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3. 폭로(暴露)

bindol 2020. 12. 26. 06:14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3. 폭로(暴露)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3. 8. 13:11

나무가 잎사귀를 모두 떨어뜨리는 겨울은 자연이 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계절이다.

 

 

()대의 문인이자 관리였던 동파 소식(蘇軾)은 현재의 중국 장시(江西)성 여산을 구경했을 때 유명한 시를 남긴다. “좌우로 둘러보니 등성이지만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 봉우리다/멀고 가깝기와 높낮이 모두 다르다/ 여산의 진면목을 왜 모르는가 싶었는데/이 몸이 그 산속에 갇혀 있기 때문일세(橫看成嶺側成峰,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

 

진면목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시다. 이 단어로 시는 더 유명해졌지만 사실은 그 안에 담긴 철리(哲理)적 취향이 핵심이다. 눈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 원근(遠近)과 고저(高低)가 서로 다른 산이 그려지고, 결국 이 산의 전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푸념. 이어 부분에 갇히면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각성이 따른다.

 

소식의 푸념은 정당하다. 여산이라는 곳이 매우 큰 산이고 산봉우리들이 첩첩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큰 지경(地境)에 들면 전체의 모습을 파악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철리적인 해석은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큰 규모의 일부를 점유한 사람이 전체의 모습과 흐름을 잽싸게 읽어내는 일은 어렵다.

 

진면목과 같은 함의를 지닌 말 중에 본색(本色)도 있다. 원래 지닌 색깔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한자 칼럼을 묶어 책으로 내면서 같은 낱말을 사용했다. 이 점은 다음 주에 알려드리기로 한다. 아무튼, 본색은 불가(佛家)에서 사람이 본래 지닌 바탕을 일컫기도 한다. 아울러 오행(五行)을 대표하는 컬러도 지칭했다.

 

그러나 지금은 원래 지닌 색깔, 또는 본래의 모습 등을 가리킨다. “본색을 드러내다는 우리말의 표현은 다소 부정적인 어감이지만, 감춰져 있던 원래의 바탕이 드러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런 때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한자 단어가 바로 폭로(暴露).

 

 

제아무리 감추려 해도 사물과 대상은 우연한 기회에 제 색깔을 드러낼 때가 있다. ‘폭로는 어두운 그늘에 갇혀 있던 것이 밝은 태양이나 센 바람 등 기후 조건에 그대로 드러나는 상황을 일컫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노출(露出)이라는 단어와 같다.

 

스스로 드러내는 행동도 그렇지만 제 뜻과는 상관없이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 때도 이 말을 쓴다. 옷감이 해져서 본의 아니게 제 한 구석을 남에게 드러내면 탄로(綻露). 노정(露呈) 또한 그런 맥락이다. 감추고 싶었던 부분을 남에게 들키면 마각(馬脚)이 드러났다고 얘기한다.

 

노골(露骨)이라는 단어에도 관심이 간다. 우리도 자주 쓰는 한자어다. 원래는 햇빛이나 비바람 등에 의해 드러난 사체(死體)의 잔해(殘骸) 등을 일컫는다. 아무래도 전쟁과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나중에는 뭔가를 전혀 숨기지 않고 곧장 드러내는 경우를 말한다.

 

요즘 중국이 그렇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자신의 국가 이익에 반한다는 점을 들어 한국에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 우려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함축과 우회로 장중(莊重)의 미()를 선보일 줄 알았던 과거의 중국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다루는 입장에서 매우 유감이다. 다른 무엇보다 가까이 해서는 안 될 나라로 중국을 인식하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어서다. 사드의 높은 고도(高度)에서 본 중국의 진면목, 이해(利害)에서 드러낸 중국의 본색에 요즘 한국인들의 마음이 불편하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93-폭로暴露?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