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5.관지(觀止)

bindol 2020. 12. 24. 05:26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5.관지(觀止)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8. 12. 18:07

 



중국 역대 유명 산문들을 모아 편찬한 책이다.
책 이름 중에 '관지(觀止)'라는 낱말에 눈길이 간다.
더 이상 높을 게 없는 수준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보고 또 보다가 대상이 지닌 최고의 경지를 목격한 뒤 경탄하는 한자 낱말이 하나 있다. 바로 관지(觀止)다. 우리가 지닌 한자 감각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단어다. ‘보다’라는 뜻의 觀(관), ‘멈추다’라는 의미의 止(지)의 합성이다. 요즘 이 단어에 새삼 눈길이 간다. 예전 중앙일보 재직 때 쓴 칼럼 ‘분수대’를 조금 매만져 다시 소개한다.

청(淸)대에 지어진 <고문관지(古文觀止)>라는 책이 있다. 오초재(吳楚材)와 오조후(吳調侯)라는 두 사람의 문인이 편찬한 것으로 옛 문장 가운데 빼어난 것들을 골라 뽑아 모아 놓은 서적이다. 동주(東周) 시기에서 명(明)나라 말에 이르기까지의 명문들을 수록했다. 이곳에 실린 문장들의 소재는 다양하고 주제 또한 광범위하다. 각기 다른 문장체들이 유명 문인 특유의 품격과 함께 녹아 있어 글 읽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고문(古文)이라 함은 옛 문장이란 뜻이라서 그냥 다가오지만 ‘관지(觀止)’라는 단어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보는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 풀어 말하자면 ‘이것 말고는 더 이상 볼 게 없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대상이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는 찬사인 셈이다.

이 말은 <좌전(左傳)>에서 유래했다. 춘추전국시대 다른 나라에 앞서 문물이 크게 발달한 노(魯)나라는 옛 중국의 지식인들이 마음속으로 동경하던 곳이었다. 공자(孔子)의 탄생지인데다가 유가(儒家) 정통으로 간주하는 주(周)나라 왕실의 문화를 원래 것에 가깝게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吳)나라 공자 계찰(季札)이 그런 노(魯)나라를 방문했다. 음악과 춤에 정통한 그는 옛 향취를 느끼고자 노나라 조정에 그들이 간직한 악무(樂舞)의 시연을 요구한다. 노의 조정에서 준비한 ‘소삭(韶箾)’이라는 음악과 춤이 베풀어질 때 이 안목 높은 예술가는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만다. “다 봤어요(觀止矣)! 다른 것은 됐습니다.”

최고의 경계를 목격하고 나온 감탄사다. 보고 또 보아도 이를 능가할 것이 더는 없는 상태를 목격한 뒤 내뱉은 말이다. 보통은 이상적이고 품격 또한 높은 경지에 오른 것을 일컬을 때 쓴다. 이른바 최고를 향한 경탄(驚歎)이라고 보면 좋다.

그렇다고 꼭 좋은 일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요즘의 중국에서는 썩은 문장을 뜻하는 ‘부문(腐文) 관지’도 있고, 쓸데없는 소리의 ‘폐문(廢文) 관지’라는 말로도 응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부정적인 경탄이다.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이 말을 쓰고 싶은 대상이 요즘 생겼다.

비무장지대에서 목함 지뢰로 도발(挑發)을 벌인 북한이다. 슬그머니 다가와 지뢰를 묻고 간 모양이다. 그로써 우리 장병의 희생이 생겼다. 천안함, 연평 포격, 무인기 등으로 끊임없이 도발을 벌이는 북한의 행태가 다시 우리의 시선에 올랐다.

도발에 관한 한 북한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야비한 수단을 동원한다는 점은 분명히 붙여두고 싶다. 60여 년 전 6.25전쟁을 일으켜 이 땅에 동족상잔의 참혹함을 안겼고, 그 이후에도 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혼란을 부추겼다. 그런 북한은 따라서 도발에서는 일찍이 ‘관지’의 경계에 도달한 존재다.

묵직하고 강력한 힘의 배양과 행사만이 그런 도발자를 누르는 동력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이 간혹 흔들리면서 휘청거리기까지 하니 이 점이 우리사회의 문제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늘 잊지 말아야 한다. 북의 도발에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니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서글프기도 하다.

 

<한자 풀이>

觀 (볼 관): 보다. 보이게 하다. 보게 하다. 나타내다. 점치다. 모양. 용모. 생각. 누각. 황새. 괘 이름.

止 (그칠 지): 그치다, 끝나다. 그만두다, 폐하다. 금하다. 멎다, 멈추다. 억제하다. 없어지다, 없애다. 머무르다. 숙박하다, 투숙하다. 붙들다, 만류하다.

驚 (놀랄 경): 놀라다. 두려워하다. 놀라게 하다. 위험하고 다급하다. 경계하다. 빠르다. 경기(驚氣).

歎 (탄식할 탄): 탄식하다. 한탄하다. 읊다, 노래하다. 화답하다. 칭찬하다. 탄식. 한숨.

腐 (썩을 부): 썩다. 썩히다. 나쁜 냄새가 나다. 마음을 상하다. 궁형. 개똥벌레.

廢 (폐할 폐, 버릴 폐): 폐하다. 못 쓰게 되다. 버리다. 그치다. 부서지다. 떨어지다. 무너지다. 쇠퇴하다. 고질병. 크게. 매우.

 

<중국어&성어>

叹为观止(嘆爲觀止) tàn wéi guān zhǐ: 더 이상 볼 게 없다는 뜻을 나타낼 때 쓰는 성어다. 문장 등에서는 사용 빈도가 꽤 높은 말이다.

古文观(觀)止 gǔ wén guān zhǐ: 본문에서 소개한 대로 매우 유명한 중국 역대 문인의 산문 모음집이다. 중국의 전통 산문 중 가장 대표적인 문장들을 엮은 책이다. 아름다운 한문을 감상할 수 있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15관지觀止?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