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7.간성(干城)

bindol 2020. 12. 24. 05:28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7.간성(干城)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8. 26. 16:15

 


중국 만리장성의 동쪽 끝 관문인 산해관의 모습이다.
견고한 성벽은 국가의 안보를 상징하는 건축이다.
예로부터 전쟁이 잦았던 중국에는 성에 관한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다.

 

‘방패와 성채’. 이쯤으로 우리는 간성(干城)이라는 단어를 푼다. 우리 한자 새김에서 干(간)은 방패를 가리킨다. 城(성)은 달리 풀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친숙하다. 누군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쌓은 담이다. 따라서 간성(干城)이라고 적으면 우리는 흔히 나라를 지키는 방패와 성채로 우선 풀고, 나아가 국방을 담당한 군대라는 의미를 덧붙인다.

 

그러나 한자 초기의 글자꼴을 보면 干(간)은 단순한 방패가 아니었던 듯싶다. 방패의 기능이 있는 무엇인가에 공격 때 필요한 무기를 덧댄 모습이다. 그러니 단순 방패라고 간주하기 보다는 방어와 함께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일종의 무기라고 보는 편이 낫다.

 

城(성)도 단순한 흙 담은 아니었다고 본다. 한자 초기 꼴을 보면 무기를 쥔 사람, 또는 그 무기 자체에다 흙으로 쌓은 담이 어울린 형태로 나온다. 따라서 무장한 사람 등이 흙으로 쌓은 담 위에 올라 누군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제가 속한 집단을 지키는 모습이다.

 

예로부터 인류의 삶은 전쟁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이 중요했으니 그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인류는 부단히 나 아닌 다른 이들과 경쟁을 벌여야 했으리라.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한자의 원류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전쟁과 관련이 있는 흔적들이 퍽 자주 눈에 띈다.

 

城(성)과 함께 붙는 글자로는 郭(곽)이 있다. 이 글자의 모습도 완연한 담장이다. 그냥 담이 아니라 전투를 위한 건축이다. 가운데에 마을이 등장하고 그를 사방에서 에워싼 담의 형태다. 담 위에 설치한 망루(望樓)가 있어 적의 동태를 살피는 군사적 용도의 글자라는 점이 뚜렷하다.

 

둘을 이으면 성곽(城郭)이다. 앞의 城(성)은 보통 안으로 두른 담, 뒤의 郭(곽)은 그를 넓게 에워싼 담이다. 작은 규모의 담이 城(성), 그를 크게 둘러싼 담이 郭(곽)이다. 외곽(外郭), 윤곽(輪郭) 등의 단어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보루(堡壘)라는 단어도 생각해 봄직하다. 둘 다 공격과 방어를 상정한 건축이다. ‘지키다’라는 새김의 保(보)라는 글자에 담을 지칭하는 듯한 土(토)가 붙었다. 따라서 나중에 생긴 글자로 추정한다. 壘(루)는 밭을 의미하는 田(전)이라는 글자가 세 개 들어 있지만, 그와는 상관이 없다. 처음의 꼴을 보면 적의 동태를 관찰하는 망루의 모습이다.

 

따라서 壘(루) 역시 담장을 두른 뒤에 망루를 내고 적을 살피는 시설이라고 볼 수 있다. 군사적인 시설물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야구에서 득점에 필요한 전진기지라는 의미로 1~3루(壘)를 이 글자로 적고 있으니 쓰임새가 제법 실하다. 이들과 비슷한 글자는 제법 많다.

 

성채(城砦)라고 적을 때의 砦(채)도 흙이나 돌로 쌓은 군사적 용도의 담이다. 같은 맥락의 글자로는 寨(채)가 있다. 나무로 둘렀을 담이다. 營(영)이라는 글자도 궁궐의 외부를 두른 담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해 지금은 군영(軍營), 병영(兵營) 등의 단어를 낳았다.

 

따지고 보면 나라를 가리키는 國(국)이라는 글자도 담장과 관련이 있다. 그것도 무기(戈)를 지니고 거주지(안의 작은 네모)를 지키는 큰 둘레의 담(큰 네모)이라는 요소로 이뤄져 있다. 그렇듯 단단한 방어 체계를 지니고 있어야 성채를 유지하고, 나아가 나라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당나라 천재 시인 두보(杜甫)는 춘망(春望)이라는 시에서 “나라가 무너져도 산천은 그대로, 성에 봄이 오니 초목만이 가득하구나(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라고 읊었다. 전란으로 나라 잃은 사람의 슬픈 감회가 묻어난다. 이번 북한의 도발 사태로 우리는 나라 지키는 간성(干城)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제대로 깨달았을까.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한자 풀이>

干 (방패 간, 줄기 간, 마를 건, 들개 안, 일꾼 한): 방패. 싸라기. 과녁. 막다, 방어하다. 구하다, 요구하다. 범하다, 간여하다. 줄기. 몸, 중요한 부분.

城 (재 성): 재, 고개. 성. 도읍, 나라, 도시. 무덤, 묘지. 구축하다, 성을 쌓다. 지키다.

郭 (둘레 곽, 외성 곽): 둘레. 가장자리. 성곽. 외성. 외위(바깥 둘레). 가죽, 피부. 칼집. 성(姓)의 하나. 벌리다.

堡 (작은 성 보): 작은 성. 방죽. 둑. 보전하다.

壘 (보루 루, 보루 누, 끌밋할 뢰, 끌밋할 뇌, 귀신 이름 률, 귀신 이름 율): 보루. 진(작은 성). 포개다. 겹치다. 쌓다. 끌밋하다(씩씩하다) (뢰). 귀신 이름 (률).

砦 (진터 채): 진터. 목책. 진을 치다. 울다.

寨 (목책 채): 목책. 울짱. 울타리. 나무 우리. 작은 성. 성채.

 

<중국어&성어>

이번 코너에서는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춘망(春望)’을 소개합니다.

 

国(國)破山河在,나라는 깨어져도 산천이 남아 있어,

城春草木深. 성에는 봄이라고 초목이 우거진다.

感时(時)花溅(濺)泪(淚), 시국이 슬퍼 꽃을 보고 눈물 뿌리고,

恨别鸟(鳥)惊(驚)心. 이별이 아파 새 소리에 마음 놀란다.

烽火连(連)三月, 봉화대 오른 불은 석 달씩 이어지니,

家书(書)抵万(萬)金. 집에서 부친 글은 만금이나 나간다.

白头(頭)搔更短, 흰머리 긁어보니 더울 짧아지는 것이,

浑(渾)欲不胜(勝)簪. 전혀 동곳잠을 꽂지도 못할 듯하다.

guó pò shān hé zài ,chéng chūn cǎo mù shēn.

gǎn shí huā jiàn lèi ,hèn bié niǎo jīng xīn.

fēng huǒ lián sān yuè ,jiā shū dǐ wàn jīn.

bái tóu sāo gèng duǎn ,hún yù bú shèng zān.

-지영재 편역, <중국시가선>, 을유문화사-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17간성干城?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