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眞樂在閑居
我田雖不饒 一飽卽有餘
我廬雖阨陋 一身常晏餘
晴窓朝日昇 依枕看古書
有酒吾自斟 榮瘁不關予
勿謂我無聊 眞樂在閑居
아전수불요 일포즉유여
아려수액루 일신상안여
청창조일승 의침간고서
유주오자짐 영췌불관여
물위아무료 진락재한거
내 밭이 비록 넓지 않지만
한끼 배부르기에는 남음이 있다네
내 집이 비록 좁고 누추하지만
이 한 몸 늘 편안하다네
창가에 아침 햇살이 오르니
베개에 기대어 옛 책을 읽는다네
술이 있어 내가 따라 마시니
궁달도 나를 어쩌지 못한다네
내 무료하다 말하지 말게나
진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으니
思齋 金正國 <기묘사화가 일어나자 나는 연좌되어
고양 망동의 시골집에 물러나 살게 되었는데
이웃 마을의 수재 변호가 편지를 보내어
무료함을 위로하였는 바 곧바로 편지 끝에 써서 답장하다
己卯禍起 余坐累 退居于高陽芒洞之村舍
隣村有邊秀才灝 致書慰以無聊 卽書簡尾以復
- 金正國은 己卯士禍로 희생된 사림을 구하려는 상소를 올렸다가
탄핵을 받고 고양(高陽)군 망동(芒洞)리로 퇴거했다.
그는 짚으로 인 작은 정자를 짓고 이름을 은휴정(隱休亭)이라 했다.
그는 날마다 이곳에서 시를 읊고 살면서 八餘居士라 自號했다.
'팔여(八餘)'란 "토란국과 보리밥은 배부르면서도 남음이 있고,
부들자리와 따스한 온돌은 누워도 남음이 있고,
샘솟는 맑은 물은 마셔도 남음이 있고,
시렁 가득한 책은 보아도 남음이 있고,
봄꽃과 가을의 달빛은 완상(玩賞)하여도 남음이 있고,
새소리와 솔바람 소리는 들어도 남음이 있고,
눈 속의 매화와 서리 후의 국화는 냄새를 맡아도 남음이 있고,
이 일곱 가지를 취하여 즐김에 남은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한다.