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百鳥詩

bindol 2021. 3. 10. 06:14

百鳥詩

 


天生一隻又一隻 三四五六七八隻
鳳凰何少鳥何多 啄盡人間千萬石
천생일척우일척 삼사오륙칠팔척
봉황하소조하다 탁진인간천만석


하늘에 한 마리 또 한 마리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마리
봉황은 얼마 없고 새는 얼마나 많은지
인간 천만 석(石)을 다 쪼아대는구나


- 북송(北宋) 때의 문호 소동파(蘇東坡)가 일찍이 한 폭의
<백조귀소도(百鳥歸巢圖)>, 즉 100마리의 새가 둥지로 돌아가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다.


명(明)나라 때 윤문서(倫文敍)라는 학자가 이 그림에 시(畵題詩) 한 수를 썼다.
훗날 사람들은 이 시를 <백조시(百鳥詩)>라 불렀다. 바로 위의 시(詩)다.

``````````````````````````````````````````````````````

이 시는 현실정치를 예리하게 풍자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조정 안팎의 사정에 대해 뭔가 마뜩찮은 심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풍자의 핵심은 마지막 두 구절에 집약되어 있다.


우선 <百鳥歸巢圖>에서 소(巢)는 조(朝), 곧 조정(朝廷)을 의미한다.

​鳳凰何少鳥何多에서 봉황(鳳凰)은 어질고 능력 있는 신료(臣僚)를,
조(鳥)는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눈먼 간신(奸臣)을 각각 상징한다.

 

즉 鳳凰何少鳥何多는 조정에 양심적이고 역량 있는 신하들은 별로 없고,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들만이 득실거리는 현실을 겨냥하고 있다.

그런 탐오(貪汚)한 관리들(鳥)이 인간(백성) 곡식 천만 석(단위)을
마구 쪼아대니(啄盡人間千萬石) 백성들의 삶이 고단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民不聊生) 하고 일갈(一喝)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시는 수수께끼 같은 기발한 산술까지 숨겨놓고 있다.

앞의 두 구 天生一隻又一隻 三四五六七八隻에는 단순한 문학적
수사나 함축이 아닌 100마리 새의 숫자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一隻又一隻'은 1+1=2가 되고, '三四五六七八隻'은 3×4+5×6+7×8=12+30+56=98이 된다.
2+98=100이 되니 그림에 그려진 100마리 새의 숫자가 되는 것이다.


- 윤문서(倫文敍)는 광동(廣東)성 남해(南海)현 출신으로
가세는 한미(寒微)했으나 문재(文才)는 뛰어났다.


명(明)나라 효종(孝宗) 때인 홍치(弘治) 12(1499)년에 실시된 회시(會試)와
전시(殿試)에서 모두 장원(壯元)으로 급제하여 한림원 시강(侍講)이 되었다.

그의 세 아들(以諒·以訓·以詵)도 모두 진사(進士)에 등과했다.


중국 광동(廣東)성 광주(廣州) 월수산(粤水山/越秀山) 이두리(里頭里)에
윤문서의 사당인 우강사(迂岡祠)가 있다 한다.

 

윤문서(倫文敍)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일화가 아직도 전해오고 있다.
그 중 '장원급제 죽(粥)'이라는 것도 있다.

윤문서는 집이 가난해 어릴 때부터 광주(廣州) 서관(西關)에서 채소 장사를 했다.

 

​어느 날 그가 채소를 지고 총가로(叢桂路)의 한 죽 파는 가게를 지나게 되었다.
배가 몹시 고팠지만 죽 사먹을 돈이 없었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가게 주인이 윤문서에게 매일 채소를 가져오게 했고,
채소 값의 일부를 식대로 쳐 죽 한 그릇씩을 주었다.


몇 년 뒤 그가 과거에 응시해 장원(壯元)으로 급제했다.
금의환향(錦衣還鄕)한 윤문서는 곧장 죽 가게부터 찾아가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예의 그 죽 한 그릇을 청했다.

​이후 윤문서가 먹은 죽은 '장원급제 죽'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1993년 홍콩에서 제작된 뒤 국내에서도 소개된
<유민장원(The Kung-Fu Scholar/倫文敍 老點柳先開)>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에는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중 한 사람이 예의 윤문서(倫文敍)다.
윤문서(倫文敍)와, 제목에 이름이 함께 나오는 유선개(柳先開)의
배역은 장위건(張衛健)과 곽부성(郭富城)이 각각 맡았다.

 

 

'漢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石蒼舒醉墨堂  (0) 2021.03.10
花好何妨徹骨貧  (0) 2021.03.10
漁父生涯竹一竿  (0) 2021.03.10
好懷百歲幾回開  (0) 2021.03.10
楓橋夜泊  (0) 2021.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