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무제

bindol 2021. 3. 9. 11:45

無題

 

試拂殘粧滿臉羞 시불잔장만검수
糢糊脂粉減風流 모호지분감풍류
雁遲北海書仍阻 안지북해서잉조
仙老陽臺夢已休 선로양대몽이휴
臂悔鶯紅消舊點 비회앵홍소구점
眉憐蛾翠蹙新愁 미련아취축신수
臥看牛女晨無寐 와간우녀신무매
河漢迢迢月半鉤 하한초초월반구

 

무제

 

화장기 지우려니 볼 가득한 부끄러움
분칠은 흐릿해져 멋스러움 가셨구나
북녘에서 기러기 끊겨 소식마저 막혔으니
함께 살며 늙자 하던 꿈은 벌써 허사로다
팔뚝에는 왜 새겼던가? 붉은 앵혈(鶯血) 사라지고
검은 눈썹 애달파라! 수심 생겨 찌푸리네
견우직녀 별을 보며 새벽까지 잠 못 들 때
까마득한 은하수에 초승달이 걸려있네

 

구한말의 운향각(雲香閣)이란 기녀가 애인에게서 이별을 통보받았다.

 

당장 화장부터 지우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려 거울을 보았다.
얼굴 어디에도 지난날 멋스러운 풍류를 찾을 길이 없다.
애인은 소식을 아예 끊어버려 해로의 꿈은 벌써 헛일이다.
임을 향한 순결을 보여주던 팔뚝 위의 앵혈(鶯血)도 빛을 잃었고,
곱던 눈썹도 수심에 이지러졌다.

지쳐 잠자리에 누웠더니 하필이면 견우성과 직녀성이 보일까?
새벽까지 뒤척이려니 배처럼 떠있는 초승달이 보인다.
저 배를 타면 까마득히 떨어진 임에게 데려다 줄까?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