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5. 탄관(彈冠)

bindol 2020. 12. 26. 06:15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5. 탄관(彈冠)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3. 22. 15:17

 

왕조 시절 벼슬아치들이 썼던 관(冠)의 일종이다.

여기에 낀 먼지를 털어낸다는 말이 탄관(彈冠)이다.

 

 

쓰임이 많지는 않지만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말이다. ‘튕기다’ ‘털다라는 새김의 (), 머리에 쓰는 모자 ()의 합성인 탄관(彈冠)모자에 얹힌 먼지를 털어내다의 원래 새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벼슬에 나갈 준비를 하다는 의미까지 얻는다.

 

이 말은 당초 전국시대 초()나라 유명 시인 굴원(屈原)<초사(楚辭)>에 나온다. “머리 감은 사람은 모자의 먼지를 털고, 몸을 씻은 이는 옷을 털어낸다는 맥락이다. 이 흐름에서 보자면 탄관은 원래 제가 가늠한 목표대로 자신을 추스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뜻은 한 바퀴 돈다. 2000년을 훌쩍 넘는 동양 왕조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가(官街)의 한 풍경을 일컫는 말로 바뀐다. 배경은 이렇다. 서한(西漢)의 왕길(王吉)과 공우(貢禹)는 친구다. 안면만을 익힌 친구가 아니라 뜻과 지향이 일치하는 사이다.

 

두 사람은 한나라 선제(宣帝) 때 함께 면직을 당한다. 그러나 권력이 바뀌어 원제(元帝) 때 이르자 왕길이 먼저 벼슬자리에 복귀한다. 그의 복직 소식을 듣고 자신도 곧 관직에 돌아갈 것을 기대한 공우는 제 관모(冠帽)를 꺼내 그 위에 끼인 먼지를 털어 내면서 좋아했다는 얘기다.

 

실제 그 둘에 관해서는 왕길이 관직에 오르니 공우는 모자의 먼지를 털어냈다라는 말이 나돌았다고 <한서(漢書)>는 적고 있다. 한 친구가 좋은 관직에 올라 다른 한 친구를 이끌어준다는 게 원래 고사의 정확한 뜻풀이다.

 

이 말은 다시 모자의 먼지를 털어 내면서 서로 축하한다(彈冠相慶)”는 성어로 자리 잡는다. 상대를 이끌어 주는 친구 사이의 우정을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관료 사회의 어두운 정실 거래를 비꼬는 말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관료의 거래 속에서 그들이 서로를 축하하며 낄낄 대는 장면이 떠올려지는 폄의(貶義)의 단어다.

 

탄관이라는 말에 옷을 털어내다라는 뜻의 진의(振衣진금(振襟)이 붙거나, 관직을 상징하는 직인(職印) 맬 끈을 미리 챙긴다고 하는 결수(結綬)라는 단어가 따라 붙을 때도 있다. 모두 관료 사회의 부적절한 인사 관행을 가리킨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혈연(血緣)에 지연(地緣), 온갖 잡스러운 정실에 얽매이는 동양사회 관변 풍경이 그렇다. 중국에서는 그런 맥락에서 한 사람이 도를 얻으니 닭이나 개도 하늘에 오른다는 말을 만들었다. 一人得道, 鷄犬昇天(일인득도, 계견승천)이다. 도가(道家)의 신선(神仙)과 관련이 있는 흐름이지만, 나중에는 우리의 시쳇말 개나 소나의 의미도 얻는다.

 

특히 권력의 정점에 오른 사람 덕분에 집안 사둔의 팔촌, 함께 어울리던 집밖의 한량과 잡배들이 모두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에 사용하기 좋은 말이다. 늘 그래왔던 일이라 사실 새롭지 않다. 그래도 때에 이르면 나타나는 정치 철새들이 아주 많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후보의 캠프에 줄을 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가 품은 신념보다는 권력 주변에 빌붙어 벼슬자리, 따끈따끈한 한 자리 동냥하려는 사람들이다. 평소 지녔던 정치적 입장과 정반대의 지향에 기꺼이 몸을 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런 이들이 벼슬자리에 오를 채비를 하며 모자 꺼내들고 먼저 먼지부터 털어내는 느낌이다. 기다렸다가 득도한 사람 좇아 하늘에 오를 준비에 여념이 없는 닭과 강아지 모습도 그려진다. 제 소신, 뚜렷한 지향, 분야에서 지닌 전문성의 깊이가 없으면 그런 자리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벌써 철새 떼가 하늘을 덮고 있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95-탄관彈冠?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