 기뻐하다, 즐거워하다. 근심하다. 울적하다. 허망하다.

醉 (취할 취): 취하다. 취하게 하다. 술에 담그다. 빠지다. 지나치게 좋아하다. 탐닉하다.

宿 (잘 숙, 별자리 수): 자다, 숙박하다. 묵다, 오래 되다. 나이가 많다. 한 해 묵다. 지키다, 숙위하다. 안심시키다. 찾아 구하다. 재계하다. 크다. 숙직. 당직. 숙소, 여관.

爛 (빛날 난, 빛날 란, 문드러질 난, 문드러질 란): 빛나다, 밝다. 화미하다, 화려하다. 곱다. 무르익다, 흐드러지다. 문드러지다, 문드러지게 하다. (불에)데다. 너무 익다, 지나치게 익히다. 다치어 헐다. 부스러지다.

漫 (흩어질 만): 시화(제스네리아과의 여러해살이풀). 흩어지다. 질펀하다. 방종하다. 가득 차다. 넓다. 넘치다. 더럽(히)다. 멀다. 함부로.

薰 (향풀 훈): 향풀. 향내. 교훈. 공. 오랑캐 이름. 솔솔 불다. 태우다. 태우고 삶다. 향기롭다.

 

<중국어&성어>

陶醉 táo zuì: 도취.

沉(沈)醉 chén zuì: 위의 도취와 같음.

金迷纸醉 jīn mí zhǐ zuì: 휘황찬란한 황금색 종이에 취하다. 매우 호화스러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일. 사치가 극에 달한 상황 등을 일컫는다. 자주 쓰는 성어다.

酩酊大醉 mǐng dǐng dà zuì: 아주 크게 취한 상황을 일컬을 때 자주 쓴다. 酩酊(명정)은 술에 대취한 상태를 일컫는 단어로, 우리의 쓰임새도 적지 않다.

酒醉饭饱(飯飽) jiǔ zuì fàn bǎo: 술에 취하고 밥으로 배를 불렸다. 남에게서 초대를 받아 식사 등을 끝낸 뒤 감사함을 전하는 말로 자주 쓴다.

自我陶醉 zì wǒ táo zuì: 자아도취.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113도취陶醉?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