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9.명월(明月)

bindol 2020. 12. 24. 05:29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9.명월(明月)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9. 9. 17:24

 


북송의 유명한 문인 소식(蘇軾)의 초상이다.
호를 붙여 소동파(蘇東坡)라고도 부른다.
<수조가두(水調歌頭)>라는 곡명의 사(詞)에서
본문에 적은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예전에 썼던 칼럼을 조금 더 손질해 소개한다. 가을이 어느덧 곁에 왔다. 한 결 높아져 맑기까지 한 하늘을 요즘 자주 본다. 그래서 가을을 대변하는 몇 가지 중에 달은 늘 꼽힌다. 밝기가 그지없어서 명월(明月)로 적거나, 가을 달이라고 해서 추월(秋月)로도 부른다. 그 가을 달을 읊은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중국의 노래방을 갈 때 가끔 부른다. 덩리쥔(鄧麗君) 등 내로라하는 유명 중국 가수들이 불렀던 ‘그저 이 삶이 오래 이어졌으면(但願人長久)’이라는 노래다. 노랫말은 중국 역대 문단을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북송(北宋) 때 소식(蘇軾)이 지었다.

 

약 940년 전 정치권에서 밀려난 그가 멀리 떨어져 있는 동생 소철(蘇轍)을 그리며 지었던 사(詞)다. 가을의 밝은 달을 쳐다보며 들었던 감상을 적었다. 900여 년 전의 가사가 그 뜻 그대로 전해지는 것은 표의 문자인 한자(漢字)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추석에 술을 마시며 밝은 달을 쳐다보다가 그는 동생을 떠올린다. “달님이 있은 지 얼마런가/ 잔을 잡고 푸른 하늘에게 묻는다(明月幾時有, 把酒問靑天: 이하 지영재 편역 <중국시가선>참조).” 서두는 당나라 시인 이백의 작품 ‘술잔 잡고 달에게 묻다’를 패러디했다.

 

본인을 이백의 경우와 같이 인간 세상에 유배 온 신선으로 자부하던 소식은 “나도 바람을 타고 (달에) 돌아가고 싶다만(我欲乘風歸去)…높은 곳이라 추위를 이기지 못하겠기에(高處不勝寒)…어찌 인간세계에서와 같을까(何似在人間)”라고 운을 뗀다.

 

“(달님이) 붉은 누각을 돌아/ 비단 방문을 기웃/ 잠 못 드는 이를 비춘다”는 대목에서 그는 동생, 나아가 그리운 이 모두를 떠올리는 아련함에 젖어든다. 달이 둥글어 가득 찰 때 왜 사람들은 늘 헤어짐을 생각할까. 보름달을 보고서 자연스레 차오르는, 멀리 있는 이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 때문일지 모른다.

 

이 작품의 백미는 다음에 있다. “사람은 슬픔 기쁨 헤어짐 만남이 있으며/ 달님은 흐림 맑음 가득 참과 이지러짐이 있다(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는 내용이다. 달이 차고 기우는 모습에 사람 세상의 만남과 이별을 붙였다. 그 다음엔 “두 가지 모두 어울리기는 예로부터 어렵다(此事古難全)/ 그저 이 삶이 오래 이어졌으면(但願人長久)”이라고 했다. 자연에 비기면 덧없어 보이지만 나름대로 삶을 즐기자는 여유를 담고 있다.

 

봄의 꽃, 가을 달을 한자로는 춘화추월(春花秋月)로 적는다. 봄꽃은 만물의 생성, 가을의 달은 숙성(熟成), 나아가 사물의 조락(凋落)을 상징한다. 시간의 흐름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경물(景物)이 아닐 수 없다.

 

가을이 깊어지면 낙엽이 길에 뒹군다. 비까지 내릴 때 가장 처연하게 잎을 떨구는 것은 오동(梧桐)이다. 커다란 잎이 가을비에 뚝뚝 떨어지는 모습에서 한 해가 저물어 곧 닥치는 겨울을 떠올린다. 그 즈음의 경치를 보면서 우리는 가을의 거둠, 겨울의 쌓음을 생각한다. 1년 농사의 과실을 거둬 겨울에 쌓으면서 다음을 대비하자는 뜻이다. 한자로는 秋收冬藏(추수동장)이라고 적는다.

 

올해 나는 얼마나 거뒀는가, 그리고 무엇을 쌓을 수 있을까. 높아진 하늘, 맑은 달, 떨어지는 오동잎을 보면서 계절의 갈마듦과 함께 2015년 내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다시 따져볼 듯하다. 거둠이 많았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역시 이 삶이 오래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여러분 모두 말이다.

<한자 풀이>

幾 (몇 기): 몇, 얼마, 어느 정도. 그. 거의. 어찌. 자주, 종종. 조용히, 조용하고 공손하게. 바라건대, 원하건대. 가, 언저리. 기미, 낌새. 조짐, 징조.

把 (잡을 파, 긁을 파): 잡다, 한손으로 쥐다. 가지다. 묶다. 긁다. 한 움큼, 줌. 묶음, 다발. 자루, 손잡이. 갈퀴, 비. 길이의 단위. 비파. 줌통(활의 한가운데 손으로 쥐는 장치)

晴 (갤 청): 개다. 맑다. (마음이)개운하다. 눈물이 마르다.

缺 (이지러질 결, 머리띠 규): 이지러지다. 없다. 없어지다. 모자라다. 부족하다. 빠뜨리다. 비다. 아니 하다. 나오지 않다. 빠지다. 머리띠 (규).

熟 (익을 숙): 익다. 여물다. 무르익다. 익히다. 무르게 되다. 숙련하다. 익숙하다. 정통하다. 면밀하게. 상세히. 깊이. 곰곰이. 익히. 정련한. 정제한.

凋 (시들 조): 시들다, 이울다. 느른하다. 여위다. 슬퍼하다, 아파하다. 새기다.

收 (거둘 수): 거두다. 익다, 곡식이 여물다. 정제하다, 거두어 들여 정리하다. 쉬다, 그만두다, 그치다. 등용하다. 모으다. 긷다, 물을 긷다. 잡다. 빼앗다, 약탈하다.

藏 (감출 장): 감추다. 숨다. 곳집. 광. 티베트의 약칭. 오장.

 

<중국어&성어>

秋收冬藏 qiū shōu dōng cáng: 가을의 걷이와 겨울의 축적. 본문 참조.

春花秋月 chūn huā qiū yuè: 봄의 꽃, 가을의 달. 봄과 가을의 빼어난 경치를 일컫는다. 한 편으로는 세월의 흐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人有悲欢(歡)离(離)合, 月有阴(陰)晴圆(圓)缺, 此事古难(難)全 但願人長久 rén yǒu bēi huān lí hé , yuè yǒu yīn qíng yuán quē , cǐ shì gǔ nán quán, dàn yuàn rén zhǎng jiǔ : 매우 유명한 구절이다. 번역은 본문 참조. 외워두면 좋은 구절이다. 슬픔과 기쁨, 헤어짐과 만남, 달의 흐림과 맑음, 가득 참과 이지러짐 등 서로 반대를 이루는 두 측면과 인생의 여러 경우를 한 데 섞어 그 안에서 인생의 달관이라는 경지를 이끌어내는 소동파 특유의 철학적 기조가 담겨 있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18명월明月?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